실명입법 성공 여부 표(실명입법론 책 발췌)
실명입법 성공 여부 표(실명입법론 책 발췌)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헌법학)가 법률안에 사람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실명입법(實名立法)사례를 집약적으로 분석한 책, ‘실명입법론’ 개정판을 지난 3월 출간했다.

사람 이름을 붙인 실명입법은 법안을 발의한 사람이나 피해자 또는 가해자 등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쉽고 알기 쉽게 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다.

모든 법률에는 공식적인 명칭이 있기 때문에, 사람 이름을 붙이는 것은 일종의 별명(別名)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의 공식적인 명칭은 대개 길고 어렵기 때문에, 짧고 쉬운 실명법이 선호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길고 어려운 공식적인 법률명칭보다는 짧고 쉬운 ‘김영란법’이 선호되어왔던 사례를 들어볼 수 있다.

같은 취지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보다는 ‘김강자법’으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보다는 ‘전두환법’으로, 「명예기부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보다는 ‘김장훈법’으로, 「민주헌정 침해 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보다는 ‘최순실법’으로 법률안이나 시행중인 법률에 별칭이 붙여져 불린 바 있다.

홍완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랜 의정사 속에서 반드시 최초의 실명입법이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2004년의 ‘오세훈법’을 가장 눈에 띄는 사실상 첫 번째 실명입법으로 꼽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이학수법, 정봉주법, 조두순법 등을 이으며, 특히 2010년 이후에는 사람 이름이 들어간 대중적인 법안 명칭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었다고 한다.

홍완식 교수는 “최근에 ‘윤창호법’(2018)과 ‘김용균법’(2019)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 실명입법에 익숙해졌고 실명입법의 영향력도 날로 커져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명법안은 가해자형, 피해자형, 발의자형, 유명인형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발의자형은 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경우(오세훈법, 김영란법 등)를 말하고, 가해자형은 사건의 가해자 혹은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경우(조두순법, 유병언법 등)를 말하며, 피해자형은 사건이나 사고의 피해자 이름을 붙인 경우(윤창호법, 신해철법 등)이고, 유명인형은 법률추진의 계기가 된 유명인사의 이름을 붙인 경우(김연아법, 김장훈법 등)라고 할 수 있다.

실명입법 흐름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된다.

우선, 법률(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서 관련 논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다. 또, 법률(안)의 명칭이 길고 한자가 섞여 있는 제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유명인의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 관심도는 물론이고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로, 실명입법은 법안의 내용보다는 법안의 제목을 통해 국민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으로서 무책임한 ‘국민정서법’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은 유난히 국민정서에 민감하며, 대형 사건이나 사고가 나면 국회는 정제되지 않은 여론을 반영해서 ‘국민정서법’을 만든다는 것이다.  

홍완식 교수는 이번 ‘실명입법론’ 개정판을 통해 2004년경부터 2019년 현재까지 15년간 등장한 실명입법 사례들을 설명하고, 그 입법적 성공 여부와 더불어 사회적 함의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입법계의 새로운 트랜드를 읽어주는 연구라는 점에서 자못 주목된다.

논설위원 이경선 (한국입법학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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