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국회의원 자신들은 기소권 대상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민주평화당 장병완·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제도 개혁안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회동 결과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22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회동 결과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여야 4당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갖지만 기소권은 판사, 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사건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등 다양한 주체들이 엮인 '게이트'급 권력형 비리 사건이 있다고 해도 검찰과 법원, 경찰 연루자에 대해서만 소(訴)를 제기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당초 공수처의 수사·기소 범위를 장차관, 판·검사, 국회의원, 청와대 고위직 등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행위로 제시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국회의 이번 합의안을 두고 '누더기' 공수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회가 만든 공수처 설치법에서 국회의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놓고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근절을 목표로 한 공수처 설치법에서도 기소권 대상에서 자신들은 쏙 빠지면서 이번에도 '셀프 혜택'을 부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000여명의 공수처 수사 대상 가운데 기소권 행사 대상인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이 5100여명에 달하는 데다 나머지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은 재정신청권을 준 만큼 충분한 보완 대책이 마련돼 있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은 수사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어서 검찰의 기소권을 배제하고 공수처에 준 것"이라며 "누구에게 특혜를 주느냐의 문제나 국회의원 봐주기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공수처가 국회의원을 수사했는데 검찰이 기소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여론이 가만히 있겠냐"며 "만에 하나 기소를 하지 않으면 다시 공수처에서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개혁을 소명으로 삼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공수처 설치 자체는 환영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합의안은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고 문 대통령 및 민주당이 공약했고 헌정 사상 최초로 법무부가 성안해 제시했던 공수처의 권한과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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