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주거전략을 수립하라 2020년 총선을 무주택자들의 선거로!

2017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한국사회 전체 가구 중 44.1%인 867만4천 가구는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이다. 10명 중 4명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 도시재개발, 신도시 개발 등 ‘집’을 둘러싼 정책의 현장에서 주요한 이해관계로 호명되는 것은 여전히 집을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일 뿐, 집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의 일상의 장면은 갈등의 당사자로서도 가시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전히 무주택자의 계속거주기간은 3.2년에 불과하며, 이에 따른 정서적, 물질적 비용이 전부 무주택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해 9월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하여 30만호 규모의 주택공급계획을 통해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 이후 신도시 및 택지 선정 부지가 발표되었고, 정부의 주택공급계획은 차근차근 진행 중인 것을 보인다.

그런데 이 주택공급계획의 결과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누구를 위한 공급계획인가? 3기 신도시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들을 보면, 지난 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계획이 ‘모두를 위한 주거권’ 향상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무주택자의 일상에 결정적인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단지, 해당 주택공급계획과 3기 신도시 개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최대 과업 중 하나라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포함해 정부의 어떤 정책에서도 ‘모두를 위한 주거권’이라는 목표지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무주택자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어떤 기대도 가질 수가 없다.

이에 녹색당은 무주택자의 날(6월 3일)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정부는 주택 공급을 포함한 분절된 주거정책보다 상위에서 원칙으로 작동할 수 있는 ‘주거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UN 적정주거 특별보고관 방문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UN 적정주거 특별보고관 레일라니 파르하는 인권 기반의 주거전략 수립을 제안하였다.

정부는 주거전략 수립을 통해 비적정주거 종식을 위한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주거정책에 있어 차별금지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주거전략의 목표는 주택공급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주거권’ 확보이며, 기존의 주거문제와 도시정책에 존재하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둘째, 강제퇴거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인 토론을 재개하고, 재산권만 존재하는 공간의 권리를 둘러싼 경합의 자리에 균열을 내어야 한다.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것은 장소에 대한 권리가 소유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개발사업이 ‘보상’으로 절차적인 명분을 획득했다면, 강제퇴거금지법은 ‘보상’이 아니라 안전하고 지속적인 주거를 ‘보장’하는 사회에 대한 토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2009년 용산참사는 폭력적인 강제퇴거가 이뤄지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하고, 우리 모두가 쫓겨나고 철거 될 위기의 당사자들임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켰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삶의 자리를 잃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용산참사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도 여전히 법은 개발이익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이들의 편이다.

셋째, 지금 시급한 것은 섣부른 주택공급대책이 아니라, 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집’을 사고하는 사회적 풍토에 강력한 신호를 줄 수 있는 정책이다. 국가는 투기를 목적으로 주택을 소유할 수 없음을 강력히 선언해야한다.

다주택 소유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와 보유세를 강화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강력한 정책을 만들어 부동산을 소유하여 각자도생하겠다는 경로를 불가능한 경로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구성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넷째, 30년 간 정체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세입자들의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정하여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상한제 등 선거 때마다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주거권 보호 대책이 이제는 법제화 되어야 한다.

2020년 총선은 필히 무주택자들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어야만 한다. 집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선거 참여 의지가 집을 소유한 사람들에 비해 명백히 낮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정치가 그동안 누구를 위해 움직였는지를 반증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당연한 것처럼 등장하는 부동산 투기 이슈도 누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집의 가치는 자산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집은 사용하는 사람들의 안전한 주거를 위해 그 가치를 사용해야 한다. 정치는 더 이상 자산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개발청탁에 반응하지 말고, 도시의 이용자들, 주택의 거주자들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일상을 위해 작동해야 한다.

소유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시민들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불필요한 개발사업도 줄어들 것이다. 예산은 기후위기와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등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먹고 사는 기반을 만든답시고 먹고 사는 기반을 파괴하는 기만과 공멸의 정치를 멈춰세울 수 있을 것이다. 왜 이 당연한 변화를 우리 정치는 과제로 삼지 않는 것일지 묻고 따져야 한다.

녹색당은 무주택자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2020년 총선,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도 정치와 선거에 참여할 이유를 만드는 것에 당의 힘을 기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