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에 중국에서 따오기 한 쌍이 특별 전용수송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온다.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는 1979년 이후 한반도에서 관찰된 적이 없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적인 희귀조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자연보호연맹의 멸종위기 적색 리스트에 오른 따오기 한 쌍을 한국에 기증하기로 약속했었다.


중국의 전문가들이 특수 제작한 상자에 담겨져 사육사와 조류 전문가를 대동하고 전용 수송기를 타고 오게 될 따오기의 ‘수송작전’에는 모두 7000여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에 오는 이 진객은 창녕 우포늪에 둥지를 틀게 된다. 경남도는 따오기가 살게 될 습지와 주변을 청정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복원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따오기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겨울과 이른 봄이면 흔히 볼 수 있었던 철새였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한정동의 시(詩)에 윤극영이 곡을 붙인 동요 ‘따오기’는 암울한 식민지 시대 이 땅의 젊은이들이 한숨처럼 즐겨 흥얼거리던 노래였다. 그리고 그 시절 ‘국민가요’라고 할 정도로 사랑받던 동요가 지금도 추억처럼 그리운 노래 ‘오빠 생각’이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이라는 제목의 이 시(詩)가 수원 출신의 최순애라는 열두 살 소녀에 의해 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순애는 1925년 11월 어린이 잡지 ‘어린이’의 동시란에 ‘오빠 생각’이 입선되어 동시작가로 등단했다.


최순애의 오빠 최신복은 배제학교를 거쳐 일본 유학을 다녀온 인물로, 최영주라는 필명으로 더 알려진 동요작가였다. 그는 소파 방정환을 도와 일생을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했다.  최순애의 동생 최영애도 10살의 어린 나이에 쓴 동요 ‘꼬부랑 할머니’가 잡지 ‘어린이’에 입선했다. 최순애가 ‘어린이’ 잡지에 입선한 다음해인 1926년 마산의 이원수라는 16세 소년이 ‘고향의 봄’이라는 제목의 동시로 잡지 ‘어린이’에 입선했다. 그리고 10년 후인 1936년 6월 이원수와 최순애는 부부가 된다.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돌아오지 않는 이는 오빠만이 아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논에서 울던 뜸북새’ 며 겨울철새인 따오기 또한 오빠를 따라 만주로 망명을 갔는지, 어머니 가신 해돋는 나라로 영영 갔는지..... 뜸북새도 따오기도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오빠가 비단구두 사오기를 기다리며 누이는 어른이 되고 늙어 노인이 되었어도 옛날의 뜸북새 울음소리, 따오기 울음소리는 영영 들리지 않는다.

<정행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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