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사진전 개막, 주제 ‘정물’에 대한 한·벨 6명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

2019년 11월 13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원장 최영진)이 브뤼셀 사진축제와의 협력으로 <제3회 한·벨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6세기 회화의 주요한 화풍이자 소재인 ‘정물’을 주제로, 6명의 한국 및 벨기에 작가들이 각자의 독특한 해석을 담아 표현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정물화>는 16세기 후반 이후 서유럽, 그 중에서도 북유럽에서 유행했던 화풍이자 주제이다. ‘움직이지 않는 삶’이라는 뜻을 가진 네덜란드어 단어 ‘Stilleven’로부터 <정물화>라는 단어가 기원했으며 고전적으로는 자연적 환경과 동떨어진 장소에 연출된 움직이지 않는 대상을 화가가 가진 미적 시각에 의해 화폭으로 옮기는 방식의 그림 형태를 일컫는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물의 위치를 변화시키고 대상의 형태를 해체한다.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의미와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이 이번 사진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의도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작가 3명 모두 ‘정물’에 대해 각자의 독특한 의미를 부여한다. 윤길중 작가는 사물의 소멸과 재생을 의미하는 주제, <SeeSaw>를 통해 자신만의 ‘정물’을 표현하는데 사물의 검게 그을린 모습을 한지 위에 인쇄하고 마치 바구니를 짜는 듯한 방식으로 사진들을 이어 붙여 사진이라는 현대적 예술에 한국의 전통적 숨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고고학, The Art of Shovel> 시리즈로 참여하는 권도연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후 세계에 대한 질문을 사유한다. 박미정 작가의 작품, <Baldwin위의 정물>은 본래의 모습을 상실해버렸지만 버리지 못하고 있는 사물을 주제로 삶의 부질없음과 무상함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벨기에 작가들이 정물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매우 흥미롭다. 뱅상 베크만(Vincen Beekman) 작가는 수년 동안 여행 또는 일상에서 취득한 사진들을 소개하고, Wim Wauman(윔 와우만) 작가는 가상의 공간을 박제하여 관람객들이 실제와 가상 사이의 유희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하학적 구성을 응용했다.

마지막으로 Geert De Taeye(히르트 드 테예) 작가는 유럽의 고전적 정물화 방식을 차용하며 사진 자체 뿐 아니라 액자까지도 하나의 작품으로 병합시켜 정물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석재현 객원 큐레이터는 “한국과 벨기에 작가들이 각자 다양한 작품 세계를 제시하는 동시에 함께 조화하며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한국, 벨기에 두 나라 작가들의 합동 전시의 의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사진은 고전성과 현대성이라는 양면적 특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예술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제 ‘정물’은 이와 같은 양극을 한데 모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주제일 겁니다.”라고 덧붙인다.

이번 제3회 한-벨 사진전 11월 13일 오후 7시부터 전시 참여 작가들 및 석재현 큐레이터가 참석한 가운데 ‘정물화’라는 주제에 관한 컨퍼런스와 함께 개막하여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개막식에 참석한 알렉상드르 레비(Alexandre Levy)씨는“출장차 브뤼셀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전시 소식을 접해서 보러왔는데, 한국과 벨기에의 작가들이 ‘정물’을 각자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원의 사진전을 2017년 1회부터 감상하고 있다는 어느 벨기에인 관람객은 “해가 갈수록 더욱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내년 사진전시도 벌써 기대되네요.”라고 말하며 사진 전시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문화원이 매년 개최하는 한·벨 사진전은 브뤼셀 내 주요 사진 축제 중 하나인 브뤼셀 사진축제와의 꾸준한 협력을 통해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2017년 <인물>, 2018년 <도시> 등 매년 흥미로운 주제를 선정, 한국과 벨기에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오고 있다.

또한, 11월 15일부터 12월 21일까지 항가르(Hangar) 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브뤼셀 사진축제 주요 전시장에서 윤길중 작가의 작품이 전시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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