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청을 거부할 권리
광고 시청을 거부할 권리
  • 학술연구본부
  • 승인 2020.01.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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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에 이의를 제기하라.

광고 시청을 거부할 권리

방송 콘텐츠 앞뒤로 직간접적으로 결합된 광고들이 참 많다. '광고 시청'을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현대 사회는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 다채널 다매체 시대로 진입한 지 오래다. 여전히 시청자(가입자)들은 공급자가 제공하는 광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 있다.

‘강요된 광고’ 때문에 생기는 가장 큰 폐단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데 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이 원치 않는 것 때문에 야금야금 잠식당하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절대자산이다. 일생에 거쳐 광고에 노출됨으로써 부지불식 간에 빼앗기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비판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해 방송 콘텐츠와 광고는 아주 정밀하게 구분되고 관리될 수 있다. 광고 배치나 분량 등 기술적 관리는 물론이고, 본방 콘텐츠와 광고가 내용적으로 긴밀히 연결되는 전략적 관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호하는 광고만 노출되도록 선택할 수도 있고, 광고 잔여 시간을 표기하거나, 광고를 생략하고 건너뛰는 기능도 구현된다.

현재 시청자들은 방송 콘텐츠를 보기 위해 이용료를 부담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들은 시청자가 광고를 봄으로써 이용료가 절감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방송사업자의 광고 수익과 이용료가 공정한 상관관계, 연동관계를 갖는지는 정밀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방송사업자의 입장을 백번 수긍해 주더라도, 일단은 시청자가 광고를 거부할 권리가 최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그 원칙 하에서 광고를 시청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 시청자나, 광고 시청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원하는 이용자의 상황이 이용료 가격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용료를 다소 더 내더라도 광고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누릴 것인지, 이용료를 할인받는 대신 광고를 기존처럼 용인하고 살 것인지, 광고를 더 많이 수신하는 대신에 이용료를 확실하게 감면받을 것인지, 선별적으로 원하는 광고 타입만을 수용할 것인지 등, 스펙트럼이 다양해져야 한다.

물론 TV를 켜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시청자 자신이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재량영역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광고가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 시대에, TV는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뉴스, 영화, 음악, 교육, 여가, 체육, 공연, 시사, 다큐, 어학 등 유효 정보를 얻는 생활 인프라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사이 일방적으로 방영되는, 그 많은 광고들을 시청자가 일일이 주체적으로 회피하기란 쉽지 않다.

광고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홍보 목적으로든, 정보 기능으로든 광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잘 만든 창의적인 광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이고 콘텐츠일 수 있다.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매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보면, 시청자가 광고에 시달려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방송 광고가 더 이상 사람의 시간을 축내면서 반복적으로 메세지를 세뇌시키는 방식으로만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거부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광고의 작품성·예술성·공공성·참신성·효과성 등으로 승부할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해야 한다.

시청자, 가입자의 광고 시청 거부권과 광고수익 일부를 시청자의 이익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현행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정책은 중간광고를 허용하니 늘리니 하는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 거부권을 간과하고 무시해온 광고학의 갑질 도그마, 광고업계의 전근대적인 논리는 파격적으로 수정돼야 한다. 사람의 자유와 시간을 가급적 침해하지 않고, 일상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광고 문화도 진화해야 마땅하다. 굳이 예시하자면, 본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광고 등 시청자에게 부담과 불편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찾아가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원래 옳은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에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 헌법, 행정법, 법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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