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격투가의 영화이야기 : 컨테이젼(+감기)

2011년 9월 개봉했던 영화 컨테이젼은 'Contagion' 즉, (접촉)전염, 전염병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영화이다. 이 영화는 26세라는 젊은 나이에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연소 수상)을 수상한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을 맡았고, 출연 배우로는 맷 데이먼, 마리옹 꼬띠아르,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 케이트 윈슬렛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는 잠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었지만, 국내에선 유독 저조한 흥행실적(23만)을 남긴 영화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2년 뒤 비슷한 주제로 개봉한 영화 ‘감기’가 310만 이라는 관객 수로 준수한 성공을 거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 두 영화의 흥행의 격차는, 바이러스의 공포로 비롯되는 주제의 ‘긴장감’은 같지만 영화의 전개상 드러나는 ‘긴박감’의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개봉 당시 컨테이젼은 전개가 다소 ‘loose’하다는 평이 많았을 정도로 상황을 건조하게 그려 낸다) 그럼에도 영화 컨테이젼이 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전염이 발생할 때마다 재조명(2015년 메르스, 2020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을 뜨겁게 받는 이유는, 이 영화가 현실과 매우 흡사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컨테이전의 내용에서 현실과 유사성을 정리해보자. 질병의 시작이 박쥐의 변을 먹고 자란 돼지를 맨손으로 요리하면서 생겼다는 것(박쥐로부터 비롯)과 호흡기를 통한 직접 접촉 감염 뿐만 아니라 손가락, 물건 등이 매개가 되는 간접 접촉 감염(최초 감염자의 손에서 전파되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클로즈업을 통해 부각 시킨다)을 보여주는 점. 전염지역 봉쇄 소식을 지인에게 미리 알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부분. 마스크 등의 의료 및 생활용품들의 사재기와 가짜 뉴스의 난무.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꾸며지는 것 등이다.

컨테이젼과 비교되는, 우리영화 감기가 갖는 현실과의 유사점은 중국의 우한시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도시 폐쇄를 주장하는 의료담당자와 이를 처음엔 거부했던 정부. 슈퍼 전파자가 주변을 감염시킨 이 후에 도시의 폐쇄 결정. SNS에 떠도는 각종 괴담. 학교와 직장에 내려진 휴교령과 휴업령. 그리고 길거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 등등.(컨테이젼과 감기가 유사한 부분도 많다)

영화로서 컨테이젼과 감기가 보여주는 사실성에는 공통적 한계도 있다. 바로 치사율과 전염율(속도)에 대한 부분이다. 컨테이젼은 바이러스 질병의 치사율 20%에 135일 동안 수천만의 감염자가 발생한다는 설정이고, 영화 감기는 치사율 100%, 감염속도(율) 1초당 3.4명이라는 설정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바이러스의 전염성과 치사율은, 숙주의 생존여부가 감염자 증가 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수치는 반비례 한다.(사스를 기준으로 메르스는 약 4배의 치사율을 보였지만 전파속도는 1/3정도였고,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4배의 전파속도를 보이지만 치사율은 약 1/4정도라고 한다)

두 영화는 영화라는 특성상 관객의 긴장과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현실보다 더 공포적인 상황을 가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내용으로 인해 현실을 더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는 없다. 자칫 영화 속 내용과 실제 현실을 혼동하게 된다면 우리가 이 상황을 극복하기위해 가져야 할 필요한 만큼의 긴장 정도를 넘어 ‘공포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포심’은 바이러스가 주는 건강에 대한 피해 외에도 다른 문제들을 야기 시키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공포증(Phobia)’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공포심에서 유발된 ‘공포증’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정신분석 용어 사전을 통해 그 사전적 의미를 먼저 알아보자.

공포증(Phobia)

프로이트에 의하면(1909), 공포증은 대체로 일반적이고 막연한 불안이 공격적 형태를 띠는 불안히스테리의 일종이며, 이때 불안은 외부의 대상이나 상황에 연결된다. (후략)

- 정신분석용어사전 -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흔히 일상에서 공포, 공포감을 대신해서 쓰는 ‘포비아’란 용어의 정확한 의미는 ‘공포증’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일들 중 사회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혐오’인데, 프로이트의 정의에 따르면 혐오는 곧 공포증이 발생시킨 ‘막연한 불안이 공격적 형태를 띠는 불안 히스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포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제(機制)이지만 공포증으로 인한 혐오는 생존을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아니며, 감정적 피해를 발생시키는 일일 뿐이다.‘No Japan’ 포스터를 패러디한 ‘No China’의 등장,“중국인이 무상 치료를 받기위해 폐렴 발병사실을 숨기고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질병의 초기 명칭이었건 ‘우한 폐렴’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2019’로 바꾼 것을 중국에 대한 눈치 보기라는 주장, 전세기로 입국한 우한지역 교민에 대한 노골적 혐오의 말들. 이것들은 중국에 대한, 정부에 대한, 그리고 환자들에 대한 혐오이다. 다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 혐오가 일부 지역의 주민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뿐 만이 아닌 일부 언론과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회의 중심을 잡아야 할 언론도, 일부 정치인도 ‘공포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불안히스테리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공포의 상황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공포증을 겪고, 혐오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라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질병의 원인 파악과 확산방지, 치료와 대처, 방역과 예방 등에 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으로 인해 전염질병의 치료제가 만들어지기 전임에도 그 확산을 막는 의료기술들과 감염을 차단하는 체계들이 발전해가고 있다. 불안한 상황이지만 공포심보다는 적당한 주의와 긴장, 그리고 위생수칙의 준수와 유지 등이 중요한 시점이다.

수 백년 전엔 전염병이 돌면 그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었었다. 2003년 사스 사태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의 의료진과 해당 환자들이 혐오의 대상이었었다. 그러나 혐오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며, 전염병 극복에 아무런 도움을 준적도 없다. 질병의 상처 외에 또 다른 상처를 남길 뿐이다. 나약해서 생긴 공포증, 혐오를 벗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영화 모두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하고 각 분야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들이 나온다. 뉴스와 방송에 그 모습이 나오지 않아도, 우리가 주목하고 격려하지 못해도, 투철한 사명감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남모르게 고생하시는 현재, 현실 속 관계자 여러분들께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자 한다.

 

논술격투가 안주혁 소개

 

前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前 이투스 온라인 논술강사

前 대한교과서 논술 수석연구원

現 동국대학교 로스쿨 논술 특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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