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격투가의 영화이야기 : 더 포스트(The Post)

2018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영화‘더 포스트 The Post(2017)’는 정치를 대하는 언론의 자세를 다룬 영화로, 헐리웃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공원’, ‘캐치미 이프 유 캔’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냈음은 물론이고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으로 두 번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는 1975년 데뷔작‘죠스’이후, 지금까지 상상을 자극하는 SF장르에서부터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까지 100여 편이 넘는 영화를 감독하거나 기획 혹은 제작하는 등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이 차분하고 경쾌하게 연출한 이 영화 ‘더 포스트’는 지금은 미국의 유력일간지가 된 워싱턴 포스트가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워싱턴 포스트 사주인 캐서린(메릴 스트립 분)과 편집국장인 벤(톰 행크스 분), 그리고 여러명의 기자들이 30년간 미국 정부가 은폐해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문서(일명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한다. 그 비밀문서에는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의 재임 동안 벌어진 베트남전 관련 사건들이 들어있었다.

그 주요 내용들은 통킹만 사건(미국 참전의 계기로 조작된 사건으로, 북 베트남이 미군을 선제 공격했다는 허위 사건)과 불리해져만 가는 베트남전 상황의 은폐, 전쟁으로 증가된 국가 부채의 축소, 비인도적 무기의 사용과 민간 시설의 폭격 등과 같은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은폐와 기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써 미국 정부가 그동안 승전 가능성도, 명분도 없는 전쟁에 국민과 의회를 속여 가며 수 많은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왔던 것이 그 안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이 비밀 문서에 대한 내용은 먼저 뉴욕타임즈가 먼저 입수하고 일부를 기사화했으나, 미국 법원의 보도 중지 명령(미국 역사상 첫 번째 보도 중지 명령)으로 그 어떤 언론의 후속 보도도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워싱턴 포스트는 이 비밀문서의 상당 부분을 입수하여, 닉슨 정부의 위협과 법원 모독죄로 기소될 위험을 무릅쓰며 추가 내용들을 대서특필하여 보도한다. 이로 인해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즈는 결국 기소되고 연방 대법원에 서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이때 미국 내의 다수 언론들이 워싱턴 포스트가 보여준 용단을 응원하며 다 함께 보도중지 명령을 깨고 펜타곤 페이퍼의 내용을 일제히 기사화하는데 동참한다.

언론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미 행정부의 은폐 행위에 대한 모든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베트남전 반대의 여론은 더욱 확산되었다. 이에 연방 대법원도 6:3의 판결로 두 신문사의 손을 들어 주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여기서 연방 대법원은 ‘언론은 지배층이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는 유명한 판결문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 사건으로 지역 일간지에 지나지 않았던 워싱턴 포스트는 언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용기를 보여줬다는 찬사는 물론, 언론사로서의 진정한 책임을 다했다는 평을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유력 언론이 되어 오늘날 뉴욕타임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여기서 언론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언론

1. 개인의 글이나 말로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글.

2. 매체를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

이다.

영화에서 뿐만아니라 현실에서도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언론의 중요한 역할들이다. 이런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다룬 이 영화속 사건이 1971년 미국에서 벌어졌다면, 우리나라도 비슷한 시기에 언론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당시 국내에선 유신정권에 저항하여 비판적 기사를 내는 언론사에 대해 중앙정보부가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일이 있었는데, 경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해당 신문사의 사주는 폭력배등을 동원해 (언론인의 양심을 지켰던)기자와 직원들을 대량 해고시켜 버리고 만다.(1975년 동아일보 대량 해고 사건).

130여명에 달하는 이 해직 기자 및 직원들은 해직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독재 정부로 부터의 탄압과 감시, 취업 방해 등으로 생긴 생활고에도 그 의지를 꺽지 않고 십수년을 견디다가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새로운 신문을 창간(1988년 한겨레 신문창간)하기에 이른다. 이 사건은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그들의 사명감과 그러한 언론의 필요를 느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응원이 더해져 만들어낸 일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건(언급된 신문사의 성향과 그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사회에 큰 울림을 주던 시기를 30여 년이 지난 지금, 수많은 미디어의 탄생으로 언론계는 엄청난 양적 성장을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은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유행을 넘어 일상어로 쓰일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가 되었다.

일명 기레기의 기사로 취급되는 유형들을 좀 살펴보면, 어법의 오류, 오탈자의 남발, 취재 대상의 오기 등이 지적되는데 이는 그저 애교에 불과한 정도이고, 전날엔 ‘이렇다’고 쓴 기사가 다음날 ‘이렇다고 한다’로 바뀌기도 하며, 취재원을 밝히지도 않은체 일명 ‘~카더라’식의 보도 행태를 보이는 기사도 있으며, 팩트 체크 없이 기사를 내보내고도 정정 보도 없이 슬그머니 기사를 삭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직업의 특성상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라도, 예전에 비해 기자들의 소양부족, 무책임, 도덕 불감 사례가 늘고 있고, 사회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4.15 총선을 앞둔 지금과 같은 시점은 언론의 역할과 역량이 더 부각되는 시기이다. 언론이 정치 공학적 유,불리나 경마식 보도, 정치적 분란과 갈등 위주의 보도로 시선 끌기에만 매달리다 보니 차기 국회가 처리해야 할 주요 현안들, 정당과 후보자(예비)들의 핵심 정책과 그에 대한 분석, 바뀐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설명 등을 다룬 기사를 찾기 어렵다(이를 보기 위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찾는 시민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누려왔던 언론이 이제는 개인 유튜버보다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 아닌가 싶다.

영화 ‘더 포스트’에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사 중 하나는 “뉴스는 역사의 초고이다”라는 말이다. 이 대사는 언론의 기사가 역사의 초석이 되며, 동시에 자신들(언론사)의 정체성을 쌓아 가는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사를 만드는 언론의 엄중한 책임 강조하는 하는 말로도 해석되어 진다.

우리나라 언론의 상당수가 독재정권의 압력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었고, 심지어 역사 앞에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언론사도 있었다. 그러나 특정 대상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 익숙한 일들과 선정적 관심끌기는 좀 뒤로 해야하지 않을까? 혹여라도 오늘날 공정, 균형 등의 가치가 경제적 가치에 밀려 언론사에게는 더 이상 부질없는 것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더라도, 이 사회의 버팀목, 이정표가 되어줄 ‘기둥 혹은 푯대’(Post)가 되도록 노력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논술격투가 안주혁 소개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이투스 온라인 논술강사

대한교과서 논술 수석연구원

동국대학교 로스쿨 논술 특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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