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에 개봉하여 상영중인 영화 ‘정직한 후보’는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감독했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이다.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배우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선거 관련 코미디 영화이다.

이 영화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자신의 경제적 신분과 가족사까지 속여가며 3선 국회의원이 된 주상숙(라미란 분)이 어느 날부터 마법처럼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가정으로 시작된다. 거짓과 가식으로 성공한 정치인이었던 주상숙의 입은 어느날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어 막말들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예를 들어 시어머니 앞에서 대놓고 불만 섞인 불평과 인신공격의 말을 쏘아대고, 남편과 함께 출연한 생방송에서 ‘19금 부부생활’에 대한 말도 서슴없이 늘어놓는다. 자신을 반기는 지역 유권자에게까지 속내를 숨기지 못한 말을 내뱉고,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건 알바를 동원해 사재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실토를 하며, 지역 유세에선 이 지역구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사는 동네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주민 여러분들도 잘 알지 아시냐며 되묻기까지 한다. 사실상 거짓말을 못하게 됨으로써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 ‘정직한 후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못하는 한 사람을 가정하고 만든 영화라면, 헐리웃영화 ‘거짓말의 발명(2009)’은 모두가 거짓말을 못하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알게된 한 사람이라는 정반대의 설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에서 박물관 관장으로 출연한 바 있는 릭키 제바이스는 여러 코미디 영화를 감독하거나, 연기자로 출연해 왔는데, 이 영화 ‘거짓말의 발명’에서는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이 영화 ‘거짓말의 발명’의 내용은 누구도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세상에 ‘루저(영화에서의 표현대로)’로 살고 있는, 매력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 남자가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됨으로써 유명세와 부를 얻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초반 노골적인 성적 대사들이 다소 불편하고 식상한 결말(원했던 사랑은 진실을 통해 얻는다는)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는 어떤 것들일까에 대한 부분을 재미있는 상상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를테면 처음 만난 소개팅 상대에게 당신을 보니 오늘 데이트에 결코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던지, 티비의 광고에서 자신들이 만든 상품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제품이라고 말한다던지, 직장에서 해고된 동료에게 자넨 평생 그렇게 살 것 같다는 등, 모든 등장인물이 앞서 소개한 영화의 주성숙(라미란)처럼 거침없는 막말들을 쏟아낸다.

이 두 영화는 거짓 없는 말들이 진솔해지기 보다는 경솔해질 때 벌어지는 재미, 즉 막말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다. 이렇게 표현된 막말이 관객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이유는, 보기에도 멀쩡한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분별없고 경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분별 없는 막말들은 적당한 선에서는 코미디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여기서 막말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막말

1.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2.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

이다.

최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이 세간의 화재를 넘어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 다투어 일어났다. 유권자들의 말에 귀기울여 여론을 수렴하고 이끌어 가야 할 후보자 중 일부가, 당선에 눈이 멀어서였는지 유권자 생각과 마음과는 상관없는 분별없는 막말을 쏟아 내었다. 이들의 말은 영화에서 봤던 막말들 못지않 게‘함부로 말하거나, 속되어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케 하였고, ‘뒤에 여유를 두지 않고 잘라서 말함’으로 인해 자신의 퇴로마저 스스로 차단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경솔한 발언들은 묘하게도 “솔직히 말해서~”라는 표현 뒤에 오는 말들인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는 솔직을 덧씌운 막말을 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하려다 빼버린 것이 거짓뿐만 아니라 사리에 대한 분별까지 없애버린 모양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막말이 그 경솔함에 대한 사과로도 잠재워지지 않고 크게 비난 받고 있는 건, 그 막말 속에 드러난 ‘분별의 부족’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신중한 선택을 위해 그들의 말에 귀기울였던 유권자들은 이런 막말에, 그들의 부족한 소양에 대한 실망과 결여된 인성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하는 황당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영화 ‘정직한 후보’의 장감독은 ‘위선의 거짓됨’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었고 ‘거짓말의 발명’의 제바이스감독은 ‘그래도 거짓보다 소중한 진실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두 영화는 막말이 주는 속시원함으로 관객에게 어느 정도의 재미를 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정치인들이 일으킨 막말 사건들은 속시원함은 커녕 두 감독의 유쾌한 메세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위선보다 못한 솔직함’을 보여주는 씁쓸한 사례만 남기고 말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날짜 지난 신문이나 어제의 티비뉴스처럼 말과 글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나가버리는 시대가 아니다. 사소한 말과 글조차도 포털사이트와 신문사의 서버에 저장되고, 여러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세상이다. 예전에는 객쩍은 농담으로 지나쳐젔던 정도의 말들이라도, 요즘의 세상에선 대중의 눈과 손에 증거로 ‘박제’되어 인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비정치인조차도 말과 글의 무게를 느낀다는 요즘 세상에 분별없는 막말을 하는 용기와 무지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남은 선거기간 동안엔 힘든 이 시기를 해쳐나갈수 있는 좋은 공약을 제시해 주는 정치인들의 믿을만한 말들이, 분별없는 막말보다 더 많이 회자되기를 기대해 본다.

논술격투가 안주혁 소개

 

前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前 이투스 온라인 논술강사

前 대한교과서 논술 수석연구원

現 동국대학교 로스쿨 논술 특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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