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변호사의 4차산업혁명이야기

인류의 역사는 18세기를 기점으로 문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산업혁명은 이전 시대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물질적 풍요와 사회, 문화적 변화를 가져왔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에밀리 그린 볼치(1867-1961)의 호언대로, 1차산업혁명은 기술 발전이 일으킬 혁명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2차산업혁명과 3차산업혁명은 진보의 계단을 차례로 밟으며 우리를 4차산업혁명 시대로 이끌었다.

1차산업혁명의 키워드가 기계, 2차/3차산업혁명이 각 석유와 전기,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면 4차산업혁명의 핵심어는 단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人工知能)일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을 기대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은 다양한 기술들로 구현되지만, 대표적인 것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라 할 수 있다. 21세기 4차산업혁명‘적’ 인공지능의 요청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2016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벌어진 이세돌 바둑 9단과 구글의 알파고간의 대결은 또한 4차산업혁명적 쇼크를 일으킨 사건이라 할만하다.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인 카스파로프가 두 번째의 대국만으로 IBM의 딥블루에게 패배를 선언한 사건이 많은 이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알파고의 승리는 인간의 능력과 컴퓨터 기능을 결합시켜서 얻은 성과다. 입력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살피고 고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기술(딥러닝과 보상학습)이 사용되었는데, 이 과정이 바로 알고리즘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과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간의 이성과 닮았다. 인공지능의 이명이 인공이성(Artificial Reanson)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알파고의 인공이성은 발전을 거듭해 알파고 마스터, 알파고 제로, 알파 제로로 진화한 뒤 화려하게 은퇴했다. 공식전적은 74전 73승 1패.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이긴 최후의 인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 다트머스 학회에서 존 매카시(1927-2011)가 처음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역사는 그보다 앞선 앨런 튜링(1912-1954)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익숙한 논문 「계산하는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 그것으로, 이른바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얼마나 인간과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 지를 ‘생각하는 기계’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다트머스 회의를 계기로 실기의 제작단계로 들어갔지만, 군사무기 개발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냉전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90년대에 이르러 디지털 물리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프레드킨(1934-)이 AI체스 개발경진대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에 선정된 것이 바로 카스파로프를 이긴 딥블루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이성을 모방하며(생각하는 기계), 인간을 이기고(딥블루), 인간을 넘어서고 있지만(알파고), 인간을 완전히 초월하기까지는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생각’을 흉내내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설(1932-)교수는, 인간의 내면을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로 치환할 때, 그 수준이 최소한 인간의 지성 수준에 이른 것을 ‘강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하고, 단순히 인간의 유용한 도구로서 기능하는 것을 약인공지능(Weak AI)이라 부른다. 사실상 현재의 AI는 인간을 완벽하게 모사한 강인공지능이 아닌 수많은 데이터에 기반해 학습된 결론을 내는 약인공지능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는 “라면을 끓이는 데 필요한 재료가 뭐지?”라는 말에는 쉽게 응답하지만, “새벽 2시인데 라면을 끓일까?” 질문에는 “죄송해요. 이해를 못했어요.”라고 답하는 게 고작이다. 질문자를 잘 아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제대로 답할 수 없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라면은 다이어트의 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연의 아픔을 위로할 안주가 될 수 있기에.

시리를 인간과 같이 취급하고 적으로 경계해야 하는 세상,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파견하는 스카이넷이 현실이 될 세상은 좀 더 먼 미래에 있다. 이세돌보다 훨씬 바둑을 잘 두는 알파고도 결국 ‘바둑 두기’라는 인간이 가진 능력의 극히 일부를 흉내내고 있을 뿐이다. 다만 약인공지능이 강인공지능보다 반드시 열등한 것이다는 확신에는 재고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를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우리가 아닌 것을 꿈꾸며 살아왔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그 꿈이 현실이 된 지금의 비행기는 새와 좀처럼 닮은 구석이 없다. 새를 닮고 싶다는 꿈이 수백 명의 사람과 화물을 싣고 소리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현재의 가능성이 된 것처럼, 인간을 닮고 싶다는 인공지능의 꿈은 우리에게 또 어떤 미래의 가능성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주지해야 할 것은 그 가능성의 방향에 언제나 인간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또 하나의 얼개인 빅데이터와 인간, 개인정보에 대한 이야기다.

 

변호사 이상훈 소개

 

()4차산업융합법학회 집행이사

주식회사 핀크 준법지원팀

국회의원실 비서관

법률사무소 지호 부대표

법무법인 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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