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엔 '합당', 나경원엔 '대선' 역할 제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1일 헌정 사상 첫 30대 당대표가 된 이준석(36)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당선 소감 연설에서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가사를 인용하는가 하면, 대변인단 '토론 배틀' 공개채용을 약속했다. 함께 경쟁했던 나경원·주호영 후보에도 "역할을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앞서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칠 것"이라고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당 대변인 2명, 상근부대변인 2명의 '토론 배틀'도 내걸었다.

그는 같은 연설에서 "제가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는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의 구체적인 설계와 토론 배틀, 연설 대전을 통한 대변인단의 공개 경쟁선발"이라며 "어쩌면 피선거권도 없는 20대 대학생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우리 당의 메시지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당대표가 대변인단을 지명해 뽑았던 관례를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이 대표는 함께 경선 과정을 거친 중진 나경원·주호영 후보에도 "중차대한 역할을 부탁드릴 것"이라고 했다. 선거가 끝난 후 건네는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닌 구체적 역할 배분을 제시했다.

그는 "주호영 대표께서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셨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계속 그 일을 맡아주시면 좋겠다"라며 합당 관련 실무단 구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전했다. 또 "(나 후보는) 우리 당원들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우리 지도자 중 하나"라며 "당연히 대선 과정에서 상황과 격에 맞는 중차대한 역할을 부탁드릴 의향이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선을 그었던 두 후보와는 달리, 이 대표는 "거꾸로 우리가 제안해도 그분이 안 오시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분을 저희가 초빙할지 말지 여러 걱정하는 게 좀 의아하긴 하다"라며 "대선 경선에서 후보가 정해지면, 후보와 상의해서 그분을 당으로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오는 15일 자택 앞 병원에서 얀센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우려스럽지만, 또 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지지자나 일부 당내 인사들이 백신 불안정성을 언급해서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라고 야권 내 '백신 안전성 우려'에도 선을 그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신임 당대표가 선출된 것을 두고 "신선한 바람에서 시작했고, 그 바람은 청량했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전당대회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두 달 전에 치러진 4.7 재보궐 선거가 재현된 것 같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신임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37.41%)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8.76%)를 합산해 43.82%(총 9만3392표)를 얻어 1위로 당선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제1야당 대표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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