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경제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10월 24일 주가 대폭락과 함께 시작된 대공황은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당시 주가는 다우 존스 지수 기준으로 380근처까지 상승하였다가는 1932년에 40근처까지 하락하였다. 주가가 1929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1954년이었으니까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약 25년이 걸린 셈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실업률이었다. 1929년 거의 완전고용상태였던 실업률은 1932년 25%까지 치솟았다. 은행도 반 정도 문을 닫았고 실질경제성장률은 1930년에는 -8.6%, 1931년에는 -6.4%를 기록하더니 1932년에는 -13%를 기록하였다. 올해 우리 경제의 예상성장률이 -3% 정도로 예측되는 데도 모두들 어렵다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는 것과 비교해보면 당시의 불황이 어느 수준이었는지 가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버 정부는 오히려 긴축정책을 사용하면서 시장에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갔고 결국 정권이 교체되었다. 1932년 당선된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부지출을 확대하고 각종 공공사업을 벌이는 등 소위 뉴딜 정책을 시행하였고 이러한 뉴딜정책은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면서 1934년 성장률은 10.8% 1935년 성장률은 8.9%를 기록하였다. 더구나 곧 이어 발발한 2차대전으로 인해 미국은 전쟁이 제공하는 특수를 누리면서 역설적으로 공황을 완전하게 극복하게 되었고 세계 제일의 국가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케인즈 경이 내린 대공황 원인 진단

공황의 극복에 있어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경이 저술한 “화폐 고용이자에 관한 일반이론”이라는 저서이다. 이 책을 통해 케인즈 경은 대공황이 소위 유효수요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경제 내에서 유효수요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로 구성이 된다. 이 중에서 소비는 가계가, 투자는 기업이, 정부지출은 정부가 담당한다. 순수출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액수인데 이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를 합쳐서 부르는 해외부문이 담당하게 된다. 경제가 호황일 때 모든 수요가 잘 작동한다. 그러나 불황이 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된다. 특히 기업의 투자 감소는 심각하다. 케인즈 경은 투자가 기업가의 동물적 본능(animal spirit)에 의해 좌우된다고 지적하였다. 여기서 동물적 본능이라는 말은 동물적 감각 같은 직관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도저히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변덕스럽게 결정된다는 부분을 강조한 말이다. 경제가 조금만 잘되는 것 같으면 엄청난 투자를 하며 돈을 쓰던 기업이 경제가 조금만 안 좋아지면 투자를 급격히 줄인다.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경제전체로 볼 때는 아주 안 좋다. 부가가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되고 경제에 변동성이 심화된다. 특히 케인즈 경은 투자가 자체적으로 급격히 변할 경우 여기에 승수효과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했다. 즉 투자가 자체적으로 100이 줄면 국민소득은 150이나 200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잘될 때는 소득이 투자 증가분보다 커지지만 안 좋을 때는 엄청난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혼자만 살겠다고 나서면 다같이 어려워져

케인즈 경에 따르면 소비는 투자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변동이 덜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소득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부문도 마찬가지 이다. 잘될 때는 수출도 잘되고 수입도 잘되지만 불황이 오면 해외국가들도 수입을 줄이게 되고 이는 결국 우리의 수출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대공황 당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면서 서로 수출을 늘이고 수입을 줄이려는 전략을 사용한 결과 전체적으로 국제교역이 줄어들면서 모두다 같이 힘들어진 상황이 초래되었다. 혼자 살겠다고 나서면 다같이 어려워진다는 교훈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결국 불황이 오면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 정부가 나서서 빚을 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일 경우 이는 매우 효과적이다. 가격이 떨어져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써서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가격조정이 아니라 수량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수요관리자적 기능이 중시되면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되고 결국 수정자본주의의 흐름이 나타났다.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해졌고 정부의 기능도 상당히 다양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정부이 지나친 시장개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였고 규제가 심해지는 데에 따른 비효율도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정부의 빚 곧 재정적자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가현상이었다. 재정적자가 한번 발생하면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이를 채권발행을 통해 해결할 경우 채권 이자를 갚느라고 결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적자는 자꾸 늘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결국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국가부채 규모가 늘면 재정정책의 유연성은 자꾸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총수요를 결정하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모두 각각의 장단점과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야말로 아주 뛰어난 불황치유책

공급이 과잉이고 수요가 부족해지면서 발생하는 불황국면에서는 수요의 진작이 중요하다. 돈을 쓰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요를 구성하는 각각의 항목이 가진 한계성을 감안할 경우 건전한 소비야말로 아주 뛰어난 불황치유책이다. 불황때 투자증가를 기대하기는 매우 힘들다. 정부지출은 특정분야나 명분있는 대상에 대해서만 집중이 됨으로 인해 광범위한 효과를 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적당한 소득을 올리는 가계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소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나타날 경우 효과는 상당하다.

각자 사는 지역에서 골고루 소비가 증가하면 전국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면서 따뜻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몇몇 특정가계만이 지갑을 열면 효과는 적을 수도 있지만 소득을 유지하는 많은 가계가 이러한 건전소비에 동참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나타나면서 불황의 조기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맹목적 소비증가도 문제이지만 불황이 온다고 소비를 즉시 줄여버리면 효과는 돌고 돌아 나의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각자의 소비감소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덮치게 되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돈을 함부로 써서도 안되지만 너무 안 쓰는 것도 문제가 된다. 혼자만 살겠다고 하다가는 다같이 죽을 수가 있다는 것을 80년전의 대공황이 잘 보여주고 있다. 돌아오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적당한 수준의 음식점에서 검소하게나마 외식을 즐기면서 아이들에게 건전소비가 왜 중요한지 한마디 교훈을 던져준다면 이는 불황극복에 기여를 하는 동시에 애국의 행렬에 동참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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