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2년인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이 3월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4월 1일 국회에 제출됐다. 또한 현재 재직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사회보험료의 50%를 2년간 지원하도록 하는 기간제 근로자 등의 고용개선을 위한 특별조치법도 4월 중순쯤 국회에 제출된다.

이 같은 입법 배경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있다. 다시 말하면 세계적 경제위기가 고용위기로, 고용위기가 기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가중시켜 결국 기간제법의 위기를 몰고 오는, 이른바 ‘위기의 쓰나미’가 비정규직을 덮친 데 따른 것이다.

십수 년 전부터 세계화의 경제질서 하에서 우리 노동시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상당수 양산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위에서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임금과 복지에서 상당한 차별을 받음으로써 이른바 노동빈곤층(Working Poor)을 형성하게 됐다. 비정규직법은 부당한 근로조건의 격차를 시정하고 기간제 근로 및 파견근로의 사용원칙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간제 근로 등의 남용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기업의 방어적 인력정책에 의해 비정규직 중심의 구조조정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의 부족으로 기업에서 배제된 기간제 근로자의 생존이 크게 위협받는 예외적 사정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올해 7월이면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기간만료로 퇴직해야 할 근로자가 순차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반면 일자리 자체가 급속히 감소해 퇴직한 근로자들이 대체 일자리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이른바 실업대란의 위기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기업이 고통분담 차원에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한다 하더라도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2년이라는 고용기간의 절대적 상한 때문에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기간제 근로의 고용기간 상한을 정하고, 차별금지를 통해 근로조건의 개선을 추구하는 현행 기간제법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고용기간 문제는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량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예단이다. 오히려 정규직 전환 내지 대체 일자리 확보가 여의치 않은 기간제 근로자에게 계속고용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필요한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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