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 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

오는 6월 동남아 10개국 정상이 초청되어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동남아시아의 10개국 정상들이 제주도에 초청되어 긴밀한 협력관계를 다지고, 향후 경협의 진로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면서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4강 외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신아시아 외교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주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세안 시장의 잠재력과 한-ASEAN 경제협력 현황과 성과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통상외교 차원에서 주요 정책방향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 황금알을 낳는 신흥시장 아세안

동남아시아 주요국은 19800년대 후반이후 7~8%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신흥시장(Emerging Market)으로 성장하였다. 1990년대 초반 선진국의 보호주의 강화와 지역주의 대두, 중국경제로의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하여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은 역내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한국에 있어서 동남아시아는 시장개척, 투자진출, 자원개발 및 경제개발지원 등 각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다. 교역규모로 보면, 중국, EU에 이어 우리의 3대 교역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ASEAN은 우리기업의 제2의 투자진출지역이며 건설시장이다.

ASEAN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한국의 對ASEAN 교역은 동아시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과 전 세계 IT 제품의 수요 감소기인 2001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다. 매년 두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한-ASEAN 교역규모는 2004년 464억 달러에서 2008년 902억 달러로 지난 5년간 두배로 급증하여 중국, EU에 이어 우리의 3대 교역시장으로 부상하였다.

앞으로 한국과 아세안이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전면적이고 다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고, 최근 금융위기, 기후변화 등 주요 현안별로 역내 국가들과 연대를 추진하기 위한 ASEAN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단기적인 협력사업보다는 동남아 각국에 신뢰감을 주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ASEAN 개발이니셔티브’라는 종합적인 협력프로그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 세안은 신아시아 외교구상의 발판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역내 국가들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아세안 역내 주요 국가에 지한파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우수한 인재를 국비유학생으로 초청하여 한국의 사회문화를 접하고,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동안 4강 외교에 치중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한-ASEAN 특별정상회의는 아시아 지역으로 실용외교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아시아 외교구상은 아시아 중시 외교전략으로서 아시아가 북미, 유럽연합과 함께 세계 3대 세력권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아시아 외교의 지평을 범아시아 지역과 남태평양 지역으로 넓히기 위한 정책적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신아시아외교를 통해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에 정부는 이미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제적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G20 의장국을 수임하고, 아시아의 대국인 중국, 일본과의 협력관계 진전 등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국이 아세안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여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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