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김경수 원장
5월 초 정부는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 부가가치, 고용창출, 성장가능성, 서비스수지 개선효과 등의 잣대를 기준으로 삼아 교육, 의료, 물류, 방송통신, 디자인, IT서비스 등 9개 분야를 선정하였다. 이 분야에 대해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규제합리화, 경쟁활성화 및 제조업과의 차별해소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경제는 수출과 투자를 통한 산업화로 고성장을 이룩하였으며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제조업위주의 경제구조는 여전히 남아있다. 거의 대부분 서비스업에 집중된 여신규제업종은 외환위기 직후 비로소 철폐되었으나 서비스업종의 중소기업의 범위가 협소하고 세제, 재정 및 금융지원제도가 제조업에 비해 불리하다.

서비스업은 국민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정의 소득탄력성으로 인하여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그 비용도 높아지는 속성을 가진다. 선진국이 후진국보다 물가가 높은 것은 서비스 가격이 후진국보다 높기 때문이다. 한 나라에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물가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한다.

▲ 제조업 발달하면 서비스업도 덩달아 임금 상승 =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국제간 교역에 장애가 많다.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과 교육서비스를 받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것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유학에 교육비만 소요되는 것은 아니다. 방문국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고 생활에 따른 비용이 들고 언어를 습득해야하는 애로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비스를 경제학 용어로 비교역재(non-traded good)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조업이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시장규율의 기회를 가짐에 따라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게 되고 기술의 발전은 임금 등 이 산업의 생산요소에 대한 보상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진다. 제조업과 서비스업간 생산요소의 이동성이 존재할 때 제조업과 공유한 서비스업 생산요소의 보상도 마찬가지로 증가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제조업 부문의 기술발전은 전자제품의 경우와 같이 한편으로는 제조업이 생산하는 재화가격을 떨어뜨리나 또다른 한편으로는 제조업의 임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제조업 임금의 상승으로 서비스업의 임금도 함께 오르게 되며 이는 다시 노동집약적인 서비스의 가격을 높이게 된다.

또다른 예로서 교육을 들 수 있다. 근래에 들어와 e러닝과 같이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교육방법이 도입되었으나 ‘초크 앤드 토크(chalk and talk)’ 즉, 교수가 칠판에서 직접 강의하는 전통적인 방법만은 못하다. 교육방법의 기술발전이 더딤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수의 임금이 오르는 것은 인적자원시장에서 전자업계와 교육계가 서로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학교수의 임금수준이 전자업계보다 크게 떨어진다면 대학교수가 되려는 인적자원의 질적 저하가 일어날 것이고 따라서 고등교육수요에 제대로 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생산요소로서 토지를 생각해 볼 때 선진국의 부동산가격이 후진국보다 높은 것이나 한 나라 안에서 경제성장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 서비스산업만의 독자적 발전 없다면 전체 성장률은 제자리걸음 = 기술발전이 더딘 정체된 부문이 광범위하게 존재할 때 이른바 비용질병(cost disease)의 문제가 대두된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부 산업의 기술발전은 정체된 여타 부문의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정체산업의 성장률에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질병가설은 W. 보멀이 1960년대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비스업은 쉽게 교역이 일어나기 어려운 비교역재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용질병은 보편적인 현상이기보다는 나라에 따라 그 정도가 각기 다르다. 북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비용질병 자체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경우 비용질병의 문제는 잠재적으로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90년대부터 고용의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가 급격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용의 탈공업화란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로 인하여 고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90년대 초반과 비교할 때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그 절대적 규모도 100만 명 정도 감소하였다.

제조업 부문의 고용감소는 서비스업의 고용증가와 함께 생산성 감소를 가져왔다. 일례로 1995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각각 23.6%, 53.6%에서 2008년 16.8%, 67.6%로 고용의 이동이 일어났다. 한편 1995년 GDP비중이 각각 27.6%, 51.8%이었고 2008년 28.1%, 60.3%임을 고려할 때 같은 기간 동안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제조업과 균형맞춘 서비스산업 선진화 필요 = 서비스업의 속성상 한국의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어느 정도인지 쉽게 측정할 수는 없으나 서비스수지 통계치를 통해 간접적인 비교는 가능하다. 한국의 상품수지는 2007년 281억 달러 흑자, 서비스수지는 197억불의 적자를 각각 기록하였다. 2008년은 각각 60억불 흑자, 167억불 적자를 보였다. 서비스의 속성을 감안할 때 서비스수지적자규모는 어떤 기준으로도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세계 최대의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경우 2007년 상품수지는 8194억불 적자, 서비스수지는 1191억불 흑자를, 2008년에는 각각 8208억불 적자, 1397억불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아무리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도 서비스수지 흑자폭이 상품수지 적자의 1/5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치는 한국경제의 서비스업이 얼마나 낙후된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는 한국경제의 선진화라는 측면에서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막중한 과제다. 그러나 고용의 탈공업화가 주는 함의를 생각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서비스산업 전부문에서 선진화가 실현될 때 비로소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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