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양 국가보훈처장

6월은 자유와 평화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 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지금 우리는 물질적 풍요와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세월을 조그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꿈이자 간절한 바람이었던 적이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때문에 나라 잃은 아픔을 경험했고 광복의 벅찬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름다운 산하를 피로 물들인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어야 했다.

이때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미련 없이 던진 분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영광을 만들어 낸 분들이다. 선열들이 고군분투한 근현대사의 역사는 우리가 오늘날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지난 역사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 선열들의 나라사랑정신 계승해 국민통합 이뤄야

지난 세기 우리나라는 힘이 없어 국권을 상실하고 암울한 시기를 보낸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국력이 없으면 그때처럼 무력으로 당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의 약화, 건전한 정신문화의 부재 등은 이 또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는 요인이 되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력 즉 국가발전을 이루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선열들의 나라사랑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건전한 국민정신과 국민통합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 하는 일일 것이다.

로마 정예 제10군단은 3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드디어 이스라엘의 마사다성을 점령했다. 그 후 이스라엘은 지구상에서 없는 나라가 됐고 이후 유대인들은 2천 년 가까운 세월을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면서 온갖 학대와 수모를 당하며 살아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나치스에게 체포되어 수용소에 강제 수용됐고, 생체실험 대상이 됐으며, 독가스실 처형, 또 유대인을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 사람기름으로 만든 비누는 지금도 아이슈비츠 수용소 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이런 온갖 박해를 당하면서도 유대인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 한마디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유대인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즉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광복의 기쁨을 안은 지 64년, 6·25전쟁의 수난을 겪은 지 59주년이 되는 오랜 세월이 흘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역사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가 주역이 돼 가고 있다. 67세의 노년층이 6·25전쟁 발발 당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하니 민족의 비극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세대는 점점 좁아들고 있다.

◆ 청소년 안보의식 심각한 수준…국난 갑자기 올 수 있어

몇 년 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우리나라 중·고교생의 절반 이상이 6·25전쟁이 언제 발생했는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가가 위기에 놓이면 나라를 위해 싸우겠느냐”는 설문에서 10%만이 적극 나서겠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청소년의 안보의식과 개인주의 성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됐다. 심히 안타까운 심정이다.

우리는 지금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어려움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이러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과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읽으면서 이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보내야 한다.

국가 위기나 국난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올 수 있다. 평화는 지킬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6·25전쟁이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국가에 위기가 온다는 것은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6·25전쟁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지역·계층·세대간 갈등과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하여 국가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건전한 국민정신과 공동체의식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하겠다.

◆ 자기이익보다 공동체 이익 우선한 희생정신 잊지 말아야

한 나라의 존망을 좌우하는 바탕에는 자기 이익 보다는 공동체 이익을 우선하고 나아가 나라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정신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가에 대한 희생과 공훈에 상응하는 국민적 예우와 보상이 뒤따를 때 국가공동체는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보훈정신을 잊지 않는 국민만이 새로운 시대가 주는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국가보훈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있다. 그리고 국민에게 ‘위기에 강한 국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선진일류국가 건설의 정신적 토대를 배양해 나가는 데 있다.

내년이면 6·25전쟁 60주년이 된다. 정부는 이를 기념하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월 추진기획단을 발족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경제대국,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평화지향의 선진일류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UN깃발 아래 우리 대한민국을 함께 지켜준 21개국 혈맹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대거 초청할 계획이며, 6·25전쟁 혈맹 관계를 보훈외교로 발전시켜 국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다. “과거를 잊고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미래도 준비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선열들의 위국헌신과 국난극복의 정신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승하는 일이야말로 희망찬 내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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