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가 확산되는 가운데 3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청와대를 관람하고 있다.
【의회신문】"무섭고 불안하죠. 한국 뉴스나 신문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홍콩 친구가 어플리케이션으로 상황을 계속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2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얼굴 절반을 덮을 정도로 큰 마스크를 쓴 홍콩 관광객 제이슨(Jason·22)씨는 "지난주 토요일부터 4일까지 한국을 방문했다. 이 기간에 메르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 같아 아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친구 2명과 함께 서울을 방문한 그는 "불편하다"면서 대화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던 명동 거리가 메르스 확산으로 한산해졌다.

지난 2일 한국관광공사는 1일까지 한국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유커가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대만 관광객 500여명도 한국여행을 포기했다.

이날 명동에도 하얀색, 짙은 파란색, 검은색 등의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이 서로 부딪칠 염려 없이 거리를 거닐었다.

명동에서 외국인들 안내를 돕는 서울시 관광협회 안내원은 "미세먼지에도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던 중국인들이 너도나도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다"며 "평소 1200~1600명 정도의 외국인들의 안내를 도왔지만 오늘은 900~1000명 정도로 방문객이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평일은 패키지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해 일정 상 차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밖을 보세요. 거리에 사람이 없잖아요."

중국인 고객들로 호황을 누리던 화장품 매장도 손님이 텅텅 비었다.

명동 중심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80~90%를 차지하던 외국인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관계자는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나온 날부터 고객들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향했다.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낀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손에 면세점 쇼핑백을 쥔 한 여성 관광객이 답답한 듯 마스크를 벗었지만 이내 다시 착용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까지 관광객이나 매출이 줄어들진 않았다"며 "대신 고객들 불안감을 덜기 위해 유모차, 화장실 등 소독을 강화하고 손 세정제를 확대 비치했다"고 말했다.

내국인들에게도 메르스 확산은 공포다.

백화점 곳곳에 비치한 손세정제를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30명 정도였다. 하지만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손세정제를 찾는 고객도 100명으로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내국인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불안해서 오늘 샀습니다. 이제 계속 착용해야죠."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 중이던 60대 여성 A씨는 "택시를 탔는데 기사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더라"며 "의학 정보도 부족한데 손을 꼬박꼬박 씻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체험학습 도중 점심을 먹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초등학생 이모(12)군은 "학교에서 배운 대로 평소보다 서너번 손을 더 씻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며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메르스에 감염될까 무섭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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