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7주년 기념 특집기획 ‘정치 70년 비화’
‘이승만 정권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새롭고 힘찬 역사의 창조

▲ 진해 휴양 기간 중 숲길을 산책하고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77.7.27.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의회신문=서진모 수석논설위원】박정희 5·16 군사 혁명이 성공한 뒤 (남북의 비밀접촉)에 이르기까지, 일부 역사기록들은 군사정부의 부정적인 면만을 소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군사정부의 잘한 점을 먼저 살펴보자.

5·16 주체들이 혁명을 일으켜 장면 정부를 쓰러뜨린 뒤 군사정부를 출범시키고 나서 제일먼저 손을 댄 것이 (깡패소탕)이었다. 서울이고 지방이고 깡패라 일컬어지는 사회의 독버섯이 없는 곳이 없었지만, 유독 서울의 깡패는 집단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군사정부는 (민심수습)이라기보다는 민심을 얻으려는 생각에서 깡패소탕에 먼저 손을 댔던 것이다.

이 깡패소탕의 사명을 받은 것이 바로 박치옥이 단장으로 있는 공수단 이었다. 그들은 깡패를 소탕하라는 명령을 받자 지체 없이 행동을 개시, 서울 일원에서 잡아들인 깡패만 해도 대어·송사리 할 것 없이 무려 2천여 명이나 되었다.

‘과연 젊은 군인들이군. 잘한다, 잘해!’ 서울시민치고 군사정부를 칭송하지 않는 시민이 없었다. 민심을 얻기 위한 군사정부의 안목은 정곡을 찔렀다고 할 수 있다. 깡패를 잡아들이자 군사정부는 깡패들의 이름을 쓴 팻말을 목에 걸게 하고 “나는 깡패올시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라는 플래카드를 들려 거리를 행진하게 만들었다. 동대문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그 긴 길을 행진시켰던 것이다. 그런 다음 그들을 재판에 회부해 응징했다. 동대문 시장을 주름잡던 정치깡패 이정재(李丁載)는 사형을 당했다.

군사정부 통치 기간 중에는 이 깡패소탕으로 서울은 물론이고 어떤 지방도시에서도 깡패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어찌 국민이 “잘한다, 잘한다”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군사정부를 칭송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군사정부가 두 번째로 국민을 위해서 한 일은 ‘극빈자 구호대책’이었다. 3천만 인구에, 100만의 잠재실업자를 포함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던 실업인구가 3백만이나 될 때였다. 국민의 3분의 1이 실업자였으니, 국민 모두가 얼마나 어려운 살림을 하고 있었으랴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군사정부로서는 민심을 얻는 차원에서라도 극빈자 구호대책 문제에 눈을 돌릴 만한 일이었다. 여기에 먼저 눈을 돌린 것은 군.검경(軍.檢警) 합동수사본부장인 김재춘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어느 날, 그러니까 아직 장도영을 거세하기 전에 부의장 박정희를 찾아갔다. “각하! 혁명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배곯는 백성이 없도록 해야 할 줄로 압니다.” 이 말을 들은 박정희는 피식 웃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부처님 같은 말씀인데, 내가 그걸 모르고 있는 줄 아느냐 해서였다. “김대령, (의식이 풍족해야 예의를 안다)는 공자님의 말씀은 나도 알고 있어!” “실천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아시고만 있으면 뭘 합니까. 실천을 하셔야지요?” 김재춘이 실천을 운운하자 박정희는 정색했다. “김대령! 귀관은 정부가 빈껍데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나? 혁명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정도인데·······, 극빈자를 무슨 수로 구제한단 말인가?” 아닌게 아니라 박정희는 혁명을 일으킨 지 채 한 달도 못 되는 사이에 몹시 후회하고 있는 처지였다. 정부에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돈만 없는 것이 아니었다. 빚이 산더미 같았다.

‘고슴도치 오이 걸머지듯’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정부의 빚이 꼭 그 꼴 이었다. “정부의 실정이 이런 줄 알았더라면 혁명을 안 하는 건데!” 정권을 잡고 후회하기는 장면도 마찬가지였었다. 그가 허정의 과도기 정권으로부터 넘겨받은 유산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 넘겨주었던 채무증서뿐이었던 것이다. 정부도 개인이나 마찬가지로 돈이 있어야 사업을 벌일 수가 있다.

돈이 없는 건 고사하고 정부가 안고 있는 빚을 갚기에도 숨이 가쁠 지경이니, 무슨 재간으로 가난한 사람들 구제에 나선단 말인가? “각하, 다른 건 몰라도 기아선상에서 헤메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겠다고 한 공약만이라도 실천에 옮겨야 할 줄로 압니다.” “글쎄, 알고있어. 혁명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빌 수 있다고 했어. 돈이 없는데, 무슨 수로 혁명공약을 실천하느냔 말야?” 박정희는 역정을 냈다. 돈 문제만 꺼내면 절로 골치가 지끈거렸다. “각하, 만약 돈이 있다면 극빈자 구호사업에 먼저 손을 대시겠습니까?” “돈이 있다면야······.” “그럼 됐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