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가 제시했던 2015년 한국 국정의 방향

【의회신문=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을미년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난 연초 한국의 언론계는 2015년 한국의 국정방향을 어떻게 제시하고 전망했는가를 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2015년 신년사설은 한국지성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보기에 손색이 없었다. 3사의 신년사설을 발췌, 소감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광복 70년의 세월 동안 건국과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최소한 4번에 걸쳐 현명한 선택을 했다.

첫 선택은 건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루어졌다. 미국과 소련이 남한과 북한을 각각 분할 통치하는 상황에서 한때 신탁통치가 시도됐고, 공산주의 세력이 정국을 거의 장악한 해방정국에서 좌우 갈등은 숱한 정치테러 사건을 낳았다. 그러나.....남쪽만은 당시 세계적으로 그 안목을 인정받던 이승만이라는 위대한 정치인의 주도 아래 숱한 반대공작과 온갖 비난⋅모함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정을 헌정(憲政)의 기본 틀로 삼는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선택은 6⋅25전쟁을 치르면서 이뤄졌다. 자유와 평화, 민주와 인간존엄을 최고의 절대적 가치로 삼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유엔을 ‘대한민국과의 공동운명체’로 이끌어 들였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은 한 가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당시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과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북진과 원자폭탄에 의한 만주 폭격’ 주장을 끝내 거절하고 한국전쟁을 ‘휴전’으로 마무리함으로써, ‘한반도 적화’를 꿈꾸며 남침 도발을 자행했다가 되레 쑥대밭이 되어 존립 자체가 거의 어렵게 된 북한의 명줄을 살려주고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미해결 상태로 미봉하고 말았다.

당시 트르먼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주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휴전 아닌 북진을 계속했더라면 오늘의 ‘한반도 분단’이라는 한(恨)은 그때 이미 간단하게 해소되었을 것이었다.

그 무렵 미국은 만주 폭격에 의해 한반도를 충분히 통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고, 신생 중공(중화인민공화국)은 만주가 미국의 원자폭탄 폭격을 당할 경우 꼼짝 없이 손을 들고 한반도 전쟁에서 발을 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소련은 당시 미국의 절대적인 군사력 때문에 어떤 움직임도 자제한 채 잔뜩 움츠리고만 있었다.

그러나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확전을 염려한 나머지 이승만과 맥아더의 전쟁 상황 분석과 주장을 거절하고 맥아더를 총사령관 직에서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에 미국인들은 충격을 받았고, 미국 전역은 빗발치는 항의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 당시의 트루먼 대통령의 결정은 오판에 의한 치명적인 실책이었음이 미국 국방정보기관의 분석에 의해 나중에야 확인되었다.

◇ 未完의 대한민국 '열린 국가'로 가야

자유⋅민주⋅평화⋅인간존엄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이자 대한민국의 절대적⋅기본적 가치이다. .....세 번째 결정적인 선택은 한국식 개혁⋅개방 정책이었다. 5⋅16 쿠데타 이후 한국인은 민족역사 5천년 이래 처음으로 ‘굶주림’이라는 숙명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선택으로는 1960년 4⋅19 혁명,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시민⋅학생 시위로 이어져 온 민주화를 꼽을 수 있다. .....나라 문을 걸어 잠그는 실수를 하지 않았고, 그때마다 사회 혼란도 장기화되지 않았다. .....

그로부터 60년 동안.....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선진국 문턱에까지 올라선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자랑할 만한 성공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2015년은 이 놀라운 광복 70년사를 온전히 평가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네 번에 걸친 우리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건국과 6⋅25전쟁은 분단의 아픔을 온 민족에게 안겼다. 고속 경제성장과 노도와 같던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 리더십의 약화, 양극화, 지역 간 격차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지금껏 이 나라를 이끌어 온 ‘성공의 줄기세포’를 더 개발해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나머지 절반의 기적을 완성하려면 무엇보다 분단상황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올해는 2만명을 훌쩍 넘은 탈북 새터민들에 대한 따뜻한 지원과 관심을 제안하고 싶다. 많은 새터민이 한국에 들어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가 2만여 탈북자도 품지 못하면서 어떻게 2천5백만 주민의 마음을 얻어 통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 수교 50년, 방향 잃은 한⋅일 관계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지역적 패권을 놓고 서로 부딪치고 힘을 과시하는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이다. 미⋅중은 이미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와 관련한 국가적 결정 하나하나를 놓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미⋅중 각축에 일본까지 뛰어들었다.

일본 아베 내각은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추가 중국 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우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태세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을 자임하며 70년간 일본의 평화체제를 지탱해 온 각종 금기(禁忌)와 기둥들을 하나둘 무너뜨렸다. .....1880년 이 땅에 소개된 ‘조선책략’은 구한말 국권이 넘어갈지 모르는 위기 속에 조선의 외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 책자다. 러시아의 남진(南進)에 맞서 중국과 친하고(親中), 일본과 맺고(結日), 미국과 연결(聯美)한다는 외교 구상을 담고 있다. 조선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렀던 이 책의 저자는 청나라 외교관이다.

자국의 외교 구상도 다른 나라로부터 빌려 써야할 만큼 국제정세에 어두웠다는 얘기다. 그로부터 13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의 외교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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