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발전 위해 목포⋅제주 간 해저 KTX 검토해야
해저터널 개통되면 서울에서 제주 고속철로 2시간 28분

▲ 지난 23일 오후 제주산간 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공항에서 비행이 취소된 승객들이 기내에서 하차하고 있다.
【의회신문=정행산 주필】한반도 전역이 기록적인 한파로 얼어붙으면서 32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공항이 며칠 동안 마비돼 9만여 명에 이르는 관광객의 발길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폭설과 강풍 등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 중단은 비단 제주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면서 관광산업 도약을 위해 노력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번 사태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각인시킨 ‘불안한 관광지’라는 이미지 추락과 이에 따라 예상되는 유·무형의 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제주공항은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아예 못 뜨거나 제 시간에 이착륙하지 못하는 날이 연간 평균 50일을 넘는다. 제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항공⋅선박 이외에 대체 교통수단이 절실하다는 지적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지난 26일 이낙연 전남지사가 성명을 내고 “이번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제주공항 마비사태로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KTX) 건설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을 이해하고 찬성하지만, 공항 증설만으로는 기상 악화, 특히 갈수록 심각해질 기상이변에 대처할 수 없다”고 해저터널 건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보석 같은 관광자원 제주도의 미래와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목포-제주 간 해저 KTX 건설을 서두를 것을 중앙정부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남지사의 건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2014년 7월 발표한 ‘서울-제주, 부산-제주 고속철도를 통한 균형발전과 신성장축 구축전략’이라는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폭설과 강풍으로 45시간 동안 폐쇄된 제주공항의 운항이 재개된 가운데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마련된 제주공항 체류여객 비상수송대책본부에서 국토부 관계자들이 현황파악과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은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KTX) 연결안’의 일환으로, 서울-목포-해남-보길도-추자도-화도-제주도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 목포까지는 기존의 고속철도로 연결되며 목포에서 제주까지의 총 연장 167㎞ 가운데 목포-해남 구간 66㎞는 지상 고속철, 해남-보길도 구간 28㎞는 교량 고속철, 보길도에서 추자도와 화도를 거쳐 제주까지의 73㎞는 양방향 KTX 운행용 터널 2개와 가운데 서비스 터널 1개 등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안이 최적(最適)으로 제시되고 있다.

해저터널 구간 최대수심은 160m(화도-제주도 구간)이며, 그 다음으로 추자도-화도 구간 134m다. 해저터널을 포함한 목포-제주 간 고속철도 연결공사는 16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되며, 총 사업비는 16조8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해저 고속철도 구상이 성사될 경우,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를 타고 2시간 28분 만에 갈 수 있으며 목포에서 제주까지는 40분 만에 갈 수 있다.

이 해저터널 건설안은 당초 지난 2007년 7월 전라남도가 완도-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한데 이어 그해 9월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건의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다 2008년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전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구상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제주까지의 해저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경제권 형성으로 전 국토의 균형발전 도모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 제주 대설주의보와 강풍경보 등의 기상 악화로 제주공항의 항공운항이 중단된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안내판에 결항 안내가 나오고 있다.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한 접근성이 단축되고 거점(제주)과 배후지역(남해안 산업벨트)의 연계 강화, 수도권 인구의 제주 및 남해안 관광자원 이용 증가, 제주도만 관광하고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약 80%가 서울을 찾게 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낙후지역인 남해안에 신 성장경제권이 형성되고 2020년에는 전국 단일 관광권이 형성돼 주요 관광지 간 접근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내국인 관광객 증가로 제주도에 34만 명의 신규 일자리와 44조원의 생산유발 효과, 6조원의 임금유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도 한국교통연구원은 전망했다.

또한 해저 고속철도를 이용할 경우 항공요금이 경감되는 등 제주 방문객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어 40년간 12조 570억 원의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도 추정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타당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그동안 논의에 별 진척이 없었다. 특히 제주도민의 여론은 이 구상에 부정적이었다.

제주도민의 여론은 해저 고속철도보다는 신공항이 먼저라는 게 대체적이다. 해저 고속철도가 건설돼 육지 사람들의 왕래가 지나치게 잦아지면 제주 섬 고유의 정체성 훼손이 우려될 뿐 아니라 교통 접근성이 향상되면 제주의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당일치기 관광이 늘어 숙박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반대도 가세했다.

제주발전연구원은 2012년 11월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타당성이 낮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제주도는 신공항 건설에 우선 집중한 뒤 도민 여론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방문객 87%가 비행기를 이용하는 등 항공교통에 절대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설을 비롯해 태풍·강풍 등 기후조건에 매우 취약한 단점을 안고 있다. 섬이라는 지형 특성상 제주도는 기상악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후조건이 아닐지라도 이제 국제적인 관광지가 된 제주도의 교통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당연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 목포-제주간 해저터널 건설 구성안
문제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와 경제적 타당성이다. 목포-제주 간 해저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50.45㎞·해저구간 38㎞)과 일본 세이칸 터널(혼슈-훗카이도 간 53.9㎞ㆍ해저구간 23.3㎞)을 2~3배 이상 초과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된다. 제주해저터널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상과 건의에 대해 정부는 "현재로서는 추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제 제주도의 보다 더 큰 발전을 위한 개방적 발상이 필요한 때다. 막대한 사업비에 따른 사업 타당성 등 정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제주해저터널이 건설된다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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