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공천갈등 딛고 선거열전 돌입

【의회신문】제20대 국회의원 선거, 4.13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선 가운데 여야 정당은 막판 공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두 차례의 이른바 ‘살생부’라는 괴문서 파문을 거쳐 막말 녹음·유출 사건으로 당내 분열이 격화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노 청산을 놓고 조정작업이 벌어지고 있으며, 제3당인 국민의당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도부간 분열로 당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야 각 당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법정 선거일은 다가왔다. 오는 24~25일 후보등록일이 지나면 각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자들은 20여일 간의 선거운동을 거쳐 국민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 국민 여론의 대세는 19대 국회의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기준에 따라 현역 후보의 기득권이 어느정도 유지될지 의문이다.

각 당의 공천과정에는 새누리당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거침없는 언행,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공천관리위원장 홍창선)의 전권 행사, 국민의당은 전윤철 공심의원장의 엄정한 심사 잣대로 3인의 존재와 위세가 대단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과 진영논리, 선동으로 표심이 갈렸던 기존의 틀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19대 현역이 상당수 그대로 출마하게 됨으로써 국민의 선택 폭은 좁아 보인다. 눈앞에 다가온 4.13총선, 각 당의 공천과정을 지켜보고 이에 따른 선거의 쟁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핵심 5대 공약으로 △갑을개혁 △규제개혁 통한 일자리 창출 △청년 위한 마중물 △중장년 일자리 마련 △한국식 마더센터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 새누리당
계파갈등, 괴문서-막말파동으로 홍역
안정적 선거낙관, 물 건너 가는 듯

4.13 총선을 낙관적으로 보았던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에서 계파 간 이해 충돌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원칙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컷오프로 맞선 공천갈등 은 두 차례의 이른바 ‘살생부 문건’에다 친박의 윤상현 의원의 막말 통화내용이 녹음되어 밖에 나옴으로써 적전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초만 해도 40%를 상회하는 정당 지지율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교적 높은 지지도에다 야당의 분열로 안정적인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새누리당은 한 때 과반수를 넘어 180석, 최대 개헌선(200석 이상)까지 바라보던 낙관론은 당 내분과 공천갈등으로 이제는 과반수 목표도 벅차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취임 이후 누누이 강조해온 상향식 공천원칙을 전 지역에 그대로 적용할 때, 현역 의원과 지구당을 관리하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이 공천결과에 반영되어 신인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의원을 대폭 물갈이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그냥 상향식 공천제도에 맡겨둘 수 없는 것이 당 내외 사정이었다.

마침 독립기구로 마련한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무성 대표와 의중을 달리하는 이한구 의원(불출마 선언)이 선임되어 현역의원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천갈등이 예견되었고 급기야 공천심사 면접과 컷오프 과정에서 현역교체 교체기준을 놓고 심각한 분열상이 노출되었다.

현재까지 김태환 의원을 비롯한 현역의원이 공관위 컷오프에서 탈락했고, 지역경선에선 현역의원이 거의 다 승리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상향식 공천제도가 현역의 기득권 보호장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새누리당 공천은 상향식 공천원칙에 따라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이인제, 김을동 의원 등 최고위원까지 모두 지역 경선에 나서게 되었다. 가장 초점은 새누리당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지역이다. 대구의 12개 지역 중 김문수 전 경기지사만 확정되고 나머지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의원의 공천여부와 막말 파문에 걸린 윤상현 의원의 거취가 가강 뜨거운 감자다.

새누리당 회의실 벽면에 “정신 차리자. 한 순간에 훅 간다”는 경계구호를 붙여놓고 언행을 조심하자던 새누리당이 괴문서와 막말이 선거판을 흔들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일이 불의에 나타날지 새누리당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김무성 대표가 침묵무드를 하면서 “지금 내가 말하면 다 망한다”는 말이 여당의 선거가 얼음판을 딛는 형국을 말해준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저소득-저신용 서민을 위한 가계부채 공약 발표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전권행사, 친노청산 주목
이해찬.이미경 등 공천 탈락 최대 고비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물러나 양산에 내려가 있고 김종인 대표가 선대위-당 운영권을 아우르는 비상대권을 쥐고 공천 판을 좌우하는 가운데 당의 지지도가 계속 올라가 야권 경쟁자인 국민의당을 멀리 따돌리고 새누리당을 추격하는 30% 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를 두고 한 달만의 기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1차로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 현역의원 10명에 대한 공천배제를 시작으로 운동권 강성파로 알려진 강기정 의원을 제외한 이후 세간에 막말의원의 상징처럼 돼있는 정청래 의원을 배제하자 언론의 초점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로 쏠리게 되었다. 김종인 대표를 월급쟁이 임시사장, 또는 친노의 보호카드로 평가했던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천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친노 운동권 핵심은 그대로 다 살아남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마지막 7인에 대한 공천여부가 뉴스의 초점이 되었다. 국민의당 일부에서 친노패권 청산대상으로도 거론된 이해찬 의원을 비롯한 이미경, 설훈, 서영교, 전해철, 박혜자, 정호준 의원에 대한 공천여부가 계속 미뤄져 왔다. 김종인 대표가 이해찬 의원이 자진해서 거취를 결단해 주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은 12일 지역구인 세종시에서 선거사무소를 내고 퇴진의사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만약 이 의원이 공천을 받게 된다면 김종인 대표의 친노청산이란 말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까지 검토해온 7명이 그대로 공천된다면 더민주의 당 체질개선은 구호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것이란 소리가 높았다. 드디어 14일 오전 더민주는 이해찬, 이미경, 정호준 의원의 공천배제를 발표하고 같이 거론된 4명은 선거에 나서도록 했다.

현역의원은 컷오프에서 21명이 탈락했다. 전정희 의원 등 일부의원은 탈당해서 국민의당으로 가는가 하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거나 강력한 재심을 요구하는 측도 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의 경우 자신은 물론, 당 내외 인사들이 들고 일어나 열렬한 구명운동을 조직으로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재심이 받아들여져 번복된다면 김 대표의 리더십은 물론 선거관리 기구의 신뢰를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더민주의 친노청산은 선거구도에서 집토끼와 더불어 산토끼도 잡아보자는 것인데, 이와는 달리 친노청산이 오히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까지 선구 구도상 지역과-진영논리가 좌우하는 것을 생각하면 후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김종인 대표로서는 ‘경제민주화’란 상징성을 가지고 경제 민생문제로 승부를 해보자는 것이니 친노청산은 불가피한 것이다.

▲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천정배 공동대표와 선대위원장을 사퇴한 김한길 의원은 불참했다.
◇ 국민의당
계속 불안한 안철수의 리더십
김한길-천정배 반기로 당 존립위기

국민의당은 당초 굳건한 양당의 기득권을 뚫고 제3당의 ‘새정치’ 깃발을 들었으나 창당 초기 호남을 중심으로 거세게 불던 신당바람은 더민주의 지도부 교체로 서서히 가라앉아 이제는 총선 3자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당의 지도부 핵심인 김한길 위원장이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통합제의에 호응하여 야권연대를 주장하면서 당직(선대위 상임위원장)을 사퇴하고, 천정배 공동대표 또한 야권연대를 주장하면서 당무를 거부하며 중대결단을 하겠다고 하자 당이 사분오열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당의 사실상 오너인 안철수 대표가 거듭 독자노선을 고수하면서 야권통합-연대 불가에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당 분열위기는 일단 고비를 넘겼으나 여진은 계속 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설득과 만류로 천정배 대표는 여기에 수긍하는 것 같고, 김한길 선대위원장 사표는 수용을 하는 선에서 마무리 되는 것 같다.

여기엔 안철수 대표의 강한 의지와 이상돈, 한상진, 김성식, 박주선 지도부와 문병호 의원 등이 안 대표를 옹호하고 있어서 당이 위기대처가 가능했다고 보여진다. 그렇지만 더민주당이 계속 야권통합 연대를 요구하면서 당의 안정을 깨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된다. 이미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서울 노원병 후보로 1차 49곳, 2차 24곳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총선에서 적어도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 최대 50석을 바라보고 있다. 국민의당이 내세운 후보의 면면을 보면 제3 정당의 깃발로 양당의 틈새를 뚫는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보인다.

국민의당 후보로 나선 후보 중에는 기존 정치에서 신뢰를 받을 만한 인물과 새 얼굴도 나와 있으나 새정치 깃발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도 보인다. 국민의당이 살아남으려면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 군소정당으로 통진당 해산이후 근근이 원내 자리를 유지해온 정의당은 13일 전국 63곳에 나갈 후보와 비례대표 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현재 당 지지율 3~5%를 오르내리는 당력으로 보아 총선에서 원내 진출이 불확실한 상태다. 정의당은 야권연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정의당의 후보명단을 보면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갑)와 노회찬 전 대표(경남 창원성산구) 등이 출마하는 8곳과 주요 선거구로 울산 북구 등 7곳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권연대 없이 독자후보로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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