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34.4%, 더민주 27.3%, 국민의당 16.8%, 정의당 8.3%
광주⋅전남북에선 더민주 21.2%, 국민의당 50.8%로 최종 집계

【의회신문=정행산 주필】현행 선거법상 총선 투표일로부터 일주일 이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 공개 발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4·13 총선 일주일 전인 7일부터 하는 여론조사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7일부터 투표 당일인 13일까지는 블랙아웃(깜깜이)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나마 작년 12월부터 4월 6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어떤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실시했느냐에 따라 같은 날 같은 지역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등 뒤죽박죽이다. 지난 4월6일 현재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총 1천570건이다. 하루 평균 12건 정도의 여론조사가 실시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 여론조사 결과가 서로 엇갈리는 바람에 유권자들은 물론 각 정당조차도 어떤 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고, 선거 판세 파악에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4⋅13 총선 판세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집 전화를 사용하는 유권자가 줄어들고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거주지 정보는 여론조사 회사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인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여행 또는 업무차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 전 미리 투표를 하고 있다.
◇ 새누리당 수도권·영남 지지층 이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일 최종 발표한 4월 1주차 주중(週中) 집계(4~6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수도권과 영남 지지층 이탈에 따라 하락한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나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도가 50%를 돌파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 대비 2.7%포인트 떨어진 34.4%로 지난해 4월 넷째 주(33.6%)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더욱이 적극투표 의향층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1.7%포인트 하락한 32.7%로, 처음으로 더민주(34.2%)에 뒤졌다. 수도권에서의 적극투표 의향층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35.4%에서 33.1%로 줄어들었고, 대구⋅경북에서는 비박(非朴)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 속에 53.1%에서 7.1%포인트 내려간 46.0%로 내려앉았다. 부산⋅경남⋅울산 지역 적극투표 의향층의 새누리당 지지율도 43.2%에서 42.2%로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전국 지지율은 수도권에 힘입어 1.1%포인트 오른 27.3%로 상승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의 경우 더민주는 31.2%로, 새누리당과 불과 0.9%포인트 차의 접전 양상을 보이며 추격 중에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13.6%로 전주보다 4.2%포인트 늘었다.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는 34.2%로 새누리당을 처음으로 앞섰다.

다만 광주·전남북에서는 다수 지지층이 국민의당으로 이탈해 지난주 32.6%에서 11.4%포인트 급락한 21.2%에 그쳤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의 전국 지지율은 광주·전남북 지역의 강세에 힘입어 2.0%포인트 오른 16.8%를 나타냈다.

▲ 4·13 총선을 닷새 앞둔 8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부천중앙공원 앞에서 이사철(부천원미을) 후보 지원유세를 하기 위해 입장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국민의당 호남 지지도 더민주 두배 넘어

광주·전남북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지난주 40.5%에서 10.3%포인트 급등한 50.8%를 보였다.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의 지지율은 지난주 12.9%에서 2.2%포인트 오른 15.1%였다. 반면 이 지역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32.6%에서 11.4%p 급락한 21.2%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당 지지율 50.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이다.

정의당의 전국 지지율은 8.3%로 0.2%포인트 내려갔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난주 16.3%에서 4.4%포인트 하락한 11.9%를 기록했다. 기타 정당은 4.4%, 무당층은 8.8%로 집계됐다.

한편,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20.0%로 전주보다 0.7%포인트 하락했으나 1위를 유지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전주보다 1.1%포인트 하락했지만 14.3%로 2위를 지켰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4.2%포인트 상승한 14.2%로 3위로 올라섰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포인트 상승에도 불구하고 14.1%로 전주보다 한 단계 하락한 4위까지 밀려났다.

눈에 띄게 지지율이 변한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였다. 안 대표의 지지도는 투표 당일까지 계속 상승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7일 현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안 대표의 지지도 격차는 불과 0.1%로 거의 동률의 초박빙 접전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 20대 총선 사전투표일인 8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수원지역 이찬열(갑)·백혜련(을)·김영진(병)·박광온(정)·김진표(무) 후보가 수원역 앞에서 사전투표 참여 캠페인을 한 뒤 분당선 연장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박 대통령 지지율 4주째 하락세, 부정평가 54.6%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수도권, 호남 등에서 지난주 조사 대비 0.7%p 내린 38.4%(매우 잘함 15.2%, 잘하는 편 23.2%)로 4주 연속 하락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9%p 내린 54.6%(매우 잘못함 35.0%, 잘못하는 편 19.6%)였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의 격차는 지난주 16.4%p에서 0.2%p 좁혀진 16.2%p로 집계됐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지금까지 견고한 적극적 지지층으로 알려져 왔던 중도보수층의 지지율이 6.5%p 떨어져 종전의 지지율 43.9%에서 37.4%로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모든 지역과 연령대 가운데에서 가장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이다. ‘시멘트 지지층’이라는 보수층마저 박 대통령의 독단과 오기에 실망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한 지역과 연령층은 주로 광주·전남북(▼5.9%p, 21.8%→15.9%), 경기·인천(▼3.5%p, 38.4%→34.9%), 50대(▼5.4%p, 49.8%→44.4%), 20대(▼5.1%p, 21.6%→16.5%), 30대(▼2.6%p, 23.1%→20.5%), 중도보수층(▼6.5%p, 43.9%→37.4%) 등으로, 호남과 경기⋅인천, 20⋅30대 청년층과 50대 장년층, 중도보수층에서 이탈현상이 크게 나타났다.

◇ 제3 정치세력의 반등 흐름이 시사하는 의미

역대 선거에서 제3 정당은 초반 반짝하다가 사그라드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당도 그런 또 하나의 사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의당이라는 제3의 정치세력이 예상을 넘어서는 선전을 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런 흐름이 시사하는 바를 새누리와 더민주 양당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국민은 양당의 낡고 퇴행적인 독과점적 공생(共生) 구조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유권자들은 기존의 여야 두 정당이 하는 행태에 질려 넌더리를 내고 있다. 명색이 집권당이라는 새누리당은 대통령 한 사람 맘에 안 드는 자기 당 내 의원들을 원칙도 부끄러움도 없이 쳐내는 데 혈안이 되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공천 막장극을 펼쳤다. 이런 치사하고 옹졸한 보복 공천은 전례가 드물다. 더민주는 친노·운동권을 물갈이하는 듯했으나 ‘도로 운동권당’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8일 전북도립여성중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송천1동 사전투표소에서 국민의당 정동영 전주병 후보와 부인 민혜경 여사가 투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양당의 기득권 구도를 깨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천이나 정책으로 새 면모를 보여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3정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두 여·야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금 새누리당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텃밭이라는 영남 일부 지역에서도 야당·무소속 후보와 힘겨운 대결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와 친박의 오만에 분노한 여당 지지층에서 적지 않은 이반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기 당 의석 몇 개 더 건지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차제에 이 민의(民意)가 무엇인지 두 당은 깊이 고민하고 자성해야 한다.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총선 후에도 친박·비박으로 갈라져 패싸움을 벌이고, 더민주가 여전히 친노·운동권 정당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이 나라엔 희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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