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 특권은 비리 의원 보호용으로 전락
선진국 두배 수준의 세비에 각종 수당까지

【의회신문】4년 전 19대 총선 당시 ‘정치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이 봇물처럼 터지자 여⋅야는 한 목소리로 “이번 19대 국회에서 국회법의 각종 규정을 개정해 국회의원들의 특권⋅특혜를 대폭 내려놓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19대 국회가 개원하자 여⋅야 의원들은 앞 다퉈 각종 국회의원 특권⋅특혜 폐지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 임기 동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실제로 성사된 경우는 여론에 떠밀려 의원 연금 120만 원을 없앤 것이 전부다. 나머지 수십 개에 이르는 특권⋅특혜 폐지 법안들은 그동안 낮잠만 자다가 오는 5월29일 19대 국회 임기종료와 동시에 자동 폐기된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독일⋅영국⋅프랑스보다 더 많은 세비(歲費)

대한민국 국회의 비리 의원 보호용으로 전락한 불체포 특권, 국회 내 발언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특권은 ‘특권 중의 특권’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OECD 국가 중 미국⋅일본 다음으로 고액의 세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일⋅영국⋅프랑스의 국회의원들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더 높다. 1인당 GDP 대비로는 선진국의 무려 두 배에 이르는 세비를 받는 셈이다.

공무원 연봉이 평균 3.5% 오를 때 우리 국회의 의원 세비는 14% 올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연봉은 현재 대략 1억4천여만원(2016년 기준), 여기에 입법활동비 등 각종 명목의 수당으로 연간 9천만 원 정도가 별도로 지원된다. 상임위원장이 되면 월 1천만 원의 판공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국회 회기 중에 출석하지 않아도, 4년간 단 한 건의 법률안을 발의하지 않아도 월급은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온다. 이 밖에 1년에 2회까지의 해외시찰도 나랏돈으로 지원해준다. 국내 KTX와 선박, 항공기도 모두 공짜다.

정상인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 불가한 국회의원 특권⋅특혜가 이 외에도 수십 수백 가지다. 지난 2014년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특혜’는 무려 2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 등 3백명의 20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이달 30일부터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해 2020년 5월 29일까지 대한민국의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은 200여 가지에 이른다는 각종 특권⋅특혜도 누릴 수 있게 됐다. 20대 국회의원들은 먼저 새로 지은 1900억짜리 초호화 의원회관에 45평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여의도 지역 45평형 사무실의 한 달 임대료는 약 300만원 안팎, 월 관리비는 약 200만원 정도다. 국회의원들은 1년 사용하는데 약 6천만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는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45평형 초호화 사무실을 공짜로 제공받는 셈이 된다.

◇ 우리나라 국회의원 특혜 2백여 가지

의원회관 안에 마련된 초호화 헬스장과 사우나, 이⋅미용실, 병원, 한의원도 국회의원들에겐 모두 무료다. 의사가 상주하는 의무실은 가족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사무실 운영비 외에 통신요금, 소모품, 차량 유지비 등도 지원 대상이다. 국비로 최대 7명의 보좌관(4급 상당 2명, 5급 비서관 2명, 비서 3명 등)과 인턴 2명을 쓸 수 있고, 이들의 월급 3억9천513만원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한다.

▲ 국회 본회의장 모습
재정적 지원 외에도 해외에 나갈 때 공항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다. 길게 줄을 서 출입국 검사장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해외에서는 재외공관의 영접도 받는다.

이런 특혜 외에도 비용을 산출하기 어려운 특권들이 널려 있다. 혈세 500억을 들여 헬스장과 수영장 등을 갖춘 최고급 호텔 급의 강원도 고성 의정연수원을 언제든 가족과 함께 공짜로 사용하면서 휴양을 즐길 수 있고, 민방위 및 예비군 훈련 ‘열외’의 혜택 등도 누린다.

국회의원 1명을 4년간 지원하는데 약 35억원의 국고금이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을 4년 임기 동안 지원하는 데 1조500억원이 투입된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보다 두세 배쯤 부자나라인 복지국가 스웨덴에서는 농부 간호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경우가 많고, 임기가 끝나면 70% 정도는 재선을 마다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의원들에겐 차량 지원도 없고 차량 유지비 지원도 물론 없다. 국회에 나올 때 자가용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대부분 자전거를 이용한다. 개인비서나 보좌관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임무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은 지독할 정도라고 한다. 집에서 며칠씩 밤을 새면서 산더미 같은 자료를 쌓아놓고 검토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이러니 나라가 잘 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특권인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에게는 없다. 스웨덴 의원은 12년 동안 의원직을 유지한 아주 특별한 경우에 한해 연금이 지급된다. 물론 세비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은 2006년 2월에 ‘국회의원 연금 폐지법’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돼 그해 4월부터 의원연금제도가 폐지됐다. 일본 중의원 의원들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직후 복구자금 지원을 위해 자체적으로 그해 4월에서 9월까지 6개월 동안 월급을 50만엔 씩 삭감하기도 했다.

영국은 의원들이 자전거나 전철 등을 타고 의회에 출근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현재 영국 정부는 826명인 상원의원의 수를 450명으로 줄이는 상원 개혁법안을 마련하는 등 의원의 특권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권⋅특혜를 대충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국회의원의 주요 특권⋅특혜 요약

◉ 연봉 1억5천여만원, 장관급 예우.
◉ 연간 경비 6천만원 상당의 의원실 무료 제공.
◉ 연 2회 해외시찰 지원, 공항 귀빈실 이용 특혜, 공항 VIP주차장 이용 지원. 해외 출장시 재외공관 영접.
◉ KTX⋅국내 선박⋅항공기 무료 탑승, 비행기는 비즈니스석 배정.
◉ 4급 2명, 5급 2명, 6급 1명, 7급 1명, 9급 1명 등 최대 9명까지의 보좌진 급여 연간 3억9천513만원 지원.
◉ 국회 내 의원 전용 주차장과 이발소⋅미장원⋅헬스장⋅목욕탕, 한의원, 양의원 무료 이용.
◉ 골프장 사실상 회원자격에 VIP 대우 지원.
◉ 차량 유지비(유류비 포함) 지원. 이와는 별도로 연간 450여만원의 교통비 지원.
◉ 사무실 전화요금⋅우편요금⋅야근 식비⋅정책홍보물 및 정책자료 제작비⋅발송료 등 지원
◉ 가족 수당(매월 배우자 4만원, 자녀 1인당 2만원) 지원.
◉ 자녀학비 수당(분기별 고등학생 44만 6,700원, 중학생 6만2,400원) 지원.
◉국회의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사무처⋅입법조사국 운영비 10억~13억 국고 부담.
◉ 정당 보조금 매년 610억원, 선거 때는 두 배 지원.
◉ 후원회 조직 및 매년 1억5000만원까지 정치자금 모금 가능, 선거 때는 두 배인 3억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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