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전시 서구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점 앞 둔산로(은하수네거리~시교육청네거리)에서 열린 16차 대전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촛불 대신 장미를 손에 들고 '국민 주권 승리'를 외치고 있다.

【의회신문】 겨울의 찬공기는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촛불 너머로 보이던 무거운 표정의 시민도 더는 없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요일, 대전 시민의 광장이었던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점 앞 둔산로(은하수네거리~시교육청네거리)에 봄이 찾아왔다.
 
 11일 오후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촛불 승리 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 1500여 명은 힘겹게 찾아온 봄을 반갑게 맞았다.

 겨우내 찬 길바닥에 앉아 분노와 근심에 쌓여 촛불을 들던 시민들은 촛불 대신 장미꽃을 들고 촛불 집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감상하며 웃음지었다. 전을 부쳐 나눠먹으며 겨우내 언 몸과 마음을 녹였다.

 시민들은 자유발언대에 올라 "여기에 모이신 분들 모두 존경한다"  "박근혜가 탄핵돼서 기쁘다" "촛불의 힘으로 승리했다" 등 서로를 격려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촛불의 힘을 되새겼다.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온 남누리(25)씨는 "이런 집회를 바라보는 편향적인 시선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집회에 오신 많은 분의 격려에 감사하다. 관심과 의식을 통해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원봉사자 최숙희씨도 "딱 2번 빼놓고 모금팀 봉사를 해왔다. 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며 이젠 모금함을 안들어도 된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커피값과 담뱃값, 화장품값을 아껴 모금함에 넣은 마음과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힘겹게 되찾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잊지 말자고도 다짐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김용태 마태오 신부는 "탄핵은 이 시대 모든 적폐의 시작일 뿐, 세월호와 故 백남기 농민, 사드배치 반대, 재벌 해체 등 아직 해야할 일이 많다"며 "촛불혁명은 이후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한 촛불혁명은 일상에서 이뤄져야 한다"라며 "잘못하면 한방에 훅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촛불 트라우마를 만들어주자"고 외쳐 호응을 얻었다.

 참석자들은 이어 "적폐총리 황교안도 물러나라" "박근혜는 즉각 방 빼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흥을 잃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그동안 "촛불집회하느라고 못간 여행도 가자"며 조용필의 '여행을 떠나요'를 함께 부르는 등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촛불 집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는 오는 16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운동본부의 활동 방향과 계획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근혜퇴진 대전운동본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태가 드러난 지난해 11월, 대전지역 88개 시민사회 단체와 종교, 정당이 모여 출범해 그동안 16차례 시국대회 등을 주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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