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명강사최고위과정에서 위유미 강사가 '안전한 가정이 사회를 아름답게-가정폭력의 심각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의회신문】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어디일까? 물론 답은 가정과 가정의 평화다. 가정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어디 있으며, 가족의 행복보다 우위에 있는 행복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그 행복의 근원지인 가정이 폭력과 두려움의 온상으로 변해 버린 속에서 오늘도 대비책 없이 살아가는 여성이나 가족이 뜻밖에도 많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소한 문제인가?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 남의 집 가정사로 치부되어야 하는가? 생명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인권침해인 동시에 사회적 범죄행위임에도 말이다.

현재도 우리는 일상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폭력에 관해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가정 또는 가족이라는 의미가 퇴색한 채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가족 간의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2012년도에 우연히 가정폭력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있거나 이혼을 한 두 명의 여성과 친분을 맺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여성의 전화’를 알게 되고 가정폭력과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으며 여성 인권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다. 나 또한 지금까지의 삶이 온통 가부장적인 구조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더 관심이 많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다. 잠재된 내 의식 속에도 보통의 한국 여성처럼 늘 억압당한 분노와 억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속에서 억압되어 사는 삶 또한 정서적 폭력인 것을 우리는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남성이 여성을 힘으로 통제하면서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에 대해 항상 고민하게 되었다. 신체적 폭력만을 폭력으로 알았던 나의 무지에 대해 반성을 하면서, 여성에 대한 다양한 구조의 폭력을 근절하여 근본적으로 성이 평등한 사회가 되도록 상담과 교육 그리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17일 고려대학교 평생교육원 명강사최고위과정에서 위유미 강사가 '가정폭력의 심각성'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발간한 『2016년 분노의 게이지 분석보고서』를 보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이 통계가 정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가정폭력의 실태인가 하고 말이다. 가정폭력 발생률은 무려 45.5%에 달한다. 2가구당 1가구에서 폭력이 일어나고 있으니 가히 충격적이지만 사실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이 82명이다. 살인미수는 105명이며, 피해 여성의 주변 인물이 살해당하는 경우도 21명이나 되었다. 이는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만을 분석한 결과다. 그러므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혼인이나 교제 관계에 있었던 남자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 주는 자료다. 

가정폭력의 압도적인 피해자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여성만 살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도 여성에 의해 살해당한다. 이를 두고 남성도 여성만큼이나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반박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당하는 여성들은 오랜 기간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지만,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당하는 남성들은 오랜 기간 가정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한 예로 2년 전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 대한 재판을 참관하러 간 적이 있었다. 결혼 23년 차인 그녀는 결혼생활 내내 가정폭력과 학대를 당해 와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남편은 술에 만취해 그녀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심하게 폭력을 가하고 자녀들에게까지 폭행을 하려 했으며 친정 식구들까지 죽여 버리겠다며 협박을 했다. 

술에 취한 남편이 식구를 모두 죽이겠다며 부엌에서 칼을 갖고 오다 미끄러져 잠시 못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이러다 자신이나 자녀들을 정말로 죽일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순간적인 분노에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고 남편을 찔러 죽이게 된다. 장기간 폭행으로 인하여 심신은 미약해져 있었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무력해져 있던 그녀는 이렇게 남편을 살해한 살인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방어와 생존을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였던 그녀는 이제 피의자가 되어 재판장 앞에 서서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울먹이며 용서를 빌고 있었다. 많은 방청객도 그녀의 호소에 함께 울었다.

왜 그녀가 용서를 빌어야 하는가? 누가 그녀를 살인자로 만들었는가? 이를 어찌 개인만의 문제라고 내버려 둘 수 있나? 이 사회는 남편의 폭력에 의한 아내의 사망은 과실치사로, 아내의 정당방위로 인한 남편의 사망은 살인이라고 말한다. 

사회와 국가가 어떻게 접근하고 개입해야 하는지 지금보다 더 심층적인 논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은 학교폭력, 성폭력, 불량식품유통 등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4대 사회악으로 규정되었다. 사회악으로 규정한 만큼 사회적 쟁점이 되었고, 단호하고 강력하게 척결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남편에 의한 아내의 폭력이나 남성에 의한 성폭력 뉴스를 거의 매일 접하다시피 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가정 폭력 피해의 고통 속에 살다 ‘죽거나, 죽이거나’라는 식의 사건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피해 여성들에 관한 얘기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남성에 의한 여성폭력이 이미 일상화 된 지 오래이며,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고통과 두려움, 자살 충동 등 심각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 중 60% 이상이 성폭력도 동시에 당하고 있다. 그 치욕적인 심정을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치명적인 구타 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성관계를 문제 해결의 한 방식으로 보는 것이 폭력을 가한 남자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성관계로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로 보기도 한다. 

이럴 때 성적자기결정권은 남편에게만 적용될 뿐 아내의 성적자기결정권은 완전히 무시되는 법적 용어일 뿐이다. 이는 명백한 아내 강간인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문화적으로 정착되어야한다. 일반적으로 폭력 후 성폭력이 대다수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꼭 필요한 것이다.

"엄마가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여성이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하다"

나는 누구보다 여성이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원한다. 건강한 가족가치구현에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 '한국여성의전화 강서양천지부'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전문상담가로 자원 활동을 하며 오히려 나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함을 느낀다. 여성이 당하는 고통은 더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자신이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또한, 그저 눈 한번 질끈 감아버리면 자신하고는 상관없는 일이 되므로 귀찮은 일, 조금 복잡한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피해자들과 공감하며 그들을 지지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상담하며 실천 활동을 할 것이다. 질끈 눈을 감아버리는 방관자가 되고 싶지 않다. 이 사소하지 않는 일에 관여하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전화 무료 상담 활동 외에 2009년부터 언론에 발표된 기사 중 친밀한 관계(남편이나 애인)에 의한 여성 살해 통계를 발표하여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위유미 강사

■ 위유미 프로필
- 고려대명강사최고위과정 수료
- 조선대학교보건대학원 보건행정학 석사
-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
- 한국여성의전화(강서양천여성의전화)
- 가정폭력·성폭력전문상담사로 활동중
- 전 국립보건원(現 질병관리본부)10년 근무

■ 자격증
- 사회복지사 2급
- 심리사회적지지강사
- 가정폭력전문상담사
- 성폭력전문상담사
- 인성지도사 1급
- 리더십지도사 1급
- 스피치지도사 1급
- 명강의명강사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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