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대표제 거부하고 밀실 야합 예산안 통과에 분노와 배신감 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470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 정부 예산안 가운데 5조2000억 원을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전체 예산의 약 5%에 이르는 일자리 예산(23조5000억 원)에서 6000억 원을 줄이는 등 고용 분야의 예산 삭감 폭이 컸다.

당초 예산안을 통해 취업성공패키지 4122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 1조374억 원 등을 배정했지만 여,야는 심사 과정에서 수혜 대상이 중복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며 관련 예산을 대폭 줄였다. 청년 일자리 사업 중 중복 사업이 많다는 이유이나 과연 제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여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진 것인지 불투명하다.

내년 공무원 증원 계획에도 제동이 걸려 당초 3만6000명의 공무원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여,야는 정부안에서 집배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한 3000명을 감축했다.

그 대신 여,야는 고용보험의 구직급여 지급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늘리고 지급기간도 최대 240일에서 270일로 늘리는 등 구직자 지원은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의원들의 지역구와 밀접한 사업이 많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늘었다.

여,야는 또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9월부터는 대상이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으로 확대된다.

지급 대상 연령은 0∼6세(만 7세 미만)까지다. 최대 84개월간 아동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다. 현재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의 0∼5세 아동에게 1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내년 10월부터 산모 1인당 250만 원씩 지급하려던 출산장려금 예산은 전액 삭감돼 없던 일이 됐다. 여야가 ‘퍼주기성 현금복지’란 비판을 의식한 데다 추가 예산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종부세 부담이 완화되는 측면은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인상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3.2%는 유지하기로 했다. 야권이 ‘세금 폭탄’을 이유로 종부세율을 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여당의 ‘집값 안정’ 논리가 힘을 얻었다.

이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이상, 기타 지역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율은 0.6∼3.2%로 오른다. 현행(0.5∼2.0%)보다 0.1∼1.2%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21억3000만 원인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의 전용면적 244m² 아파트의 종부세는 현재 422만 원에서 640만 원으로 52% 오른다.

다만 종부세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의 세 부담 상한을 정부안인 300%에서 완화해 200%로 조정했다. 1가구 1주택자의 보유기간에 대한 종부세 세액공제율은 15년 이상 보유할 경우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기로 했다.

양당의 예산안 합의로 야3당 “기득권의 야합” 으로 반발하고 있다. 전날까지만 해도 6일 예산안 협상 타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고 4조 원의 세수 결손 문제가 발목을 잡았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예산안을 동시에 통과시키라며 밤샘 농성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데드라인(마감시한)은 오늘 정오”라며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 연계는 결코 없다. 계속 연계하겠다면 불가피하게 한국당과 예산안 처리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이 예산안 통과를 위해 파트너를 바꾼 셈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에 합의하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등 야3당 원내대표들은 “기득권 동맹의 야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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