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열 임업후계자협회 회장 신년 인터뷰

숲으로부터 다시 시작하자 Ⅱ

 

“지금까지 ‘임업’하면 벌목이나 목재와 관련된 일만 임업이라는 생각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물론 임업엔 숲을 이루고 유지하는 원재료인 나무가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에는 ‘목재만’ 임업이였다면 앞으로는 ‘목재도’ 임업이 되는 시대로 변해야 한다. 이런 방향을 외면한다면 세계 산림산업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다.”

최무열 임업후계자협회 회장의 얘기다. 2020년 새해를 맞아, 산림산업 변화를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는 최무열 회장을 만나봤다.

 

임업(林業)을 목재 관련 활동으로 보는 것, 현실과 맞지 않아

가장 먼저 환기해야 할 것은, 사실 국내 목재 자급율이 지난해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양의 15.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국내 자급률 15.2%도  8%만이 고급목재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펄프재 또는 펠릿 등 저급 목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목재 조달정책의 일환으로 경재림 조성관리 등 다양한 정책으로 목재 수급율을 적극 향상하는 방안이 강화돼야 한다.

우리나라 임업인, 즉 숲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인구 약 30만명 중 8%만이 목재 관련 종사자라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목재가 임업의 전부가 아니듯, 임업인이 전부 목재 관련 종사자도 아니다. 임업을 목재산업으로만 국한하여 인식하는 건 적절치 않다. ‘목재만’이 아니라 ‘목재도’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우리나라 산림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해 가야 할 때다.

임업 범위 확장 등 새로운 산림산업 영역 확장에 전면 나서야

현재 목재생산으로 산주가 얻는 소득이,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25~40년 키운 나무 1헥타르에 70만원에서 300만 원 사이 정도 된다. 대부분 평균 100만 원 이하의 소득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목재를 산에서 벌목하여 목재 가공 장소까지 운반하는 벌출비, 운반비, 인건비가 과다하게 소요되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이러한 고비용 저수익 구조를 극복하지 않으면 젊은 청년들이 산촌으로 유입되는 데 지대한 장애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는 한, 숲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기 어렵다.

따라서 나무가 자라는 긴 세월 동안, 다른 차원으로 숲에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매 월 500만 원에서 1천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 숲속 야영장같이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레저. 힐링. 치유. 관광. 청정먹거리 등, 숲에서 할 수 있는 임업의 범위를 폭넓게 넓혀나가는 아이디어와 정책이 절실하다.

숲을 대하는 사회적 관점도 더욱 확실하게 달라져야

주지하다시피, 6.25 직후에 80%나 벌거숭이가 된 숲을 강력한 보호 정책으로 지금의 숲 강국을 이루어 냈다. 이제는 유효 적절하게 온 국민이 누리고 이용하는 숲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물론 숲이 또 다시 훼손되고 파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숲의 가치를 잘 보존하면서도 온 국민이 제대로 향유하고 공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접근법들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규제가 숲을 지키는 수단이였다면, 앞으로는 온 국민이 감시자와 보호자가 되어 숲을 지키고 이용하고 유지하는 선진국형 관리체계로 가야할 때다. 숲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가치인 담수. 홍수 조절. 탄소 흡수. 산소 배출. 경관. 생물 다양성. 등 수많은 편익들을 온 국민이 확실하게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불법 채취 등 위험 요인을 최대한 감소시키고, 필요한 곳은 유연하게 수용하는 매우 섬세한 정책과 법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숲은 그 자체로 그 자리에 온전히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희귀한 식물을 채취해서 집이나 사무실 화분의 관상용으로 소유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곤 했다. 앞으로는 숲에 대한 가치와 그 안에 결합된 자연 요소들의 유익성과 중요성을 강력하게 사회에 주입시키고, 아무리 희귀한 식물일지라도 원래의 자생지에 있음으로써 더 큰 의미가 있음을 되새겨보게 해야 한다. 

임업 발전 위한 현행 법제도 과감한 정비 시급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림 관련 법제도가 임업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특례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관광농원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지 내 도로도 인정되지 않아 임가 주택 설치도 불가능하다. 허가된 도로에 한하여 50미터 이내에만 임가 주택이나 창고를 건축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법 테두리 내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시도할 수 없다.

숲은 도로에서 몇 백 미터 또는 몇 킬로 떨어진 곳에 있음에도 산림경영 측면에서 획일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다. 산악관광업. 숲속체험업. 산림복지업 등을 제대로 전개하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의식주 정도는 원만히 해결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 숙박, 교육장 등은 일정한 규격 범위를 내에서라도 일단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온 국민이 찾고 제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난개발이나 투기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아주 엄격하게 통제하면서도, 효과적인 임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필요 최소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발휘해주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시급히 법제도가 재정비되어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편익을 키우고, 사회적 질병도 예방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여야 할 것이다.

산림을 통해 선진국형 일자리 극대화 해야

현재 우리나라 관광 수입은 약 18조 원 규모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 통계 속에서 산악관광 수입은 사실상 0% 수준이다. 작은 나라 스위스는 관광 수입이 38조 원으로 파악된다. 그 가운데 산악관광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위스는 사실상 ‘산’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것이다. 거기에 온 국민의 행복감도 매우 높다. 스위스에서 산악관광에 이용되는 산림 면적이 123만 헥타르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은 650만 헥타르이며 강원도 산림만 해도 140만 헥타르가 넘는다.

스위스는 눈 덮인 알프스가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우리의 숲 자원을 평가 절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스위스 못지않은 울창한 천연림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호주나 캐나다처럼 고원 속에 하강하는 협곡처럼 생긴 숲은 아닐지 몰라도 4계절의 매력을 가진 숲을 가지고 있다. 이런 숲 자원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만 가볍게 생각할 뿐 세계인들의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숲을 해치지 않고도 수많은 일자리와 경제소득 현장으로 바꿀 수 있다. 한해 공식적인 통계만으로 연인원 약 3천만 명이 찾고 있다. 숲은 어떤 면에서 온 국민이 찾는 숲이기도 하다. 그러나 숲이 품고 있는 내면의 가치를 온전하게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피상적으로 등산하거나 잠시 머무는 휴가 문화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제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고 국민들이 좀 더 다양한 차원에서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제도도, 정책도, 경제적 산업적 활용 방식도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숲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사회적 행복 헤아릴 수 없어

숲 문화가 적극 권장하고 활성화돼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수험생이 되기까지 각종 경쟁 환경 속에서 자란 기성세대의 병폐가 너무나 많다.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누르고 이겨야만 하는 교육체계 속에서 공생의 정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인간관계 개선과 상생을 숲에서 찾고 배우게 해야 한다. 자연이 주는 무언의 교훈을 중심으로 사회 분위기도 교육도 변해야 한다. 근시안적인 소득과 출세에 맞추어진 교육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세계를 볼 수 있고 인류를 품을 수 있는 교훈도 선생도 역시 자연만 한 것이 없다. 유아기부터 숲에서 하는 각종 놀이와 문화 체험을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의 기억 속에 자연이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평생에 걸쳐 숲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전환되어 갈 때, 각종 비리와 범죄로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사회 윤리도 다시 정립될 것이다.

산촌 중심으로 터 잡고 살아가게 해야

우리나라 국토 63%가 산림이다. 우리에게는 ‘산림살이’를 누릴 권리가 있다. 오랫동안 잊혀져 온 산림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갈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귀농, 귀산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326,00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도시민들 대다수도 언젠가는 귀농, 귀산촌을 염두에 두고 살고 있다. 당장 실행은 못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 절대 다수의 마음속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픈 로망과 본능이 존재한다.

이런 마음을 나이 들어서 실행하거나, 도시생활에 진저리가 날 때에야 비로소 실행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더 많은 국민들이 산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지금 당장 갖춰야 한다.

이미 자리잡혀 있는 농업과 임업 공동체에 새로운 귀농, 귀산촌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정착민들도 텃세가 아니라 보듬어주는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자연 생업 터전에서 큰 어려움 없이 소박하면서도 풍경이 있는 삶, 인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프로그램과 지원 정책들을 전폭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한다.

임업후계자협회도 이제 친목이나 청원만이 아니라, 산림 분야 전 영역에 걸쳐 시급하게 필요한 제도와 정책, 당장 뜯어고쳐야 하는 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주창해 나가고자 한다.

 

인터뷰어 : 논설위원 이경선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