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주도하고 국민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개헌이어야 한다

한국헌법학회(회장 임지봉)와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지난 6월 1일 13시30분 국회 본관 접견실(316-1호)에서 [국민통합과 헌법개정]을 테마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비대면 라이브로 18시까지 공개 진행됐다.

<민주적 개헌논의의 헌법적 조건>을 제1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선택 고려대 교수는 “2018년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 제70조(대통령 지위 조항)은 3권 분립이라는 헌법정신과 부조화를 일으키면서 대통령이 마치 3권을 초월하는 왕의 지위에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국민주권과 민주공화국을 회복하는 데 이 조항이 얼마나 걸름돌이 되고 있는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당은 법적 성질로 보면 사법상의 결사이고 법인격 없는 사단으로서 민법의 적용을 받고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정당의 설립과 활동은 국민 개개인의 자유이고 따라서 기본권편에 규정하는 것이 체계상 맞다”고 전제하고 “5.16 쿠데타 집권세력이 정당을 준 국가기관화하여 정치영역을 장악하면서 오히려 정당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특면이 있다. 국민의사를 형성할 정당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혹한 정당설립요건 등 과잉입법을 페지하거나 폐지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헌법 개정 절차와 관련해서는 “87년 이후 현재까지의 개헌논의를 돌아보면 아직까지도 정치인들은 헌법을 ‘권력을 얻기 위한 게임의 툴’로 인식하는 사고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권력구조를 어떻게 하고, 권력의 임기를 어떻게 연장하고,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등등 권력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권력자를 어떻게 정하느냐, 즉 권력을 누구에게 주느냐가 아니고 권력을 국민의 지배 아래 놓아달라는, 즉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달라는 국민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국민이 헌법 개정의 주체가 되는 헌법개정절차법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헌법기능과 기본권질서, 헌법개정의 방향>을 제2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광석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된 기본권이 헌법개정시 새로 명시되어야 한다. 특히 생명권과 함께 사형폐지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그리고 정보관련 기본권을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전권 및 소비자의 권리 등은 헌법에 도입되기에 적합하지 않는다고 본다. 위험사회에서 재난 및 재해, 폭력의 위험을 사전·사후에 방지하고 보호하는 국가의 과제가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안전하게 살 권리’는 국민의 법적 지위를 특별히 보호하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자연재해, 타인의 가해행위 등은 국가의 책임관계에 귀속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안전의 권리도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의 기본권 역시 그 적용 범위 및 규율대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개정과 정치개혁>을 제3주제로 발제에 나선 송석윤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강력한 대통령 권한은 상당부분 청와대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헌법은 행정권이 대통령과 총리 및 각부장관 등으로 구성된 국무회의와 행정각부를 통해 행사되도록 하고 있는데 헌법적 근거가 없는 청와대의 비서실조직이 비대하여 옥상옥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나라에는 정치 역동성이 정체되고 있다. 역동성의 체계화와 제도화가 필요하다. 행정부에 비해 왜소한 의회가 다른 국가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려면, 정당 역할이 중요하다. 정당의 힘은 구성으로부터 나온다. 정당이 작은 기득권에 안주하는 소수의 직업정치인과 동원된 당원만 존재해서는 곤란하다. 차세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젊어서부터 평당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며 경쟁하고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등 지속적인 역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지봉 한국헌법학회장은 학술대회 개회사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헌법은 기본권 신장과 민주화에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해왔으나, 한편으론 제왕적 대통령제 등 권력 집중화로 인해 국민주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정의와 평등, 공화주의, 견제를 통한 균형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훼손되는 폐단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고 전제하고 “향후 헌법 개정은 정치계도 학계도 아닌 국민이 중심이 되고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국민 통합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 극도로 양극화된 정치적 입장들이 대립하면서 토론의 장이 흔들리고 있고, 경제적 격차는 점점 심화되면서 성장의 동력까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을 수렴하여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할 정치의 공간은 오히려 협소해지고 있다. 승자독식의 권력투쟁이 만들고 있는 진영정치가 사회적으로도 확산돼 민주적 통합을 위한 공론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공간을 새로이 설계하고 구성해야 한다. 지금 헌법개정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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