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직업은 아빠 입니다' 표지
【의회신문】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직장들에게 "직장에서 필요한 기술은 연구하면서, 왜 내 가족과 잘 지내는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돌 직구를 던지는 바보 아빠 탁경운의 가족 소통 프로젝트.그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 아빠 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희생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것을 생생한 체험을 통해 보연준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외치지만 말고 이 책을 통해 가족을 뜨겁게 사랑하는 길에 동참해 보자.

◇ 누군 몰라서 안 하나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는 일도 즐기고 가족과의 소통도 즐기며 집안일도 즐겁게 거들어 주고 아이들 양육에도 깊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 말에 남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 것이다. 마치 행복한 가정을 위해 내 한 몸 완벽히 희생만 하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도해 보았느냐고 거듭 묻고 싶다."

세상에 '을'로서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것이 아빠들의 심정일 것이다. 가족을 위해 몸을 불사르고 왔는데, 집안일을 도와 달라거나 아이들과 놀아 주라면 '그래야지' 하면서도 서러움을 느끼게 된다. '누군 몰라서 안 하나' 하고 발끈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이 틀렸다.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쉽고 보람차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탁경운이 실천하고 제안하는 방법들은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어쩌면 특별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루고만 있었는지 모른다.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않는 일들을 당장 실천해 보자. 혹시 길잡이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 대화할 시간이 없다면 만들어라!

"내가 할 수 있는 가족 소통의 실천 첫 번째는 거창한 방법이 아니었다. 아주 손쉽고 시간도 들지 않으며 어렵지도 않았다. 2주 정도에 한 번씩 아이들의 손발톱을 주무르면서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소통과 불통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크게는 나랏일에서 작게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가족 간에 대화가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시간도 없고 막상 이야기할 것도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기 마련이다. 탁경운은 이런 우리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바로 가족의 손발톱을 깎아 주는 것이다 10분 안팎이면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마주 보게 되며, 감격도 하고 타박도 하는 등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이 책에는 이렇듯 바로 쓸 수 있는 다양한 스킬이 가득하다. 단순히 좋은 말이나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원론적인 말이 아니라 '에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시된다. 그러나 효과는 믿어도 된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정수만 뽑은 것이니 말이다.

◇ 오늘은 아빠가 요리사

"한입버거(식빵 1/4 크기의 작은 햄버거), 대디샌(야채샌드위치), 마라복(마구잡이 라볶이), 고치밥(고추장김치볶음밥), 고야밥(고기야채볶음밥), 어굴소면(어묵굴국수), 깻치밥(깻잎김치김밥), 레이디브런치(치즈수프빵), 34꼬치구이(삼겹살사과꼬치구이), 올리브를 위하여(시금치샐러드)"

생전 처음 보는 요리 이름들을 보고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냉장고를 열면 언제나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다.  "누구나 냉장고 안에 이런 것쯤은 있잖아요"라며 당혹스럽게 하는 듣도 보도 못한 재료들이 아니라 어제도 그제도 먹었던 그 재료들이 아빠의 손으로 거듭나면 가족을 위한 특별 요리가 된다.

아빠가 요리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주변으로 모여 든다. 가족의 주목을 받고 싶으면 요리를 하라. 당신의 권위는 부릅뜬 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엉성하게 둘러맨 앞치마에서 나온다. 게다가 그 위력은 대단하다. 아빠 요리의 창시자인 저자도 깜짝 놀라게 할 당신만의 메뉴를 만들어 보자.

◇ 행복을 부르는 노란 대문

"첫딸 민형이가 다섯 살이 되던 2002년 봄,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가 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아빠, 우리 집도 유치원처럼 노란색으로 대문을 칠해요.' 누가 집 대문을 노란색으로 칠해. 노란 대문 보면 사람들이 웃어." 가족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때론 세상과의 불통을 각오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서면 가족과의 소통이 원활해지고 오히려 세상과도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아이의 엉뚱한 말조차 귀담아듣고 과감히 실행한 것이 행복을 부르는 문이 되었다.

탁경운의 가족 소통 프로젝트는 이렇듯 때론 평범하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기발하고, 때론 진지하다. 어쩌면 그 모든 특성을 다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집에서 문을 꼭 닫고 엄마와 아빠와 대화를 거부하는 자녀들이 있다면, 휴일에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는 남편이 꼴 보기 싫다면, 오랜만에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한마디로 떠오르지 않아 슬며시 자리를 피한 경험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펼쳐라. 저자의 방법을 따라 해도 좋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도 좋다. 이 책은 가족과의 소통을 바라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니 말이다.

◇ 탁경운 지음 /고즈윈 /정가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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