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과학기자 심재율씨 '국회로 간 KAIST' 출간

▲ 국회로 간 KAIST 저자 심재율씨
【의회신문】국가 정책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불과 수년 전까지 강행된 저출산 정책은 정치인들이 자인하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정보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국회의원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국회 최고위 국가 미래전략과정이 그것. 지난해 9월18일부터 12월11일까지 의원회관 소회의실에 모여 KAIST 미래전략대학원 교수진이 전하는 미래 이야기를 들었다.

미래에는 유전자분석으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고, 박테리아로 휘발유를 생산하게 되며, 무인자동차에서 무선 전기철도가 등장하는 등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강성모 KAIST 총장 등 쟁쟁한 강사진이 참여한 이 과정은 시작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국회로 간 KAIST’의 저자 심재율 씨가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9~12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래전략과정 강좌를 기록한 책이다. 전직 과학기자인 심 씨는 이 책을 사비로 출간했다.

순수하게 사비 들여 과학 미래 예측서 발간해

아침 7시30분부터 많은 국회의원과 고위직 공무원들이 모여 미래를 예측하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그리고 이런 광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은 사람이 있다. 조선일보에서 과학기술 관련 기사를 오랫동안 써왔던 과학기자 출신의 심재율 씨다.

심 씨는 미래전략과정에 참석해 예상치 못할 정도의 뜨거운 탐구열을 느꼈다. 의원, 공무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 모두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아침마다 미래전략과정에 참석해 강의 내용을 일일이 다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2명 교수진의 강의 내용을 한데 모아 최근 서적 ‘국회로 간 KAIST’(심북스 간)을 출간했다. 원고료, 인세와 같은 보수가 전혀 없는 가운데 순수하게 사비를 들여 제작한 신간 서적이다. 전직 과학기자로서 과학 대중화에 대한 집념이 엿보인다.

심 씨는 “오랫동안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12번의 걸쳐 미래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의를 들은 것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책이 불안한 상태에서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갈등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된다면 매우 좋겠다”고 그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국회에서 열린 제 2기 국회 최고위 국가 미래전략과정에서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 국회로 간 KAIST 표지
다음은 엮은이 심재율 씨와의 일문일답.

◇ ‘KAIST가 국회로 간 까닭’을 쓴 계기는.
“지난 해 열렸던 ‘제 2회 국회 최고위과정’에서 진행된 강의 내용을 모은 것이다. 3개월 동안 12회에 걸쳐 아침 7시30부터 열린 강의에 참석해 그 내용을 녹취한 다음, 교수들의 확인을 거쳐 지금 이 책으로 엮었다.”

◇ 책에서 전달하고 있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책에 실린 강의 내용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식 정도가 아니라 오늘날 세계 현실을 바탕으로 한 미래 예측이자 대한민국 미래를 찾아나갈 수 있는 생존전략이다. 미래학의 필요성에서부터 에너지, 금융, 자동차, 유전공학, 사물인터넷, 특허, 미디어, SNS 등 분야별 대응전략을 KAIST 교수들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 미래학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법률을 만들고 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에서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갖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어려워진다. 미래학자들은 대한민국이 계속 무리하게 저출산 정책을 지속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유가가 떨어진 이유도 셰일가스를 경제적으로 채굴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셰일가스의 발전 추이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봤으면 석유 가격 동향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미래가 어디서 갑자기 강도처럼 침입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다. 주변 상황과 과거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면 매우 근접하게 예측이 가능하다.”

◇ 과학기술과 관련해 미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의 영향력을 예측하지 못했다. 인간 삶의 스타일을 지금처럼 변화시킬 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이런 변화를 가져올 분야들이 매우 많다. 박테리아에서 석유를 생산살 것이고, 컴퓨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사람보다 더 똑똑한 로봇이 나올 때가 매우 가까워졌다. 충돌하지 않는 자동차가 거리를 누비면 사망사고는 자취를 감출 것이다. 이런 변화가 아주 가까이에 와 있다. 과학기술자들이 전망하는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미래는 안개에 휩싸인 불확실한 괴물이 아니라 인류가 함께 만들어간 유토피아임을 짐작할 수 있다.

외국어대 불어과를 나와 조선일보 기자(1984~2005년)를 거치면서 과학기술 관련 기사를 써왔던 심 씨는 최근 (사)한글사랑 나라사랑 국민운동분부를 설립하고, 한국의 해외 보급과 세계 문맹 퇴치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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