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 17~19대 국회의원

▲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의회신문】김 대중 대통령이 야당대표시절 13일간의 단식투쟁으로 얻어낸 지방자치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중앙정부 지시사항을 획일적으로 집행하던 "동사무소"가 주민자치행정을 지향하는 "주민자치센터"로 바뀐 것이 가장 쉽게 눈에 띄는 큰 변화이다.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국민이 "내가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적극 참여하고, 지자체들이 상향식으로 개발되는 많은 아이디어를 토대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주민참여사업을 경쟁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써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주민참여사업과 함께 "시민참여 예산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주민의 적극적 참여로 행정의 현장적합성,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서비스의 신속화 및 다양화를 통한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하여 왔다.

이러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성년을 맞은 우리 지방자치는 속으로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금년초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실시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압도적인 다수의견이 “열악한 지방재정”을 들고 있다.

지방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14년 44.8%로 크게 하락하였고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단체가 232개로 전체의 95.1%, 전체 자치 단체 중 35%가 자체수입으로 인건비조차 부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년 동안 재정자립도가 크게 하락한 것은 지자체의 세입예산 중 지방세, 세외수입등 자주재원의 비중은 크게 떨어지고(`09년 60.5% → `14년 45.9%), 지방교부세, 보조금등 의존재원의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09년 33.9 → `14년 42.3%)

지자체의 부족한 재원을 중앙에 의존하면 할수록 중앙의 행정 및 인사 간섭으로 지방자치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현재 대부분의 광역단체에 중앙출신 부지사를 두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많은 지방재정 전문가들은 그 해법으로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8:2를 중앙과 지방의 재정지출 비율에 맞춰 4:6이 되도록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국가경제 및 재정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는 한 가까운 장래에 이런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19대 국회 개원초인 2012년 9월 여야가 같은 문제의식으로 국회 지방재정특위를 구성하고 필자가 위원장으로서 영·유아보육법상 국고보조율을 20% 포인트씩 상향조정하는 합의를 도출,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행정부의 집요한 반대로 아직도 법사위에 계류 중이고, 금년 예산 국회에서도 유보통합에 따른 보육예산 지원이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 좋은 증거다.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지난 8년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3% 내외의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중앙재정도 매년 25조 내외의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지방세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개혁안에 정부·여당이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성년을 맞은 지방정부가 선택할 답은 무엇인가?

먼저 선심 소모성 행사 예산을 대폭삭감하고, 경기도컵 국제요트대회, 전남 F1, 용인·의정부 경전철 등과 같은 잘못된 정책판단에 따른 사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예산심의에 앞서 관계전문가들에 의한 사업성평가를 대폭 강화하여야 한다.

둘째,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경쟁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고 스스로 자주 세원을 확충시키는 일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관광·스포츠축제들에 대한 철저한 성과 평가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개선하여야 한다.

경기 수원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고양 국제꽃박람회 등이 좋은 예다.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 지자체들의 좋은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역량은 극히 미약하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의 공장이나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주 정부들이 준 각종 인센티브를 우리 지자체들이 깊이 음미해야한다. 중국의 고속성장과정에서 장강 삼각주, 16개 동부개방도시들의 치열한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경쟁은 우리 지자체들에게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경제국경이 없어진 세계화(Globalization)는 필연적으로 지방화(Glocalization)를 초래한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근접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2013년 1인당 구매력 3만 불이 넘는 중국인구가 3억 명, 2020년엔 최소 5억 명이 될 것이라는 통계는 재정위기에 처한 우리 지자체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들이 중국 지방정부와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우리 지방 기업들의 시장을 환황해 경제권으로 넓혀 줄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성년을 맞은 우리 지방정부, 이제는 누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가로 경쟁해야한다. 이것이 장기 저성장시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방재정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활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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