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행정자치부장관 이용섭

▲ 이용섭 전 장관
【의회신문】우리 국민들이 내는 세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일까요 낮은 수준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너무 낮은 수준입니다.

국가 간에 세금부담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로는 조세부담률이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8%였습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조세부담률 25% 수준보다 과도하게 낮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률 역시 우리는 OECD최하위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저출산 고령화와 양극화 심화로 인해 그 어느 나라보다 재정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금을 이렇게 적게 걷는 것은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거나 빚 얻어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무책임한 자세입니다.

왜 이렇게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일까요? 이명박정부 들어 고소득자, 대기업, 고액재산가들에 대한 대규모 감세정책 때문입니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에 조세부담률이 19.6%였는데 짧은 기간 동안에 2%p가까이 낮아졌습니다.

조세부담률이 이렇게 낮은 데도 왜 일반 국민들은 세금이 무겁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세금부담이 불공평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부자감세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월급쟁이 증세, 담뱃값 인상, 자동차세와 주민세 인상 등 서민증세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조세부담률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무엇일까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8년부터 8년 연속 재정이 적자이고 적자규모가 196조원에 이릅니다. 이 기간 동안에 국가부채가 280조나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가면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게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만을 주장합니다. 재정은 자본주의 국가가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그러나 우리 재정은 OECD국가 중에서 재정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최하위수준입니다.

세금을 많이 걷는 것도 큰 문제지만, 우리처럼 나라살림을 뒷받침하지 못할 정도로 적게 걷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적정 세부담 수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저부담 저복지’에서 ‘적정부담 적정복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다음 세대에게 빚을 넘겨주지 않는 국가백년대계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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