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홍 본지 회장

▲ 김길홍 회장

【의회신문】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여야정당의 4·13 총선 국회의원 후보 공천의 막장드라마가 끝났다. 후보등록을 마치면 각 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이 253개 지역과 47개 비례대표 의석을 놓고 해당 선거구에서 사활을 건 선거를 치른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여야의 공천 모두가 참으로 실망스럽고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유권자인 국민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느낌이다.

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새누리당의 20대 국회 공천은 정말 목불인견(目不忍見)을 되풀이했다. 당의 얼굴인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집권여당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러번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반목하고 충돌하는 추태를 연출했다.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결정한 상향식 공천의 원칙과 기준을 최고회의 산하기구인 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독단과 독선으로 위반했다. 전당대회에서 당원이 직접 선출한 당대표의 지시와 주장을 깔아 뭉게면서 정면 도전했다. 당대표는 5개 지역후보의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옥새투쟁을 선언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집권여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공당의 권위가 추락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정당 민주화의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는 사라지고 미운털 박힌 특정인과 특정 계열의 후보를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살인적 표적공천의 칼을 휘둘렀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대통령이 지목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 후보등록 전날까지 공천여부를 미루는 고문과 같은 인권유린의 잔인함을 여지없이 과시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친박계가 다수 포진한 최고위와 공관위가 대통령의 눈밖에 난 비박계와 친유계 후보들을 일부 컷오프하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치 보복하는 공천심사의 잣대를 들이대고 이번 공천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천박한 친박의 당리당략적 술책을 현명한 일반국민들이 모를 리가 없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공천결과는 4월 13일 총선결과의 성적표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여론의 추이는 친박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유승민 등 특정후보를 배제한 것에 대해 민심이반의 경고사인을 보냈다고 보여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측근 참모 출신들이 당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든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인 지역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후보공천이 최우선이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 특정지역의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오해를 받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반대로 역풍을 맞을 우려가 많다.국민은 그만큼 깨어있고 현명하다. 공당 특히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주도하는 집권여당은 야당과 달리 국민에게 약속한 원칙과 기준을 최대한을 준수해야 할 것이다. 집권여당은 공천과 정치에서 최소한 인간의 분수와 염치를 지켜야 한다.

일반국민들은 4·13 공천파동에서 정치권력이 비정(非情)하고 무상(無常)함을 실감했을 것이다. 대선과 총선 때면 분당과 분열을 되풀이 해온 야당은 올해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판박이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여당출신의 은퇴한 노정치인이 제1야당의 대표자리를 차지하고 60년 전통의 야당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옹고집을 목격했다. YS, DJ, 노무현의 기라성 같은 적통 야당 정치인이 수두룩했지만 전두환·노태우·김대중 정권에 몸담았던 의외의 인물 77세의 김종인씨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기대이상으로 위기를 수습하고 더민주당을 정상화시켜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 받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평가는 자신의 거취에 과욕을 부려 물거품이 될 벼랑 끝에 서기도 했다.

그동안 줄곧 야당을 지켜왔으며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동교동계, 상도동계, 친노그룹 정치인은 자존심도 없는가? 자신을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2번으로 셀프 추천한 결정을 추인하지 않으면 당대표 사임과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는 옹졸하고 이기적인 “욕심많은 노인”임이 만천하에 폭로됐다. 그를 정통성을 가진 야당의 대표로 모셔왔던 단견(短見)의 기존 야당지도자들을 나무라고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정치가 국가와 나라를 위한 무한 봉사와 희생과 헌신이 시대적 본분과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행동은 정말 국민들에게 남사스럽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정치 반세기를 되돌아 봐도 이런 몰염치한 억지는 처음 본다.

지금까지 여야정당이 해온 국회의원 후보 공천의 역사는 명분과 내용이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아직도 정치적폐를 청산하지 못했다. 정치개혁, 정권교체, 세대교체 등 그럴듯한 구호를 앞세웠지만 은밀하게 계파간 막후거래와 나눠먹기, 권력자의 측근배치용등으로 정치실리를 챙긴 측면도 없지 않았다.

친박·비박의 지겨운 진흙탕 싸움, 볼썽사나운 TK의 진박 마케팅,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밝힌 유승민의원의 치졸한 고사(枯死) 작전 등으로 점철된 새누리당의 공천전쟁은 정치의 정도와 상식을 무시한 채로 끝났다.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의 심판이 어떻게 총선에서 결말 날지 궁금하다.

또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치도의를 외면한 김종인 대표의 노추(老醜)와 노욕(老欲)은 한국정치를 또한번 웃음거리로 기록될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에서 야로 돌아선 김대표의 변절과 도덕성도 따져야지만 정직성이 더 문제이다. 처음부터 비례대표를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사양하는 것 처럼 연막을 피우다가 마지막에 그것도 2번을 다시 차지했다.

이같이 실망스러운 여야의 4·13 공천 연극은 국민의 선량을 뽑는 축제가 아니라 정치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치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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