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홍 회장

▲ 김길홍 회장

【의회신문】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4·13총선의 참패에 책임을 통감하고 그동안 지지해준 보수세력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다.

여소야대의 선거 결과가 나온지 벌써 25일이 지났어도 새누리당은 아직도 패배를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 운영의 비상체제도 가동하지 못하고 원내 대표만 겨우 새로 선출했다. 박 대통령은 향후 3당 대표의 정례 회동을 제안하고 각계각층과의 소통과 대화에 보다 더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다수의 보수층이 4·13 총선 참패의 원인을 박 대통령의 경제실정과 공천개입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의 추이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계속적인 지지율 추락으로 나타난 것도 무관하지 않다. 보수세력이 박 대통령의 묵묵부답과 새누리당의 반성에 불만을 총선 후에도 강하게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심기일전하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실망감의 표출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동안 다수의 보수는 감시와 견제 속에서 숨 죽여 살아오면서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의 탄생을 위해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아스팔트 거리를 헤맸다. 오직 애국심 하나만으로 진보 좌파의 척결에 앞장 섰다.

정통보수들은 감투도 바라지 않았으며 프랭카드 장만할 돈도 부족했다. 그들은 젊은 시절 이나라 산업화의 역군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은퇴와 노후에도 자유민주 체제의 수호와 발전에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산업화의 발목을 잡은 전력이 있는 민주화 세력과 손잡고 보수정권의 유지에 힘을 보탰다. 과거 보수세력 가운데는 탐욕적 보수, 권위주의적 보수도 많았다. 권력과 공직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부를 축적했거나 국가발전을 조기에 이룩하기 위해 군사정권에 참여한 보수도 있었다.

새누리당 정권이 부끄러운 보수의 역사와 전력을 청산하고 새로운 개혁적 보수의 출범 준비를 시작한지도 몇 년이 지났다. 중도 보수를 표방했지만 공무원과 중산층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지난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면서 따뜻한 보수를 주장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강제퇴출하면서 중도보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반기를 들엇다.

샐러리맨과 서민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월세에 속수무책인 정부 여당을 떠나갔으며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에 민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팍팍한 살림에 등을 돌린 중산층의 마음을 되돌려 놓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 보수정권을 절대로 재창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총선 후 한국의 정치현실과 사회현상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객관적이고 냉엄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민생은 민생대로 집권당과 박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돌보지 못했다. 거기에다 집권당의 핵심과 정부권력을 장악한 소위 정권실세들의 거듭된 독선과 오만에 양심적 보수, 정직한 보수들이 먼저 공생의 둥지를 떠났다. 집권 보수의 핵심이 결코 겸손하지 않고 위만 쳐다보는 가짜 충신로 득실거렸다. 대통령 임기 중반부터 편을 가르고 바른 소리하는 소속 국회의원들을 배신정치의 표본으로 삼아 찍어내기에 열중했다. 대통령은 다음 보수정권의 재집권을 용이하게 하자면 일부 중도 보수성향의 정치인도 새누리당에 붙잡아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정치력과 포용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의 이같은 과오는 내년대선을 앞두고 보수정권 재집권의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10년동안 집권의 보람과 혜택을 받아보지 못했다. 오로지 뒤안길에서 희생만 강요당하면서 급진진보 집단과 좌익분자들과 항상 일선에서 맞서 육탄전을 벌여온 건강한 보수, 투쟁적 보수들은 참으로 분하고 원통하기 짝이 없다.

이제 남은 길은 유일하다. 안일한 보수는 말로만 개혁을 부르짖는다. 행동이나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 상향식 공천이 개혁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슬기롭게 타협하고 소화해 내지 못한 것은 보수집권당이 무능하고 개혁의지가 부족한 탓이다.

청렴하고 건강하며 봉사하는 국민 여망을 받아들이는 개혁적 보수, 중산층과 서민을 품는 따뜻한 보수로 반드시 거듭 태어나야 한다. 타락한 보수, 자리만 탐하는 보수로는 내년 대선의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

박근혜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017년 대선의 어렵고 힘든 승리를 향해 지금부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반성과 국정쇄신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총선 참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그 다음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위기를 자초한 여소야대의 난관을 극복하고 또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해야할 역사적 책임을 다해 주기를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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