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정의 시작…민주주의 성장시키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다음날인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찬성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탄핵인용 축하의 폭죽이 터지고 있다.

【의회신문】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후 첫 주말인 11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20차 범국민행동'을 진행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매주 열렸던 촛불집회 대단원의 막이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134일간 한결같이 주장한 탄핵을 끌어낸 집회는 축제의 장이었다. 연인원 1600만명이 넘는 참석자와 다수의 지지 국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날 6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환호하고 기뻐했다. 또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컸다.

 1시간가량 시민 자유발언으로 이뤄진 1부 행사 뒤 이어진 2부 집회는 촛불권리선언문 발표와 시민 자유발언, 무대 공연, '촛불승리' 기념 폭죽과 파도타기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됐다.

 기조발언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압도적인 민심으로 탄핵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열망한 국민 모두의 승리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확인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11일 서울 서울광장에서 탄핵반대 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는 탄핵찬성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찰이 중간 도로에 차벽을 세워 막고 있다.

 김광일 퇴진행동 집회기획팀장은 "지난해 10월29일부터 134일, 1년의 3분의 1 기간동안 연인원 1600만명이 싸웠다. 야당이 갈팡질팡할 때 12월3일 200만이 횃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냈다. 1000여명의 발언과 100여팀의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며 지난 촛불집회를 돌아봤다.

 매주 집회 자원봉사를 해온 전현지씨는 "집회기간 동안 추운 날이 많았는데 쓰고 있던 핫팩과 주전부리를 챙겨주는 분들이 많았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들이 큰 힘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방소희(19·여)씨는 "지난해 수능이 끝나고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수험생활 끝나고 놀고 싶은 욕구 참고 나온 이유는 내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었다"며 "대선이 다가온다. 청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높은 20대 투표율을 기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촛불권리선언문' 낭독에 나선 시민들은 "우리가 함께 밝힌 촛불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권력을 독점한 소수 세력에게 유린당하고 조롱당하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면서 "촛불시민은 그 어떤 울음과 아픔도 함께 끌어안으며 공감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또 "촛불시민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임을 안다"면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나. 19차례 촛불집회 끝에 겨우 박근혜 한 사람을 대통령직에서 파면시켰다"면서 "이제 새로 시작했을 뿐이다. 그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과 언론이 바로 서야 적폐를 해결할 수 있다. 검찰총장과 공영언론사 사장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면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국민의 것은 국민에게!"라고 강조했다.

 밴드 타카피는 "어제 (탄핵심판 선고) 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다들 그렇지 않았냐"며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라고 외쳤다.

 행사 말미엔 일제히 하늘로 폭죽을 쏘아올려 촛불과 보라색 불꽃으로 밤하늘을 비추는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본집회를 마친 뒤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경로는 ▲도심방면(세종대로사거리→을지로4가로터리→세종대로사거리로 돌아오는 도심행진 ▲청와대 방면(정부종합청사→청운동 주민센터, 주한미국대사관→청와대 분수대) ▲총리공관(열린시민공원→우리은행 삼청동점) 등으로 구성됐다.

 퇴진행동 측은 본래 종로 일대와 총리공관만 행진할 방침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아직 청와대에 머무름에 따라 청와대 방면 행진을 추가했다.

 행진 뒤 오후 8시께부턴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승리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무대에는 전인권, 뜨거운 감자, 우리나라, 한영애, 조PD 등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모인 가수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종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또 방송인 김제동과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발언에 나섰다. 전 회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가족과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마이크를 잡았다.

 첫무대를 장식한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가수 권진원씨는 노래 '살다보면' '그대와 꽃 피운다'를 부르며 "의식이 깨어났다. 살아난 정의와 양심이 다시 흐려지지 않길 바란다. 선량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 당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했다.

 밴드 '두번째 달'의 기타리스트 김현보씨는 탄핵심판 선고 당일 머리에 분홍색 롤 두개를 달고 있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출근길 모습을 패러디하며 앞머리에 헤어롤을 낀 채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해 관중석에서 웃음을 자아냈다.

 탄핵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퇴진행동은 앞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 처벌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등에 주력한다.  

 촛불집회도 이어지지만 예전처럼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지는 않는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4월15일에 촛불집회를 열고 중대한 사안 발생시 필요에 따라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촛불·태극기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207개 중대 1만65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