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웨스트 지역의 24층 그렌펠 아파트에서 14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상부층 전체가 꺼멓게 타 버린 가운데 날이 훤히 밝은 아침에도 연기가 높이 솟아 오르고 있다.

【의회신문】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서부의 켄싱턴 지역의 24층짜리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에서도 우리나라 세월호 사고 당시처럼 “가만히 있어라”라는 재난 대응 요강 때문에 희생자가 더 늘어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그렌펠타워 화재 당시 입주민들이 “가만히 있어라(stay put)”라는 화재 대응 안내문(notices)에 따름으로써 희생자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렌펠타워 측이 입주민들에게 사전 발송한 뉴스레터에 따르면 화재 발생시 불길 혹은 연기가 자신의 주거 공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집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런던 소방당국 역시 이와 유사한 화재 대피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BBC방송은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를 계기로 기존의 화재 대응 요령인 “가만히 있어라” 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이날 대형 화재로 현재까지 사망자 12명과 부상자 80여명이 발생했다.

그렌펠타워 입주민들에게 전달된 안내문에는 “우리의 오랜 방침인 ‘가만히 있어라’ 방침은 별도의 전달 사항이 없으면 그대로 유효한 것이다. 만일 당신의 아파트 혹은 집 앞 복도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집안에 그대로 가만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BBC방송은 “가만히 있어라” 정책은 현재 특정 목적을 위해 건설된 영국 건물들의 일반적인 화재 대피 방법 속에 담겨 있는 표준적인 내용이라고 전했다.

 런던 소방당국은 고층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자신의 아파트가 불길 혹은 연기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한 집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전한 대처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직 소방관 출신인 화재 안전 전문가 엘핀 에드워즈는 “가만히 있어라” 행동 요령은 직접적으로 화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주자들이 당황한 나머지 불필요하게 대피하느라 계단 등 대피로를 막으면서 발생하는 혼잡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층건물들은 일반적으로 한 층에서 발생한 화재가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각 빌딩은 각각의 층별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에드워즈는 그렌펠타워의 경우 불이 번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소방안전관리 담당관인 제프 윌킨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화재 발생 시 큰 우려 중 하나는 불길이 비상 탈출 루트를 타고 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재 대응 요령은)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단 하나의 비상계단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대피할 수는 없다. 각각의 아파트 안에서 불길이 잡는다는 게 기본적인 의도다. 어떤 한 시점에서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킬 필요가 없다. 소방대가 도착을 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소방대가 어떤 층 사람들이 대피를 해야 하는 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안전 전문가인 그레이엄 필드하우스는 “가만이 있어라” 공지가 모든 상황에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불길과 연기에 영향을 받는다면 탈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렌펠타워 입주민인 마이클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안내를 무시한 채 탈출을 했다면서 “만일 아파트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죽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BBC방송은 “가만히 있으라”라는 화재대응 요령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전했다. 지난 2009년 6명의 생명을 앗아간 런던 남동부의 라카날 하우스 화재 당시에도 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대두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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