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말 참담한 일이다.

이것은 검찰의 부실 수사, 기소와 법원의 소극적 법 적용이 맞물려 일어난 결과이다. 도대체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는 것인지 녹색당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재판부는 ‘권성동 의원이 직접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일차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이다.

그러나 법원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재판부는 강원랜드 채용과정에서 광범위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강원랜드 전 본부장을 통해 인사담당자에게 청탁명단이 전달됐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런데 권성동 의원이 합격, 불합격 여부를 직접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접 청탁’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무죄판결의 근거로는 너무 궁색하다. 이런 태도는 법원이 그동안 채용 비리에 관한 법 해석을 매우 소극적으로 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법원은 지난 <최경환 의원 사건>(자신의 비서 출신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채용 청탁)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채용 청탁이 유죄로 인정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산은행 채용 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조문환 전 국회의원은 업무방해 교사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조문환 전 의원은 2015년 9월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채에 지원한 자녀를 채용해달라고 청탁을 했고, 부산은행 측은 점수조작을 통해 합격을 시켜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문환 전 의원을 업무방해죄의 교사범으로 기소를 했고, 부산지방법원은 2018년 7월 24일 조문환 전 의원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문환 전 의원은 항소했으나 항소도 기각되었다.

검찰은 조문환 전 의원 사건에 초점을 맞춰 수사와 기소내용을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채용비리를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의지이다.

그리고 법원은 소극적이고 안일한 법해석으로 수많은 청년들을 좌절의 늪에 빠뜨리는 일을 그만해야 할 것이다. 채용 청탁과 부정합격은 일련의 연결된 범죄행위이다. 청탁받은 사람만 처벌하고 청탁한 자는 무죄라는 기막힌 법 적용은 법리도 아니다. 또 다른 말장난이고 기만일 뿐이다.

기왕에 일어난 채용 비리는 기존의 법조항을 통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벌에 처하는 수밖에 없지만, 향후 채용 비리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지금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정 청탁을 한 공직자 등에게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채용 청탁은 높은 징역형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민간영역에서의 채용 비리에 적용되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도 채용 청탁, 강요를 과태료로만 처벌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높은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바꿔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는 원내 정당들은 모두 청년 앞에 사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심각한 채용 비리를 방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채용 비리에 가담하고 있는 정치 그 자체를 모조리 바꿔야 한다. 녹색당은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지도록 ‘매’의 눈으로 감시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국회에 들어가 김영란법과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채용 비리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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