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선거에서 당선 확정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1.25.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선거에서 당선 확정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1.25.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오는 3월 농협중앙회 정기총회 직후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선거 직전 또는 이후에 잔여 임기가 2개월도 남지 않은 현 이성희 회장이 농협중앙회의 정기인사를 대규모로 단행했다.

농협중앙회는 물론, 경제·금융지주와 그 자회사들에 이르기까지 농협 임직원 인사에 현 이성희 중앙회장의 입김이 작용하여 신임 회장 취임 시점의 농협 임직원들은 임기를 1~2년이나 남겨둔, 전임 회장의 코드인사이다.

역대 중앙회장 교체 시기마다 불거지는 농협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이는 제25대 강호동 신임 회장이 어느 정도 인사 개편을 단행하긴 하지만 전면적인 쇄신을 위한 인사 단행은 힘들다는 점이다.

결국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실질적으로 2년 차부터”라는 조소가 흘러나오고 여기에 새로운 농협 발전을 위한 선거 공약의 실천이 더뎌지는 것도 문제이고 업무효율 문제를 떠나서라도, 연봉 수억 원에 달하는 고위 임직원 자리에 알박기 인사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않다는 것이다.

이번 정기인사에서도 농협중앙회는 여느 때처럼 광범위한 알박기 인사를 진행했다.

상무급 집행 간부와 본부장들이 대대적으로 자리를 옮겼고, 중앙회·지주회사의 일부 계열사 대표들도 명패를 바꿨다.

오는 3월이면 경제지주·상호금융 대표와 전무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이들 역시 현 중앙회장의 손으로 뽑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회장이 실질적으로 과도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것부터가 농협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지만, 회장 교체 시기의 알박기 인사는 이 같은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 속의 불합리’라 할 수 있다.

중앙회가 자체 규정 개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회장의 ‘인사 영향력’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정부·국회 등 외부의 손길이 있어야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문제다.

오는 3월 강호동 제25대 회장의 취임에 맞춰 이성희 현 회장의 알박기 인사로 잘못된 관행이 지속된다면 농협의 개혁, 농협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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