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회장

【의회신문】 2013년 9월 '중국의 꿈', '중화부흥'을 외친 시진핑 주석은 세계화 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추진의 밑그림을 내놓으며 정책, 인프라, 무역, 자본, 민심 등 '5통(通)원칙'을 강조하였다.

같은 해 11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주변국 외교 원칙(주변국과 친(親)하게 지내고, 성의(誠)를 다하며, 중국의 발전 혜택(惠)을 나누면서 포용(容)한다)을 밝혔다.

중국의 주변국 갈등

중국은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걸쳐 62개국을 주변국 외교 대상으로 본다고 한다. 중국이 경제성장에 매달렸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주변국 관계는 비교적 평온했다. 하지만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이후에는 힘을 구사하는 '근육질 외교'가 일상화되었다.

특히 시진핑 주석 취임 후, 대외정책은 주동작위(主動作爲; 제 할 일을 주도적으로 처리)로 전환되면서 주변국과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베트남과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몽골은 최근 달라이라마 방문 문제로, 인도와는 1962년부터 지속되어 온 인도-카슈미르 영도분쟁 문제로, 대만과는 독립노선 추구문제로, 미얀마와는 군부독재 종식 후 개혁개방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 후 반중감정 악화 문제로, 싱가포르와는 대만에서 군사훈련 문제로 꾸준히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갈등의 배경에는 모두 중미간 패권문제(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가 내재되어 있다.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일본, 한국, 필리핀과 대만에는 관광을 무기로 한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변국 '구애외교'

시주석은 취임 후부터 일대일로의 성공적 보장은 해상 및 육상으로 중국과 인접해있는 주변 24개국과의 친선우호 관계 개선을 통하여 먼 곳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며 주변국 외교에 각별히 관심을 가졌다.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노리는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정부가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를 탈퇴하자, 중국이 중심이 된 역내포괄적 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아세안 회원국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에는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과 정상회담에 이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강행 주도국인 필리핀 신임 대통령과 베트남 신임 서기장을 불러들여 큰 선물 보따리를 안기며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집권1기 ‘중국의 꿈’ 실현을 가시적으로 대내외에 선보이는 중요한 행사로, 금년 5월 14~15일 65개국이 참여하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취임한 새로운 한국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시진핑 주석과 만날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물극필반(物極必反) VS 궁즉통(窮則通] )

지난 20일 92년 한중수교 당시 수교 산파역을 맡았던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을 지내고 부부장으로 퇴임한 왕잉판(王英凡) 현 중국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은 중국의 고사성어인 '물극필반 物極必反; 무엇이든지 극에 달하면 역효과가 난다)'을 언급하며, 사드배치로 중국인들이 입은 깊은 마음의 상처와 아울러 혐한(嫌韓) 분위기를 전달했다.

우리는 성난 중국에 '화해(和解)'와 '자성(自省)' 이라는 Two Track 으로 접근해야 한다. '궁즉통(窮則通]: 궁한 처지에 이르면 도리어 길이 열린다)이다. 롯데그룹은 사드로 인해 중국에서 엄청난 손해를 입고도 그룹차원에서 중국사업을 지속할 것임을 밝혔는데,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因为理解 所以等待: 이해하기에 기다릴 수 있다"라는 광고문구를 내걸었다. 아마도 롯데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에 대해 중국이 “因为近邻 所以理解; 가까운 이웃이니까 이해한다)”고 화답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여하튼 우리는 미국 매티스 국방장관이 방중 후 ‘중국은 조공 받던 시절로 착각’한다고 언급한 바, 중국의 주변외교 접근 개념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중국 관점에서 우리의 전략적 가치(strategic value)와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는 과연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냉철하게 재검토할 시점이다.

정부, 국회, 기업, 국민, 지방자치단체, NGO등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동성(同聲; 한 목소리로), 동반(同伴: 다같이 함께), 동행(同行: 다같이 행동으로) 해야 할 때이다.

이상기
前 주중국방무관
사)한중안보평화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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