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일보】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지난 3월23일 후보직을 사퇴한 통합진보당(약칭 진보당)의 이정희 대표와 이 당을 배후에서 좌지우지하는 ‘얼굴 없는 세력’이 다름 아닌 NL(민족해방. 자주파 또는 주사파)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당초 이정희 대표의 후보사퇴 여부는 본인과 진보당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배후의 ‘어떤 세력’이 결심해야만 된다는 얘기가 나돌았었다. 그 세력이 누구인가 하는 수수께끼는 진보당의 전신인 민노당에서 이 대표와 함께 활동했던 인물들이 ‘그 세력’의 실체를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밝힘으로써 풀리기 시작했다.

정치 파르티잔에 정복당한 제도권 정당
‘경기동부연합’은 1990년대 경기도 성남과 용인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자 대거 입당해 기존 PD(민중ㆍ민주) 계열들이 장악하고 있던 민노당 조직들을 하나하나 접수한 후 2004년 5월 민노당 전당대회에서 노회찬ㆍ심상정ㆍ 권영길ㆍ조승수ㆍ주대환ㆍ홍세화 등 범 PD계를 소수파로 밀어내고 당권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NL과 PD는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NLPDR)을 지향하는 좌익 운동권의 한 뿌리이긴 하지만, PD는 사회주의 본래 노선에 충실할 것을 주장하면서 ‘민중 민주’를 강조하는 반면 NL은 반미(反美) 자주화를 내걸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떠받든다 해서 주사파로 불린다. 같은 좌익 운동권 세력인 PD계는 NL계를 ‘종북파(從北派)’, ‘김일성주의자들’이라고 부른다.

경기동부연합을 이끄는 수장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그 핵심그룹이 어떤 면면들인지는 비밀에 쌓여 있다. 조직 자체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핵심의 실체를 알 수가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런 집단이 ‘정치 파르티잔(partisan)’처럼 이 나라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최근 빈부격차와 소득의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 자본주의 체제와 신자유주의의 일부 취약점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제기하는 자본주의 개혁론이랄지 ‘99%의 월가 시위’ 등이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도 자본주의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주의 이론과 그 방법론을 선택적으로 채택 접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에서도 사회주의 정당의 존재이유는 결코 외면될 수 없다.

좌익정당 건전한 대안세력으로 거듭나야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과 선거연대를 하고 있다. 그런 제도권 정당인 통합진보당이 왜 하필 종북인가? 이 대명한 천지에 한낱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추락해 ‘장군님 애도기간에 허튼짓 했다’고 군 핵심간부를 시체마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박격포로 공개 사살하는 비정상적인 나라가 북한이다.

주민을 굶겨죽이면서도 ‘어버이 수령’의 생일행사에 2년 치 식량 부족분을 살 수 있는 돈을 쓰는 사교(邪敎)집단, 자유와 인간존엄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은 공포와 폭압의 땅, 3대 독재세습을 하면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눈이 시뻘개진, 증오와 공격성만을 재생산하는 독기 서린 끔찍한 사회인 북한을 추종한다니, 도대체 북한의 무엇을 따르겠다는 것인가?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2년 후면 또다시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이념으로 똘똘 뭉쳐 무서울 정도의 결집력과 활동력을 발휘하는 종북세력이 이 나라 수도권인 경기도를 근거지로 하여 제도권 정당의 배후에서 사실상 주체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렵기까지 하다. 수도권이 종북에 휘둘리면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 나라 좌익정당들은 이제 미망을 벗고 합리적인 사회주의 정당으로 거듭나 독일ㆍ프랑스ㆍ영국 등 서구 선진국들의 사회당이나 노동당처럼 자본주의 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건전한 대안세력으로 역할해야 한다.

정모세 언론인ㆍ한국동북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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