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종한 취재부장
【의회신문=성종한 취재부장】며칠전 홍준표 경남지사가 불법정치자금 의혹을 해명한다며 2008년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한 원내대표 시절에 받은 ‘대책비’가운데 활동비로 쓰고 남은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입법로비 사건 재판에서 국회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 받은 ‘직책비’일부를 아들의 유학자금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국회‘특수활동비’의 무분별한 사용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국회의원들이 공직 활동비를 생각없이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거듭 드러나고 있는데 이에 상응하는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원천봉쇄할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장에게는 세비와 별도로 위원회 운영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특수 활동비가 지급된다. 신의원은 환경노동위원장 당시 매월 900만원~1000만 원 정도를 썼으며, 홍지사는 여당 원내대표 시절 운영위원장을 겸하면서 한 달에 4000만~5000만원을 별도로 지급받았다고 한다. 각 상임위원장과 여야 원내대표 외에 국회의장과 부의장에게도 이런 명목의 돈이 주어진다. 국회 예산 및 결산서에는 특수활동비는 2010년에 99억원에 달했고, 올해엔 83억 원에 이른다.

상임위원회 등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국민세금에서 지급된 공금을 개인적 용도로 써도 괜찮다는 두 사람의 공통된 인식은 공직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패악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특수활동비는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사용처를 밝히면 감사원 지침에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주로 국정원과 같은 정보기관에 해당되며, 집행내역서 제출의 의무가 면제된다. 그러나 공직자라면 당연히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사를 구분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특수활동비 중에 일부를 생활비나 자녀유학비로 썼다는 것이니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를 횡령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오히려 죄책감이 없이 관행이란 듯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의 도덕불감증이다. 2013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당시 특정업무경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퇴한 것은 물론 고발까지 당했다. 국회의원 업무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예산과 결산 심사를 통해 나랏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의 국민세금이어서 극히 일부라도 함부로 세어나가서는 안된다. 금년 들어 지자체 및 각 지역경찰서에서 교통 법칙금 딱지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들고 있다고 한다. 나라에 돈이 없고 세금조차도 제대로 걷히지가 않아서 세수 결손금을 채우기 위해 관공서가 혈안이 되어있는 실정이고 무상급식 폐지 또는 5세 이하 영유아 누리과정 지원금 축소 등 나라가 온통 돈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

민간기업들도 임직원이 사용한 법인카드를 개인과 가족의 소비활동에 쓸 수 없도록 엄격한 기준과 자체감사를 일상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울러 국민세금의 투명한 사용여부를 최종적으로 국회의 양심에 맡기기에는 국회에 대한 국민신뢰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이미 사용된 상임위원장 활동비에 대해서는 당장 사용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얼마전 이 문제에 대해서 제도적 장치보다는 개인적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참으로 국민알기를 개나 소로 여기는 무책임한 어불성설이다. 차제에 국회고위직 ‘특수활동비’를 당장 폐지하던지, 사용의 투명성을 넓혀 제도적 개선에 나서던지 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행정부나 사법부에도 유사한 형태의 직책비가 유용되지 않도록 종합 점검해 문제점을 대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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