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의 발행인
【의회신문=김대의 발행인】"사법시험은 사회구조의 민주화와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 사시존치론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지난 1월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는 농부의 자녀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법시험은 존치돼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사법시험존폐를 둘러싸고 국회와 법조계 안팎에 논란이 뜨겁다.

이처럼 사시존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법조계를 뜨겁게 달구더니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사시존치 문제를 민감한 사안으로 보고 관련 법안을 잇 따라 내놓고 있다.

변호사시험법을 대표발의한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2017년 페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로스쿨과 병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인 박영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로스쿨에 가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사시존치 법안을 발의하는 등 현재 국회계류 중인 사시존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만 이미 4건에 이르고 있다.

‘만약 사법시험제도가 없었다면 고졸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겠습니까?’ 라며 페이스북에 의견을 밝힌 홍준표 경남지사는 ‘법조특권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희망의 사다리를 허물어 버린 로스쿨을 도입하시분이 고 노무현 대통령 이시니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라며 사시존치에 힘을 실었다.

법대로 사시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 역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사다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변호사라는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시험이 아니라 로스쿨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 한다. 이미 2017년 폐지가 결정된 사시를 되살리는 것이 국력낭비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스쿨과 사시의 비용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사법시험보다 연평균 두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재 입학금을 제외한 연평균 로스쿨 국립대 학비는 1000만 원대 이다. 사립대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20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북대 천도정교수와 중앙대 황인태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진입 유입 실증분석’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7만 여원, 총 1억579만 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시험 준비부터 사법연수원 수료까지 6.79년간 연평균 932만 여원, 총 6,333만 여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 됐다.

사시존치 찬성론자들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돈스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의 세습이 이어지고 가난의 대물림이 지속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들도 부를 쌓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금 그 희망의 사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시다. 실력 앞에는 모든 국민이 평등해야 한다. 이것이 사시존치의 이유다. 지금까지 사시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녀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로스쿨이 도입되었다고 해서 국가와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던 사시를 없애선 않된다. 우리사회는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자기개발을 통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희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사회는 혼란만 가져올 뿐이다.

지금 국민들은 부나 권력을 가진 자의 자녀들이 로스쿨에 진입하는 것을 현대판 ‘음세제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 ‘사시폐지 VS 사시존치’를 놓고 대립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과 사시 두 길을 열어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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