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선정‘4대 개혁방안’을 중심으로

▲ 김대의 본지 발행인

【의회신문=김대의 발행인】정부가 지난 8월 확정 발표한 ‘빚더미에 앉은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3대 개혁방안’을 비롯한 여러 지방자치 현안들은 그동안 잇달아 불거진 각종 대형 정책 이슈에 묻혀 국정 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형국이다.

지난 8월10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에서는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재정의 개혁을 위한 3대 방안’이 국정과제로 확정됐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개혁방안은 ‘개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도 민망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핵심을 한참 비켜간 ‘변죽 울리기’에 불과하다.

■ 기형적인 세입 세출 배분구조

이날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보고한 ‘지방재정 개혁을 위한 3대 방안’은 ▲국고보조금에 대한 재정누수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집행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지방교부세 배분비율을 복지 등 국민적 수요에 맞게 변경하고, ▲지자체가 스스로 세출을 효율화하고 세입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며,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지방공기업을 통폐합하고 부실 공기업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해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편, 정부의 이 같은 ‘개혁방안’ 확정에 앞서 서울시의회(의장 박래학)는 지난 7월1일 ▲지방재정 개혁, ▲정책보좌관제 도입,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 등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개선이 시급한 항목들을 ‘4대 지방자치 개혁과제’로 설정,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가 설정한 이 같은 ‘지방자치 발전방안’은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를 통해 각 지방의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것으로, 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인 셈이다.
지방자치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부문에서 보완하고 개혁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이나 의견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의 개혁을 위해 ‘재정부문의 효율화’에 역점을 둔 반면 서울시의회를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제도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지방자치 4대 개혁’추진

현행 지방자치제에서 가장 핫이슈로 거론되는 사안이 중앙과 지방간의 세입 세출 배분구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재정지출 규모는 지방과 중앙이 6:4로, 중앙에 비해 지방이 많은데도 세입규모는 중앙이 80%를 차지하고 지방은 20%에 불과하다.

중앙이 쓸 수 있는 국세가 80%에 이르고 지방재정으로 쓸 수 있는 지방세는 20%에 불과한 현행 조세체계는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2할 자치’라는 말이 생겨났다. 재정지출은 지방이 6대4로 많은데, 세입은 중앙이 8대2로 많은 기형적인 ‘2할 자치’를 조세제도 개정을 통해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방의회의 숙원사업이었던 정책보좌관제 도입 또한 제자리걸음이다. 광역의회에 한해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신설 배치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통과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제동이 걸려 법사위에 계류 중인 채 19대 국회에서의 통과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가 됐다.

이 법안은 당초 정책지원 전문보좌진을 각 의원실 소속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나, 정책보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개인 비서처럼 남용되는 사태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의원실이 아닌 의회 소속으로 바꿨다. 따라서 정책지원 전문인력들은 각 광역 시⋅도의회 산하의 위원회에 배치, 의원 1인씩을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으며, 국회 법안심사소위는 이 개정안의 구체적인 인력 및 예산운용방안 등을 시행령에서 정하기로 했었다.

■ 광역의회 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광역의회에 정책전문 보좌관제를 도입 실시하면 지역의회는 일단 역량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광역자치단체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어 지역의회가 명실상부한 민생⋅정책의회로 거듭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현재 서울시의회의 경우 연간 35조 2천억 원의 방대한 예산을 심의하며, 경기도의회는 연간 34조원이 넘는 예산규모를 심의해야 한다. 의원 혼자서는 사실상 자료 분석하는 것조차 벅찬 여건에서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 정책입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각각 9명의 보좌진을 국고로 지원받는다.

광역의원 보좌관제 도입은 시⋅도의원들을 특별대우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자는 게 그 취지이다. 또한 지방정부의 산하기관장 임명에 대해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과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 역시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자치단체장의 측근인사나 보은인사로 채워지는 등의 낙하산 인사가 잦은 지방공기업 인사비리는 지금까지 계속 문제로 지적돼오고 있다. 이 같은 비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두된 것이 인사 검증제 도입안이다.

■ 감시⋅견제 역할의 지방의회 독립성은 필수
지역자치단체의 행정을 감시 감독하고 견제하는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와 ‘기관 대립형’ 관계에 놓여 있다. 이런 구조에서 의회사무처의 인사권을 단체장이 행사하는 현행 제도는 한 마디로 ‘이상야릇하고 해괴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지방의회의 지휘 통솔권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이 돼 있다. 지방의회 사무처 직원들은 의회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인사권을 쥔 ‘기관 대립형’ 관계인 지방정부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래가지고는 지방의회와 사무처의 협조와 일체감이 제대로 형성될 리 없고, 이들에 대한 의회 차원의 인사처우 개선이 작동되기 어렵다.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의 제도화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도와 인천시·대전시에서는 지방의회와 단체장과의 협약을 통해 지방정부 산하 지방공기업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임시 협약’일뿐이다.

광역 지자체를 견인하고 선도해야 할 서울시에서는 현재 이마저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서울시 산하기관들이 22조 원이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부채를 지고도 최근 3년간 임⋅직원에게 3천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17개 산하기관의 부채는 22조 50억 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전국 지자체 공기업 28곳이 부채의 이자로 지출하는 총액만도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총 6조9천531억 원, 연간 1조 원을 웃돌고 있다. 이렇게 줄줄 새는 헛돈이 모두 피땀 묻은 주민의 돈이다.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산하기관의 부실한 운영과 이로 인한 세금 낭비는 해당 지자체로 하여금 ‘빚더미’에 앉도록 만드는 단초가 된다.

물론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금처럼 천문학적 규모의 빚더미에 앉게 된 데에는 재선이나 중앙정치권 진입을 노린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와 이에 따른 무리한 전시성 행정의 탓이 크고, 이를 제대로 감시 견제하지 못한 지역의회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산하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도 할 수 없는 현행 제도에서 지역의회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대표하고 집행기관을 감시⋅견제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그 지위와 역할에 맞는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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