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명 대표, '일본고지도선집' 편찬위원회
【의회신문】'독도는 우리 땅'임을 일본 고지도로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인정한 '일본 고지도 선집' 덕분이다.

㈔우리문화가꾸기회가 지난 1년간 일본 현지에서 수집한 200여점의 다양한 지도들을 수집 분석한 결과물을 총 3권의 책으로 나눠 그 중 첫 번째 편을 내놓았다.

수록된 지도는 근대 일본 지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노 타다타카(1745~1818)가 일본 전역을 직접 측량해 제작한 실측 지도 ‘대일본연해여지전도’부, 일본의 육군참모본부 육지층량부에서 발행한 ‘지도구역일람도’ 등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제작된 일본 고지도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적 자료들이다.

우리문화가꾸기회와 재단법인 세미원이 20일 서울 인사동 관훈클럽에서 ‘일본고지도선집’ 제1집 발간을 앞두고 설명회를 가졌다. 이진명 리옹3대학 명예교수 겸 편찬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지영선 생명의숲 공동대표, 이성호 상명대 예술대학장, 이동식 전 KBS정책본부장, 양보경 대한지리학회장 겸 성신여대 교수, 최선웅 한국지도제작연구소 대표 등 5명의 편찬위원이 참석했다.

이훈석 세미원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 고지도를 접한 뒤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표기한 지도가 80%가량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반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해놓은 조선 지도는 단 하나도 없다. 일본 지도를 모아서 집대성하면 큰 목소리가 될 수 있으리라 직감했다”고 밝혔다.

이진명 명예교수는 “일본 고지도 속에 독도는 과연 어느 나라 영토로 표기되어 있는지를 집대성한 대작업이었다”며 “우리보다 먼저 서양과 접촉을 했던 일본은 일찍부터 지도와 지리학에 관심이 많아 국가나 민간에서 발행된 지도가 수없이 전해져 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19세기 후반 정한론을 시작으로 일본 조야가 한국의 침탈과 지배에 관심이 고조돼 한국과 관련된 지도의 수요는 폭발적이었고, 다양한 형태의 지도가 제작됐다. 이때 발행된 지도들은 당시의 영토 상황을 증명해주는 중요한 증거들”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고지도선집’에 수록된 주요 지도는 울릉도와 독도를 마치 모도와 자도처럼 나란히 그려놨고, 일본 정부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울릉도를 다케시마, 독도를 마쓰시마라고 표기했다. 이때 울릉도와 독도는 채색을 달리해 일본 영토가 아님을 구분하거나 아예 ‘조선의 소유’라고 명기했다.

근대 일본지도학의 비조(鼻祖)라 불리는 나카쿠보 세키스이(1717~1801)가 제작한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에서는 울릉도와 독도가 한반도 일부와 함께 일본의 경위선 밖에 위치해 있다. 만고의 애국자로 일본인의 추앙을 받는 하야시 시헤이(1738~1793)가 제작한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에서는 동해 한가운데 있는 울릉도와 그 옆 작은 섬을 조선의 소유로 정확히 기록했다. 울릉도 옆 작은 섬을 죽도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시헤이의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와 ‘삼국통람도설’을 합쳐 화가인 나카코미 쇼에몬이 1802년에 그린 ‘대삼국지도’를 보면 울릉도 옆의 작은 섬을 독도(松島)라고 분명히 적고 있다. 그는 나라별로 색을 달리 채색했는데 조선과 울릉도, 독도를 황색으로 칠하고 ‘조선의 소유’임을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다투고 있는 대만 북동쪽 작은 섬 조어도(釣魚島)를 실 보다 크게 그리고, 중국의 영토와 같은 색으로 표시했다.

일본 막부에서 천문과 지리를 담당한 다카하시 카게야스(1785~1829)가 막부의 명을 받아 제작한 ‘일본변계약도’에서는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하고 울릉도를 ‘菀陵島(완릉도)’, 독도를 ‘千山島(천산도)’라고 표기했다. 울자와 천자를 오기했으나 이례적인 점은 울릉도와 독도를 한국식 명칭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노 타다타카의 실측지도인 ‘대일본연해여지전도 중도’에는 아예 독도가 없다. 양보경 편집위원은 “이노가 측량하는 동안 독도와 가장 가까운 마쓰에에서 3개월이나 체류했는데도 울릉도와 독도를 실측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의 땅이라고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지도가 발행된 이후 제작된 대부분의 일본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우리문화가꾸기회는 이번에 공개한 첫 번째 ‘일본고지도선집’ 외에 두 번째 ‘일본고지도선집’으로 러일전쟁 관련 지도와 해군수로지, 박문관을 비롯한 출판사와 언론사들이 발행한 지도 40여점을 정리해 묶어낼 예정이다. 세 번째로는 교과서와 지리서 그리고 동해관련 지도와 민간이 발행한 사찬지도들을 모아 발표할 예정이다.

‘하야시의 시공여행’(가제)이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도 세웠다. 하야시는 에도시대에 태어나 34세에 서양학문에 입문한 일본의 대표적인 실학자이자 경세가로 후대에 일어날 국토분쟁을 예견하고 10년 동안 전국을 발로 뛰고 풍찬노숙을 하면서 지도를 제작했다. 인접국과의 접양과 형세를 알 수 있는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외 여러 개의 명저를 내놓았다.

이성호 상명대 예술대학장은 “신라장군 이사부도, 안용복도 아닌 바로 일본인 하야시 시헤이를 통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일본 고지도를 근거로 ‘독도가 우리땅’임을 주장하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선웅 대표는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보면 ‘개정일본여지노정전도’를 근거로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다. 지도 원작자는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영토와 구분했는데, 개정판이라고 밝힌 이 지도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일본 영토와 같은 색으로 칠해놓고 초판에도 저렇게 채색돼있다고 적어놨다”고 지적했다.

이훈석 대표는 “스탠퍼드대학 도서관에서 벌써 일본고지도선집에 대해 알고 자료요청을 해왔다”며 “세계에 일본고지도선집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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