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안 시한 넘겨 국회의원직 근거 상실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중진 의원 회동에 참석한 정 의장과 의원들이 현안 관련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석, 정세균,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의장, 서청원, 이병석,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의회신문=임광수 기자】2016년 새해가 시작되는 자정 정의화 국회의장은 담화를 발표, 국회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2014년 10월 30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국회의원 선거구가 1일 0시부터 효력을 상실하면서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되었고, 100여일 남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 더 이상 명약관화한 비상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면서 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에 5일까지 현행 지역구(246)를 기준으로 선거구획정안을 만들어 제출해 달라고 했다.

정 의장은 "여러 시군구에 걸치지 않으면 하나의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거나 어느 인접 지역구와 합하더라도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경우를 시군구 분할금지 예외지역으로 해달라"며 수도권 분구 대상 선거구 중 최대 3곳의 일부를 분할해 분구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고려해 달라고도 했다.

정 의장의 이러한 담화에 대해 여야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 의장의 뜻대로 선거구획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당기간 진통을 더 해야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야가 대체로 잠정 합의한 지역구 7석 증가, 비례 7석 감소하는 총 의석 300석에서 지역구 253, 비례 47의 정도로 최종 결정되는 것이 유력하다.

정 의장은 선거구 획정 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직권상정해서 국회의 비상사태를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오기까지는 국회운영의 책임을 진 정 의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정 의장은 담화에서 "이러한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8차례에 걸쳐 여야지도부를 설득 노력하며 때로는 의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때로는 늦은 밤 의장 공관으로 여야 지도부를 초대하여 합의를 도출하려 노력했지만 여야는 의석의 득실 계산에만 몰입하면서 해를 넘기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국회의장 취임이후 선진 대한민국, 통일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정쟁의 정치구도를 끊어내야 함을 수차례에 걸쳐 주장해왔으나 19대 국회에선 어렵게 되었다"고 한가한 자기 소신과 변명을 했다.

여야의 정쟁에 휘말려 국가경제의 사활이 달린 민생법안이 제때에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 자신의 근거인 국회의원 지역구획정 조정안마저 시한을 넘기게 된 데는 의장의 무능력, 무책임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또한 정 의장은 관례에 따라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은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직 명확한 불출마 선언이 없어 19대 후반 국회운영 책임이 무거워 보인다.

한편, 새해를 맞이하는 자정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국회의원의 뿌리가 실종된 '식물의회'가 되고, 경기도의회에선 여야 의원 간 누리과정 예산 편성 여부를 놓고 몸싸움이 벌어져 폭력의 '동물의회' 를 연출하면서 새해 경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준예산으로 하는 파행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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