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창당,“적대로부터 협력으로 가는 것이 시대정신”
국민통합보다 분열에 앞장서는 낡은 양당체제의 종언 선언
더민주 산 너머 산, 잔류파 의원들마저 문 대표 사퇴 요구

▲ 안철수 의원
【의회신문=정행산 주필】 안철수 신당이 지난 8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신당 당사에서 김한길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주재로 창당준비점검회의를 연데 이어 오후엔 신당 당명을 국민의당으로 확정 발표했다. 그리고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짐으로써 새로운 제3당으로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국민의당은 내달 2일 중앙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장관은 지난 2013년 안철수 의원이 처음 창당을 준비했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 의장으로 추대됐었으나 2014년 민주당과 통합 이후 안 의원 곁을 떠났다가 이번에 다시 손을 잡게 되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8일 점검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다시 새우고 국민의 희망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 신당의 과제”라며 “분열과 적대로부터 화합과 협력으로 가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창당 발기취지문을 통해 “시대변화에 뒤쳐진 낡고 무능한 양당체제, 국민통합보다 오히려 분열에 앞장서는 무책임한 양당체제의 종언을 선언한다”며 “적대적 공존의 양당구조 속에서 실종된 국민의 삶을 정치 중심에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더민주를 탈당했던 김한길(서울 광진구갑)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일 신당에 합류한데 이어 8일엔 4선의 중진인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을)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에 참여했다.

야권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는 야당의원 18명 중 14명이 더민주를 탈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광주의 더민주 의원 8명 중 천정배(광주 서구을)⋅박주선(광주 동구)⋅김동철(광주 광산갑)⋅임내현(광주 북구을)⋅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 등 5명이 먼저 탈당한데 이어 장병완(광주 남구)⋅박혜자(광주 서구갑)의원도 13일 주승용(전남 여수을) 의원과 함께 탈당해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함으로써 광주에서는 강기정(광주 북갑) 의원만 더민주에 남았다.

동교동계의 좌장이라는 권노갑 상임고문이 12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박지원(전남 목포) 의원마저 탈당 의사를 굳힘으로서 광주⋅전남의 민심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김영록(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도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이개호(전남 담양⋅장성⋅영광⋅함평) 의원과 김승남(전남 고흥⋅보성) 의원도 탈당 여부 등 거취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북에서도 11일 중도⋅소장파인 군산의 김관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전북에서 유성엽(전북 정읍) 의원에 이은 두 번째 탈당이지만 김 의원 외에 전북에서 추가 탈당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의 노웅래(서울 마포구갑)⋅최원식(인천 계양구을) 의원도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광주⋅전남에서 확실한 더민주 잔류파는 강기정⋅우윤근(광양)⋅신정훈(나주⋅화순) 의원과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 김성곤(여수갑) 의원 등 4~5명 정도다. 그러나 이들 잔류파들마저 문재인 대표와 친노 주류의 2선 후퇴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광주⋅전남은 신당에 완전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신당 공동대표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합류도 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합류가 이어지고 신당체제가 공식 출범함에 따라 그동안 탈당과 신당 참여를 주저하던 많은 더민주 의원들의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신당은 당초 창당도 하기 전부터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추월했고,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는 더민주를 거의 두 배 가까이 앞섰다. 그 기간 동안 신당이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데도 중도 표심을 중심으로 더민주와 문재인 대표에게 실망한 호남권 유권자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였다. 이 같은 현상은 돌풍에 가까울 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 또한 작지 않다.

◇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 반감 혐오 수준

199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야당의 적대적⋅극단적 행태는 이번 19대 국회 들어 친노와 486 주사파 운동권이 중심이 된 구(舊) 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정점에 이르렀다. 구 새정연은 법안 뒷다리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정부 여당을 물귀신처럼 붙잡고 늘어지는 행태를 일삼으면서 국정을 훼방 놓고 4년을 허송했다.

지금 정치권, 특히 야댱에 대한 국민의 반감은 혐오 수준이다. 이런 민심을 야당은 계속 무시해왔다. 제1야당이 국가의 현안을 가로막고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원성이 각계에서 터져 나와도 구 새정연의 친노와 주사파 운동권 출신 주류들은 귀를 막고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엇나가기만 했다.

가까운 예로, 대한민국을 깎아내리고 부정하는 내용으로 기술된 반(反)대한민국적 역사교과서를 결사옹위하고 이 같은 역사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한 국정교과서 발간을 죽어라 반대한 일이며,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의 ‘위안부문제 협상타결과 양국관계 정상화 합의’를 반대하고 나선 일이 대표적인 헛발질이었다. 이밖에도 야당은 하루가 급한 법안들을 되지도 않은 이유를 들이대면서 반대하고 지연시켜왔다.

지금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새로운 정치, 합리적인 여⋅야 관계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민주체제에서의 여⋅야 관계는 조선조 때의 당파싸움처럼 상대 당을 무력화하고 씨를 말려야 자기 당이 살 수 있는 그런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 의원(왼쪽 세번째), 안철수 의원(가운데),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왼쪽 다섯번째) 및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야당의 존재 이유는 정부와 여당이 하는 일이면 무조건 반대하는데 있지 않다. 정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한편으로 머리를 맞대고 상호 협의하면서 함께 모색하고 보다 건설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여⋅야가 존재한다.

사사건건 ‘결사반대’만 외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 당으로서는 견해를 달리 한다. 그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논의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요 의회민주주의의 정도(正道)다.

◇ 안철수 의원 뒤로 빠져야 신당 산다

이제 대한민국 국회의 양당체제는 한계에 왔다. 보수우파인 새누리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따르느냐, 아니면 급진좌파인 더민주의 정책을 지지하고 따르느냐 하는 양극화의 구도와 양자택일의 길 밖에 없는 단순한 도식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욕구와 이념체계를 수용할 수 없다. 거기에 중도 또는 제3세력의 존재가치가 있다.

국민의당은 한국 정치의 고식적 양자택일의 구도를 깨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제3세력이라는 인식으로 출발해서 한국 정치를 다당체제에서 합종연횡으로 완충적 역할을 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어야 한다.

야당이라고 해서 더민주처럼 여당과 정부에 대해 설익은 운동권 흉내를 내면서 적대적인 각을 세우고 때로는 친북적 성향까지 무슨 ‘혁신’이나 되는 양 주저 없이 과시한다든지, 사사건건 딴소리로 국정에 발을 거는 등 고질적인 대결정치와 진영 대립, 분열을 조장하는 등의 행태를 되풀이해서는 결국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된다.

미국의 경우를 볼지라도 공화⋅민주 양대 당이 사안에 따라 다소의 입장차는 있지만 공히 우파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견지하는 까닭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이 출범할 수 있었던 추동력은 ‘새정치’를 내걸고 중도 또는 제3세력을 천명한 ‘안철수 현상’이었지만, 그 바탕에는 ‘극단적’으로만 치닫는 야당과 거기에 끌려다니는 무기력한 여당에 넌더리를 낸 국민적 절망과 새로운 기대가 있었다. 국민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야당과 비젼을 지닌 유능하고 성실한 여당을 원한다.

3년 전 안철수 의원은 많은 국민이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한 호의’를 배신하고 자신은 국회의원 한 자리에 자족하는 시정(市井) 정치인으로 묻혀버렸다. 심한 배신감을 느꼈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안철수 현상’에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안철수’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제 국민의당이 출범하기는 했다. 많은 의원들과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여기에 합류함으로써 제1야당인 더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기세를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신뢰하기에는 이르다. 이 당이 또 언제 어떤 이유로 기성정치와 야합하면서 거기에 매몰되어 ‘새정치’를 접을지, 낡고 썩은 기성 정치인들 국회의원 한 번 더 할 수 있도록 자리 깔아주는 직업 중개소로 전락할지, 결코 알 수 없다.

안철수 의원이 3년 전의 ‘유야무야’한 안철수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의 ‘새정치’, 곧 ‘안철수 현상’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안 의원은 그간 ‘새정치’를 앞세워 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기성정치와 차별화되는 새롭고 현실성 있는 비젼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럴듯한 구호 몇 마디로 정치가 바뀌진 않는다.

지금까지 국민의당에 모인 인물들은 지난 대선 때부터 안 의원 주변에 있던 그저 그렇고 그런 인사들과 호남 민심에 기대어 한 번 더 국회의원 해보려는 더불어민주당 탈당 정치인들뿐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상징할만한 눈길을 끄는 참신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국민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고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며 이따금씩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양념 삼아 곁들여 비판하는 진부하고 뻔한 수준으로는 반신반의하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정치인들이 남 탓하고 상대방 공격하는 것으로 저만 옳다고 우기는 행태에 대해 국민은 지치고 짜증난다. 국민 수준을 70년대 민도(民度)쯤으로 착각하고 얕봐서는 안 된다. 공격과 비판 일변도가 아니라 새정치의 꿈과 비젼을 진정어린 마음과 겸허한 자세로 이야기하고 호소해야 한다. 정치의 가치는 공격과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출(創出)하는 데 있다.

안철수 의원 자신이 행여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에서 조직과 자금조달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위한 안철수 중심의 사당(私黨)’이라는 이미지부터 털어내야 한다.

오는 4월 총선으로 이뤄질 20대 국회의 구성 내지 구도는 어쩌면 ‘새로운 한국정치 탄생의 잉태점’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은 이 점에 사명감을 둬야 한다. 안철수 개인의 기회는 그 다음에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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