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새 지도부가 결단내리는 게 바람직"
더민주, "복당 신청 거부 가능성 배제 못해"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충돌할까 걱정하는 눈치고,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친노-비노 계파간 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하고 있다. 그만큼 이 문제는 양당으로서 '뜨거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새누리당에서는 태풍의 눈인 유승민 의원이 19일 복당을 신청하면서 당 내부는 물론 권력의 핵심부까지 긴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올게 왔다"는 분위기다. 유 의원을 받아들이자니 당장 청와대에서 부터 이번 여당의 공천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 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선출 주문은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가 된다. 청와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유 의원으로 촉발된 이번 공천 파동에 이은 총선 참패를 마냥 모른척 할 수도 없다. 더구나 의석 수도 태부족한 상태다. 또 비박계에서는 복당을 주저하는 친박계를 향해 "두번 실수하려고 하느냐"며 날을 세우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정권의 최고 핵심부에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유 의원은 대구시당에 복당을 위한 신청서를 냈지만 시당이 판단을 중앙당으로 넘겼다. 지역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입당 원서를 제출하고 기자들과 만나 "저는 복당을 신청하는 입장이고, 결정은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민심의 분노가 임계치를 넘어섰다. 당이 정말 진정성 있는 변화를 해야 할 시점이고, 변화의 출발은 민심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복당을 신청하자 기다렸다는 듯 '유승민계'인 조해진 의원, 류성걸 의원도 복당을 신청했다. 지금은 해체됐지만 14일 당 지도부는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적 보수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는 아직은 유 의원의 복당에 원칙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진박'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정종섭 당선인은 "이제는 각자 자기의 이념에 맞게 뿌리를 내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홍문종 의원 역시 "선거하기 전에 '나갔던 사람은 절대 안 받는다'고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살림이 궁해졌다고 이 사람, 저 사람 다 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무소속이라고 다 똑같은 무소속은 아니다"며 사실상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 같은 당내 상황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설명과 반성이 먼저"라며 "지금 그냥 의원들을 복당 시키는 것은 숫자만 불려 다수당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 밖에 안 된다. 복당을 허용하더라도 우리 당에서 철저한 반성문을 먼저 쓰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 의원뿐 아니라 이미 신청서를 낸 윤상현 안상수 의원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새 지도부가 형성돼 함께 처리해야 한다"면서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새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는 형식을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권력의 '윗선'에서 재가가 떨어지거나, 그와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복당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적어도 그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는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바탕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이 의원은 이를 '표적공천'으로 규정, 당선 직후 "곧바로 복당해 김 대표에게 세종시민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겠다"며 김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했다. 이 의원이 복당할 경우 김 대표와 날선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김 대표는 그의 복당 문제에 대해 '원칙대로'라며 말을 아꼈지만, 이 의원의 복당은 김 대표 입장에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시대에 맞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없어지는 게 변화다. 친노운동권식 아젠다로는 승리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은 총리까지 한 사람인데, 당에서 또 뭘 하려고 하겠느냐. 그 순간 당이 망할수도 있다. 새누리당보다 비참한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노진영의 다른 의원들도 대개 이같은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친노계는 이 의원의 복당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해찬 의원은 세종시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두둔하는 쪽에 섰다. 그는 "낙동강벨트가 있고 경부선벨트가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이곳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며 "대선에서는 더 외연을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이 의원이 충청권에서 승리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대선을 위해서라도 이 의원의 복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최대한 조용히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관련 한 친노계 인사는 "이 의원의 복당은 본인의 명예회복 차원"이라며 "이 의원이 최근 1년간 당 문제에 관여한 일도 없지 않느냐. 입당하더라도 조용히 자기의 할 일만 하게 될 것"이란 반응을 내놓았다. 이는 이 의원의 복당 문제로 당이 시끄러워지면 아무래도 비난의 화살이 친노 쪽으로 향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이 의원이 복당할 경우 당장 김 대표 입지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비노는 사력을 다해 시간을 끌려하고 있고, 친노는 조용하게 문제를 처리하되 속도전으로 나설 계획인 듯 하다.
더민주 당헌·당규에는 탈당한 날부터 1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복당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의 심사를 거쳐 당무위가 달리 의결할 때에는 복당이 가능하도록 예외조항이 마련돼 있다. 이 의원의 경우 지난 3월15일 탈당한 이후 한달 여 만의 복당이어서, 당무위를 거쳐야 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2기 비상대책위원회가 사실상 비노계로 꾸려져 있다는 점에서 당무위에서 복당 신청이 거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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