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5년 소송 26회 약 7억원 교비회계로 지출

▲ 심화진 성신여자대학교 총장
【의회신문】성신여대 심화진(61) 총장이 유수 대학 현직 총장으로는 이례적으로 교비 횡령이 문제가 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오원찬 판사는 8일 업무상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심 총장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자신과 법인의 소송비용 등을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충당되는 교비회계로 7억원 가까이 지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심 총장이 진행한 소송들은 대체로 성신학원 전 이사장과의 인사권 다툼,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진행된 법적 대응, 제2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들이다.

먼저 심 총장은 성신학원과 김순옥 전 이사장과 대립하면서 소송 비용을 교비로 처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 총장과 학원 측이 2013년과 2014년에 벌인 인사권 분쟁이다.

성신여대 부총장과 학장 등 보직 교수는 총장의 제청을 거쳐 이사장이 임명한다. 심 총장은 자신이 제청한 보직교수를 김 전 이사장이 거부하자 직무대리 형태로 자리를 내주는 등 다툼을 이어갔다.

심 총장이 임명한 인문대학장 직무대리는 성신학원 측의 가처분 신청으로 2014년 6월 법원에서 집행정지를 받아 면직됐다. 하지만 심 총장은 같은 해 7월 다시 집행정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을 벌였다.

심 총장은 또 조직 내부의 분쟁으로 볼 수 있는 성신학원과 보직 교수 사이의 소송 비용을 지원하면서 이를 교비로 처리했다. 성신학원과의 분쟁이 심화되자 직접 김 전 이사장을 고소하고, 법무 비용을 교비로 돌리기도 했다.

심 총장은 내부 구성원과의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지출도 교비로 처리했다. 교직원이 금품 체불에 관한 진정을 제기하자 노무사를 선임해 대응하면서 교비를 썼다.

또 2013년 총장의 비리 의혹을 규탄하면서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던 성신여대 학생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하면서 법률자문 비용을 교비 처리했다. 나아가 심 총장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면서 비용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

심 총장은 또 성신여대 제2캠퍼스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설계를 수백차례 임의로 변경해 현대건설로부터 피소된 뒤 법적인 대응 비용을 교비로 썼다. 당시 심 총장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캠퍼스 설계를 300번 넘게 변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 총장에 관한 문제제기와 소송전은 지난 2012년 말 '총장 비리'를 폭로하는 투서가 이사회와 교직원에게 배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성신여대 내부 사회에서는 심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수십 년간 제기됐으나 물증이 없어 드러내 문제 삼지 못했다고 한다.

알려진 비리 의혹 가운데 하나는 심 총장이 운정그린캠퍼스 설립 부지를 신일학원으로부터 매수해준 대가로 2008년 1월 자신의 아들 2명의 계좌를 통해 3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심 총장은 신일학원 이사장에게서 받은 돈에 대한 탈세 의혹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금품 수령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그 금품의 성격이 제2캠퍼스 설립에 관한 뒷돈이라는 세간의 지적에는 부인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성신여대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특별 채용해야 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교수 105명을 특별 추천 방식으로 임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군 장성이던 남편 전인범(59) 전 특전사령관의 지인들로 보이는 인사들이 교수로 채용됐다는 의혹도 있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64) 전 대표 선거캠프에 합류, 안보자문 의원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되는 등 상당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특별채용 절차는 학과의 심사 없이 곧바로 대학본부를 거쳐 채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총장의 의중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당시 성신여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유례없는 대규모 특별채용을 두고 심 총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교수들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밖에 심 전 총장은 자신에게 밉보인 교직원들을 창고 또는 지하실로 발령 내거나 교수들을 상대로 묵시적인 인사 상 압력을 가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성신여대 동창회 전 간부는 "심 총장은 발전기금을 낸 적도 없고 수당만 챙겼던 사람"이라며 "심 총장의 그간 행보를 보면 공공성이 있는 기관인 대학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성신학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심 총장 일가가 조직 내부에 영향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심 총장 가문은 성신학원 설립자인 고(故) 이숙종 박사와 인척 관계다. 심 총장의 아버지인 심용현 전 이사장(6~7대)은 이 박사의 언니인 이남종씨의 장남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심씨 일가는 심용현 전 이사장의 장남 심규형 전 이사장(14~16대)을 끝으로 성신학원에서 손을 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998년 이세웅 전 이사장(19~20대)이 교수 직선으로 1위 득표자를 선정하면 이사회가 총장으로 뽑던 전례를 바꾸면서, 다시 심씨 일가가 성신학원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전 이사장 후임으로는 심 총장의 오빠인 심승보 전 이사장(21대)이 선임됐다. 심 총장도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성신학원 이사장을 맡았다. 심 총장은 이후 성신여대 총장이 된 뒤 세 차례 연임을 거쳐 현재까지 직위를 맡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신여대 내부 관계자는 "크게 보면 총장과 전임 이사장이 서로 권한을 행사하려고 대립하면서 여러 번 소송하며 불거진 문제"라며 "이후 학생들과 언론에서 비리 문제를 언급하자 계속 법적 대응을 하면서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성신여대 측은 심 총장이 연루된 법적 분쟁의 비용으로 교비가 사용된 것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심 총장 개인의 일이 아닌 학교의 업무였다는 것이다.

성신여대는 심 총장 구속 이후 "성신여대 미아동 운정그린캠퍼스 조성 등 학교 업무를 추진하면서 빚어진 소송 비용을 교비로 사용한 것을 두고 검찰이 운영책임자인 총장을 기소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심 총장은 개인 비리가 아닌데도 총장을 법정구속한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즉각 항소할 것"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총장 개인비리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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