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큰 결례 범해…바른정당과 접촉 중"

▲ 대선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18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의회신문】대선 출마를 공언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정 이사장에게 강력한 합류 의사를 전한 건 국민의당이지만 그는 선뜻 화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 출마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최근들어 정 이사장 내부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는 국민의당보다는 아직 뚜렷한 유력주자가 옹립되지 않은 바른정당 쪽이 어떨까 하는 의견들이 대두돼 주목된다.

국민의당은 앞서 정 이사장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왔다. 당과 대주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는 데다 손 전 지사의 합류에도 별반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 이사장이 합류 결정을 계속 미루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0일 정 이사장의 합류 여부와 관련 "이번 주에 (입당여부를) 매듭짓지 못하면 개문발차하겠다"고 밝혔다. 대답을 미루는 정 이사장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박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 오히려 정 이사장이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정 이사장이 박 대표를 만난 적도 없다. 기자들한테 몇 번 만났다고 했는데 도대체 누굴뵀는지 모르겠다"며 "박 대표는 두 번 정도 미팅을 잡았는데 한 번은 몇 십 분 전에 취소했다. 또 한 번은 비공개로 하자고 해놓고 언론에 다 말해서 저희가 취소한 적도 있다.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수차례 요청해서 어제 오전에 비공개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오전 일정을 다 비우고 깊은 이야기하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몇 시간 전에 본인이 일정 있어서 안 되겠다고 연락왔다"며 "게다가 한두 시간 후 박 대표의 '개문발차' 발언까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당에서 지금 심한 결례를 하고 있다"며 "믿었던 안 전 대표도 큰 결례를 해서 어제 정 이사장이 언짢아했다. 박 대표도 그렇게 말한 것(개문발차 발언)도 결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바른정당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바른정당은 정 이사장의 지인도 많고 접촉도 많이 했는데 유독 어제 바른정당에서 여러 의원들이 연락을 줬다"며 "바른정당 측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대표가 국내에 들어오면 보자고 이야기 나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정 이사장 관계자에 따르면 정 이사장 참모진 중에서도 바른정당 입당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전보다 커졌다고 한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등이 정 이사장 측 영입을 추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물론 정 이사장이 국민의당 행을 접고 곧바로 바른정당으로 입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민의당 행이 유력히 점쳐졌던 정 이사장이 이젠 바른정당이나 김종인 전 대표가 강조하는 제3지대 행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정 이사장 입장에서는 안 전 대표가 버티는 국민의당 보다는 아직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바른정당 쪽이 후보 경선에 유리할 수도 있다. 더구나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지율이 미미하다. 바른정당 입장에서도 정 이사장이 들어와 경선에 참여하면 흥행을 기대할 수 있어 더욱 입당을 바라는 눈치다.

이런 가운데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이사장 입당과 관련해 "기다려 볼 것"이라고 계속 여지를 남겨뒀다. 셔터를 완전히 내리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 이사장의 최종 선택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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