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수출 품목인 선박 수요 줄어들어…연평균 3.9%씩 감소

【의회신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EU의 경기침체와 수출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주한 '한-EU FTA 이행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EU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 EU 수출은 연평균 3.9%씩 줄어들었다. 한국의 총수출 중 EU의 비중도 2010년 11.9%(537억 달러)에서 2015년 9.3%(481억 달러)로 줄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대(對) EU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 이유로 예상치 못한 EU의 경기침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EU의 경기침체로 인해 한국의 대 EU 수출이 재정위기 이전 추세 대비 30% 가량 감소했고 중국·일본·미국 등 주요 경쟁국의 대 EU 수출 역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EU의 수입 자료를 살펴볼 때, 2011년 이후 한국의 대 EU 수출은 일본, 중국 등에 비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한·EU FTA가 EU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세를 완화하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일부 품목에 편중된 대 EU 수출구조와 원유 등 일부 품목의 수입선 전환, 생산시설의 해외이전도 무역수지 적자폭을 키웠다.

 한국의 대 EU 수출은 기타수송기기, 자동차, 전기·전자 부문에 편중됐는데 EU의 선박수요가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적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10년 대 EU 선박 수출은 135억9000만 달러로 총수출의 25.4%를 차지했으나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에 대한 선박수출이 급감하면서 2013년에는 56억8000만 달러로 줄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도 큰 폭으로 늘면서 수출 대체효과를 유발했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전자분야는 전체 제조업 해외투자의 25%를 차지한다.

 FTA 발효 이후, 원유에 부과되던 3%의 관세가 철폐되고 대이란 경제제재가 맞물리면서 2011년부터 북해산 브랜트유가 유입된 것도 수입을 늘렸다. 

 한-EU FTA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난 점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한-미 FTA와 대조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세계 교역 규모가 연평균 3.5% 감소하는 동안 대미 교역 규모는 연평균 1.7% 증가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은 5년간 연평균 3.4% 늘어났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12.4%), 자동차 부품(4.9%), 반도체(4.2%) 등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이 늘어난 것은 미국이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면서 FTA 수혜품과 비수혜품목 모두 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15년까지 2.5%의 관세가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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